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기사분이 도착했고 집까지 가는동안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술김에 먼저 톡을 보냈다.
그녀는 연희동 한쪽에서 수공예 공방을 한다.
악세사리를 만들어 백화점에 납품, 또는 팝업행사를 다닌다.
돈벌이는 좋아보였다.
"연희동에서 회식하고 집에가는길에 작업실이 보이길래 연락해봐, 잘지냈어?"
물론 거짓말이다.
성산동에서 마셨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해주시고 사이드를 밟고 내린 기사분께
대리비 15,000원을 지불하려고 주머니를 뒤지는 도중 알림음이 울린다.
엘레베이터에 올라타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본다.
"응, 오랜만이네? 난 잘지냈지 넌?"
"나도 뭐 그럭저럭, 작업이실이야?"
"이번주 백화점 행사가야해서 준비중이야"
"늦게까지 고생많네"
그녀는 내 친구의 와이프와 친한 선후배 사이였다.
우연히 술자리를 두번정도 함께했고, 별 감정은 없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큰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건 그만큼 예쁘지 않아서가 90퍼센트 맞는 답일것이다.
약 1년 반 전에, 3년 4개월간 만났던 그녀만큼 이쁘지 않으면 여간해서는 여자로 보이질 않았다.
그녀와의 이야기는 잠시 뒤로 미루자.
술자리를 3번째 했을때로 기억한다.
손목에 작은 타투가 눈에 들어왔다. 술김에 그 팔목을 잡아 신기하다는듯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자의 살결,
그보다 그녀가 갑자기 여자로 보인 이유는 따로있었다.
내 팔꿈치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던 그녀의 가슴.
대체적으로 마른편인 몸과는 다르게 너무 크다 싶을 정도의 느낌이었다.
친구의 와이프 말로는 컴플렉스라고 한다.
하지만 난 그때부터 궁금하기 시작했다.
"뭐 늘 이렇지뭐, 넌 술 많이마셨나부다, 얼른자~ 내일 출근해야지"
카톡 답장이 조금 느릿하게 온다.
바쁘긴 한 모양이다.
그나저나 '얼른자~ 내일 출근해야지' 저 대사가
술마셨으면 쳐 잘것이지 왜 연락하고지랄이야 라는 뜻이라는걸 나도 잘 안다.
"금요일에 뭐해? 퇴근하고 시간맞으면 커피나 한잔 할까?"
물론 술이마시고싶었고 그 뒤에 일어났으면 하는 일들은 남자라면 누구나 기대했을법한 것들이었다.
"나 의정부로 백화점 행사 가는데?ㅋㅋ 의정부로 오던지~"
갈 마음은 없다. 그정도로 그녀를 좋아하지는 않으니까...
"내일 연락할게~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