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남자가 구질구질 해지는 순간(3)

줄때주는그녀 작성일 16.07.12 15:2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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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다.

아니 그날이 금요일이란걸 토요일에 알았다.

 

아무 생각없이 금요일은 일산 백석동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갔다.

올 8월에 결혼하는 친구도 김포에 신혼집 아파트를 구하고 간만에 일산에서 모이기로 했다.

 

우리 셋은 시골에있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간만에 만나 술을 마시다가 취기가 오르자 언제나 그랬듯 노래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포에 신혼집을 구한녀석이 현금이 좀 여유있다며 19만원 쾌척했고,

나와 일산사는 친구는 10만원씩 각출해서 3시간을 놀았다.

 

늘 그렇듯 언니들이 먼저 나가고 노래한곡씩 부를때가 가장 외롭다.

그건 예쁜 여자친구와 뜨거운 사랑을 할때도 마찬가지였다.

 

밖으로 나와보니 해가 떠있다.

시계는 5시를 향했고 우린 서둘러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김포에 신혼집을 구한 친구녀석이 예비신부를 만나러 망원동에 가야했다.

우리집 방향이라 나도 졸린눈을 억지로 뜨고 녀석도 데려다 줄겸

집에서 쉬고싶은 마음에 차에 시동을 걸었다.

 

속이쓰려 짬뽕라면을 끓여먹고 낮잠이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낮잠을 자고 일어난 날은 토요일이었고,

어제 내 머릿속에는 의정부, 그녀, 그런것들은 새하얗게 없었다.

 

몇시간을 잤는지 날이 어둑어둑해질즘 잠에서깼다.

TV를 켜놓고 거실에서 잠이 들어서 그런지 푹 잤다는 느낌은 없었다.

 

담배한대 물고 화장실에 들어서서 프렌즈팝을 할 요량으로 스마트폰을 쥐었는데

노란불이 깜빡인다, 열어보니 그녀였다.

 

"어제는 뭐했냐? 나 행사끝났어, 오늘 저녁에 작업실 갈듯"

 

대충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작업실이 있는 연희동과 우리집 상수동은 차로 10분거리. 

그녀를 좋아하는 마음 없이도

남자라면 여자에게 충분히, 기꺼이 할애할 수 있는 정도의 거리다.

 

"응, 어제는 몸이 안좋아서 계속잤네, 오늘도 지금까지 잤어"

남자라면 한두번쯤 해봤을법한 거짓말이다.

 

"난 지금 작업실"

정신도 차릴겸 찬물로 샤워를 하면서 동시에 양치까지 했다.

대충 머리를 툴툴 털어 말리고 어느새 난 엘레베이터를 기다리고있었다.

 

" 나 작업실 앞에 도착했어, 여기 앞에 꼼장어집 갈래? "

" 거기 별로 맛없어~ 냉채족발먹자 "

" 날더운데 그게 낫겠다, 주문하고있을게 얼른와 "

 

냉채족발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고, 소주를 한잔 따라 먼저 한잔 마시는 순간

입구쪽으로 걸어오는 그녀가 보였다.

역시 이쁘지않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뭐하나 싶었지만,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만큼 싫지는 않은,

참으로 그런 이상한 결론만 나왔다.

 

처음 10분간은 별거없는 상투적인 대화가 오갔지만

술과 함께라면 언제그랬냐는듯 어색함은 사라지기 마련이었다.

나는 어렸을적부터 작은키, 뚱뚱한 몸으로도 여자친구는 잘 만나는 이유는 단연 내 이빨이었다.

 

취기가 오를 때 되면좋고 아님말고 식으로 한마디 던졌다.

 

" 오랜만에 너네 작업실가서 맥주마시자, 테라스 시원하겠다 "

 

맥주는 작업실에 있댄다.

어느새 그녀 작업실 테라스에서 맥주를 마셨지만 내 마음은 이미

작업실 한켠에 자리잡고있는 매트리스로 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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