가출소녀 - 03

발아콩두유 작성일 07.11.21 04: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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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소녀 03.







난 그날 뒤로 하루도 빠짐없이

놀이터에 하루 온 종일 앉아있었다.


그리고..

하루만에 소녀를 볼 수 있었다.


#인혁아. 안녕~#

#어. 반가워.#


#또 있네? 혹시 매일 있는거야?#

#음.. 대충..?#


너 보려고.. 매일 기다려.

라는 속 마음을 알지 못 하는 소녀.

그리고..

그 말을 하지 못 하는 나.


#그렇구나..#

#어제 일은 어떻게 됐어?#


난 어제 일이 궁금하여 그녀에게 물어 보았다.


#아~ 담배? 사실대로 말하니까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래..#

#그럼 잘 해결 된거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밝지 만은 않았다.


#그렇지.#

#근데 그 가방은.. 뭐야-_-#


그랬다.

그녀는.. 또 가방을 들고 있었던 것이다.


#...집 나왔어.#

#..또? 왜?#


#초코파이를 안사주잖아!#


잠시 벙해져버렸다.

어이가 없어도 한참 없었기 때문에.

어이야.. 어디갔니?

-_-



#...그..그게 가출 이유야?#


그녀의 어이없음에 설마 그럴까.. 하고 의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녀는 단호히 대답했다.



#응..#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났다..

태진아의..


#선희야... 가방을 왜 싸니.. -_-#


#...-_-#

#그럼.. 내가 초코파이 매일 사줄께!#


난 중대한 결심을 했다.

급식 안하는 대신..

매일 3천원씩 받아서 밥을 해결하는 나.

어짜피 김밥이나 컵라면 사먹는다고 해도..

천원 정도 남는다.


이정도면 다른 군것질 안하고..

초코파이랑 우유정도는 충분히 사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응.#


나의 말에 소녀는 두 손을 높이 들며..


#야호!#

#그렇게 좋아?#


#그으럼~#

#하..#


난 그녀의 이런 천진난만한 모습(어찌보면 바보 같은)에

내 마음을 빼았겨 버렸다.

그것도..



송두리째.


하지만.. 그냥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만나는 이성이였고..

그냥 외적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우니까..

그런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진.




그날도 야자를 빼먹고 집으로 가는 길이였다.

날씨는 상쾌했으며 하늘은 푸르다.

오늘은 유난히도 많은 별빛이 보이겠군..

그리고.. 선희도 볼 수 있을테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하던 중..


으쓱한 골목길에 접어들었다.


이 길은 지나다닐때마다 기분이 안 좋단 말이야..


길을 걷고 있는데.. 꼭 누군가 뒤에서 따라오는 느낌..

길을 걷는 동안 내내 온몸에 소름이 돋아 있는 상태였다.


온몸이 쏴한 느낌.

이렇게 닭살이 돋는건 옆에 귀신이 지나가면 그렇다던데.. 으~

양 쪽으로 높은 건물이 들어서 있어서..

햇빛이 들어오질 않아서 컴컴한 골목길.


그리고..

나의 어깨를 건디는 누군가의 손!!


#꺄악~#

#하이 헬로우 안녕? 21세기를 창조하는 아티스트 제니퍼예요.#

이랬을리는 없고.. -_-


#안녕? 나 옆반에 전학온 이영욱이라고해.
지난 번에 보니까 나랑 같은 동네에 사는거 같던데..
같이 가자~#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난 잠시 벙해져 있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녀석을 훑어보았다.


물론 녀석이 눈치채지 못 할 정도로..

제 빠르게 눈동자를 굴려서..


하얀 피부에 쌍커플도 없으면서 큰 눈을 가진 이 녀석.

곧게 뻗은 콧대와 적당히 동그란 콧망울이 잘어우러져

도톰한 입술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키스하고 싶게 만드는 입술.

키는 약 180Cm를 넘어보이게 잘빠진 다리..

거기다 교복이 이렇게나 잘어울리다니..

얼굴은 또 왜 이렇게 작은거야?

나 같은애는 어떻게 살아라고?
-_-

요즘은 남자들이 더 이쁘다니까..쳇.


나도 모르게 감탄에 젖어 있으니까.

녀석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도 나에게 빠졌구나.#

#그..그럴리가.#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
내가 좀 신비한 매력이 있긴하지.#

#-_-...#


녀석의 페이스에 말리고 있다.

이래서는 안되는데..

난 서둘러 대화의 주제를 바꾸어야 했다.


#니가 전학온 애야?#

#응. 얼마전에..#


#너도 우리동네 살아?#

#응. 몇일전에 집에가는 길에 니가 이쪽 방향으로 가는걸 보았지.#


우리는 잘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스스럼 없이

같이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근데 이쪽보단 저리로 가는게 빠르지 않냐?#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나에게 물어오는 영욱이.


#아..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매일 같은 길만 다닌다면 재미 없잖아.
이렇게 걸을 수 있는 시간도 마음대로 낼 수 있는게 아니지.
어짜피 집에가는 길이고..
차이나봤자 5~10분인데..
그 사이에 새로운 무언갈 보고 새로운 풍경에 새로운 누군갈 만나고..
뭐.. 그런거 아니겠어?#

#오옷.. 그렇구나. 좀 특이한데?#


#뭐..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일지도.#

#꿈?..#


#난. 꿈이 있어.#

#오호.. 아무튼 우린 꽤나 친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그..그래..#


처음엔 마냥 수상하고 낯선느낌이 들었지만..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녀석과 나는 매일 같이 등하교를 같이하면서

꽤나 친한 사이가 되었다.




[어느날]


영욱이와 하교하는 길.


#영욱아.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좋아하는 사람? 많지.#


#음.. 가족, 친구. 이런거 말고. 이성적으로..#

#아~ 이성..#


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냥 꽤....#

#그래? 그럼 사람을 좋아한다는게.. 어떤거지?#


#뭐 별거 있나?.. 그냥.. 앞에 없으면 보고싶고.
같이 있어도 그리운거...겠지.#

#같이 있는데도.. 그립다고?#


#뭐.. 그렇겠지. 너나 나나 아직 어려서 잘 모른다지만.
사실 사랑엔 나이같은건 상관 없다고 봐.#

#그런가..?#


#그렇지. 가슴으로 하는게 사랑인데..
나이는 그냥 숫자일 뿐이지. 가슴이 뜨겁게 뛰고 있다면.
그건 사랑이라고 본다. 난.#

#가슴이.. 뜨겁게 뛴다고..?#


#그래. 그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그 뛰는 가슴. 그 설레임. 그 모든 것들이 하나가 되어서..
결국엔 그 사람을 향한.. 그 무언가가 되겠지.#

#아.. 그럼.. 뭔가 주고 싶은것도.. 포함되는거야?#


#물론이지. 길을 가다가 이쁜걸 봤는데..
그게 그 사람하고 어울릴 것 같다거나, 자기도 모르게..
그 물건을 사버리는 경우.
아직 그 물건을 줄 만한 사이도 아니라서..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


....

영욱이는 생각보다 진지한 녀석이였다.

그리고.. 영욱이 말에 난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야기 하나하나에 해당하는게..

나였으니까...!




얼마전에..

집으로 오는 길에..


악세서리 점을 바라보게 되었다.

거기엔..

정말 이쁜.. 반지가 있었다.

가격도 그리 비싼 편도 아니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냥 사버렸다.


싸이즈는 그냥 적당하게..

그녀의 손에 맞겠다.. 싶을 정도로.


그게..

지금 내 주머니에 들어있다.

주고 싶지만..

딱히 줘야할 만한 이유도 없고..


내가 왜 이걸 샀는지 조차도 모르고 있었으니까.



근데..

영욱이의 말에 의하면..

난..


그녀를..


좋아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그녀를 생각하고..

같이 있어도 그리워하고..


이쁜걸 보면 사주고 싶고..

맛있는거 보면 같이 먹고 싶고...

...


이런..게..

..사랑이라고?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서..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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