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반도논쟁을 보다보니 어떤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http://www.jjang0u.com/Chalkadak/jBoardMain.html?db=160&searching=&search_field=&keyword=&mode2=&sort=1&id=85983&page=3&pflag=v
바로 위 링크에서의 샤쿠군님의 댓글입니다. 개중 제가 짚고자하는 부분만 캡쳐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요점은 지금은 물론 일제강점기 당시에도 일본은 조선 내지는 조선인들을 (앞에 조선이란 단어마저 생략한)반도, 반도인이라 부른 적이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더불어 전체 문맥을 살펴보면 역으로 당시 일본인들에 의해 반도, 반도인이라는 말이 사용됐다면 거기에는 비하하고 모욕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있음을 긍정하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그러면 정말로 일제강점기 당시의 일본인들은 조선 내지는 조선인에 대해 반도, 반도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을까요? 살펴보겠습니다.
이건 창씨개명 1호였던 춘원 이광수의 창씨개명에 대한 당시의 신문기사입니다. 기사제목이 '반도문단의 대어소 .....어쩌구' 라고 되어있네요. '조선문단'도 아니고, '조선반도문단'도 아니고 그냥 '반도문단'입니다.
이건 1939년과 1940년의 동아일보 기사입니다. 빨간 밑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반도-반도인이라는 표현이 저 짧은 기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요즘에도 국사교과서에 언급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본이 강점기 동안 신민화교육을 통해 주입한 식민사관 중의 하나가 또한 '반도사관'입니다.
(사진은 클릭하면 커집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조선은 여타 식민지들과는 달리 공식적으로 나라 자체가 해체되고 일본의 일부로 합병당했습니다. 더이상 조선이라는 나라는 없는 것이죠. 때문에 당시 일본에서는 조선이라는 말도 많이 쓰였지만, 일본과 조선을 구분할 때에는 일본본국을 내지(內地), 조선을 반도(半島)라고 부르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일본인은 내지인(內地人), 조선인은 반도인(半島人)으로 구분지어졌고요. 더불어 이런 차별적인 명칭은 공식적으로는 하나의 나라가 된 일본과 조선에서 조선의 것과 조선인에 대한 멸시와 차별을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부르는 호칭부터가 다른 이른바 '우리 안의 타자他者'를 만드는거죠. 조금 씁쓸한 예시지만 요즘 넷상에서 유행하는 전라디언이니 홍어니 하는 말들이 어떤 기제로 작용하는지가 그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금 넷상에서 흔히 쓰이는 '반도의 ......' 하는 식의 표현이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이 일련의 논쟁에 있어서 그런 표현은 자제하자는 쪽이지요. 하지만 그래도 굳이 쓰겠다는 분들을 붙잡고 억지로 쓰지 못하게 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오늘 연속적으로 올라온 게시물에서 벌어진 일련의 논쟁들을 보면 그분들이 주장하는 내용도 나름 타당하고 수긍이 가는 일면이 있습니다. 더해서 저 또한 그런 표현을 자제하자는 측이 주장하는 모든 근거에 대해 동의하는 것도 아니고요.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다 그르다라고 간단하게 단정지을 수 없다는 얘기죠. 물론 소위 '일빠'로 불리는 종자들이 어그로를 끌기 위해 그런 용어로 낚시질을 하는 것은 경계해야겠지만, 이런 구분 자체가 다분히 주관적인 측면이 있다보니 실제로 어디쯤에서 가이드라인을 설정해야할 지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매우 곤란하고 공감할만한 결과를 도출해내기 힘든 일입니다.
다만 어느 입장에 서서 주장을 펼치던 간에 그 주장은 다분히 사실에 근거해야겠죠. 제가 위에 올린 기사자료들은 네이버에서 '내지-반도'란 검색어로 1면에 올라온 검색결과들입니다. 작정하고 찾으려들면 일제강점기 동안의 반도-반도인이라는 표현에 대한 기록들이 족히 수 천, 수 만개는 쏟아져 나오겠죠.
때문에 샤쿠군님의 리플을 보고 고민하다가 이 게시물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결코 샤쿠군님에 대한 감정에서 그리한 것도 아니고, 혹이라도 날선 말로 다투고픈 생각도 없습니다. 샤쿠군님의 리플을 허락없이 캡쳐하여 게시물에 올린 것에 대해서는 샤쿠군님의 지적이 있으면 바로 지우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