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엄 1 시절에 남들은 쯔바이를 하고 있을 무렵, 친구의 겜 박스를 뒤져 찾은 나에겐 천금같은 겜이었다. 공명전의 후폭풍이 사그라들 즈음해서 나타난 속편격 게임인 조조전은 먼저 공명전에서 진보된 그래픽과 캐릭터의 개성, 움직임의 생동감을 드러냈다. 공명전을 재미있게 한 나로서 조조전은 꿈에 그리던 겜이었다.
먼저 스토리를 살펴보면, 와 와 같은 중국내 삼국지 기록 문헌이나 소설과 만화등을 기반으로 사실에 기거한 전개가 펼쳐진다. 중간에 살짝씩 바뀌는 내용으로는 전위, 곽가를 살릴 수 있거나 동탁과 여포를 갈라놓는데 성공한 초선이 자살하지 않고 아군으로 편입되는 게 있다. 가상모드에선 신기하게도 관우가 아군으로 편입되기도 한다.
스토리엔 두 가지 모드가 잇는데 가상모드와 사실모드로 나뉘어진다. 게임화면 오른쪽 상단에 자리한 막대기가 붉은 색과 파란 색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어느쪽인지는 모르겠지만 한쪽으로 기울이면 4장을 넘어 갈때 모드가 바뀐다. 이른바, 분기점.
사실모드는 플레이를 해보지 않아 가상모드만 설명하자면(사실모드로 하려고 4번이나 다시 했는데 이상하게 할때 마다 가상으로 기울어갔다) 삼국지 전 시리즈를 통틀어 최고의 인기캐릭터이자 영웅 제갈 공명이 사악한 악의 화신으로 돌변함으로 시작된다. 이때 온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야비하고 잔악무도한 외모로 탈바꿈한다. 유비, 장비가 죽고 조조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오군에 포위당한 관우를 구원하여 그를 아군으로 편입시키게 된다. 이때 관우를 맞이하는게 얼마나 기뻤는지 ㅋㅋ 마지막 전투에선 촉군과 오군의 절명한 영웅과 장수들이 모두 나와 전투를 벌이게 된다. 모든 미션이 끝나고 제갈 공명은 정신이 돌아오게 된다. 그 뒤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죽거나 산으로 들어간것 같다(아마, 죽었을 것이다.)
조조전은 체스 말처럼 생긴 캐릭터의 개성있는 모습이 공명전때 보다 추가되어 나로 하여금 그들을 아군으로 맞아들려는 충동을 부채질 하였다. 바로 에디터... 여포를 참수하고 초선을 영입한 후 본격적으로 나는 에디터를 통해 유비, 관우, 장비, 조운, 손권, 손책, 육손, 여포를 아군으로 편입시켰다. 그러나 능력치를 맥스로 다 설정해 놔서 각 캐릭의 개성이 맞지 않아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다. 위안이 된 건 에디터로 좋은 아이템을 조조와 다른 장수들에게 나누어 주어 보물도감을 채웠다는 것. 예를 들어 조조에게 자웅일대검(공격>반격받고>다시공격)을 주고 하후돈과 장료에게 각각 사모(뒤에 있는 적까지 공격), 청룡언월도(무반격)를 조창에게 여포의 창(근처에 있는 적에게 무반격 공격)을 주는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아무래도 허저이다. 전직 시킬때마다 조조만큼 멋있어 지는 최고의 땅개! 그에게 강검과 철갑옷, 보조로 몰우전을 끼워주면 기마궁사까지 공격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의 기록에 의하면 허저는 돌 던지는 솜씨가 메이저리그 선수 뺨 치게 잘 던졌다고 했다. 그 투구력이 마주오던 기병들을 우르르 쓰러트렸다고 하니 몰우전을 끼울 사람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삼국지 인물사전에서도 소개되어있다. 게임상에선 조조 옆에 붙여놔 인간 방패역할을 하고 조조의 빠른 렙업을 도우기도 하였다. 인간방패 역할을 하면서 조조보다 렙업이 더 빠르게 되긴 하였지만.
기억을 이렇게 더듬어 보니 삼국지 시리즈를 해보면서 정치, 외교부문관 상관없이 오로지 전투로만 진행되었던 조조전을 나는 최고의 역사 시뮬레이션 RPG로 기억한다. 완성된 동작대위에 빛나던 청동참새상과 함께 흐르는 감동적인 음악이 나에게 리뷰를 이렇게 쓰라고 인도한 것만 같다. 시간은 많이 흘렀지만 조조전을 기억하는 사람은 분명 많을 것이다. 언제부턴가 흘러간 게임시디에 먼지를 닦아내고 있던 나 자신을 발견하면서 부터 옛게임을 추억하며 다시 플레이하기 시작한 게임이 지금은 나르실리온이 되어버렸다.
가난한 팬티엄 1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듯 이제 다시 한번 조조전을 플레이할 때가 온것만 같다. 이번에 하면 다섯번째인데 벌써 부터 맘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