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겜을 모르시는 분은 없으리라고 생각이 듭니다. 제가 바이오하자드를 첨 접한건 바이오 하자드2(이하 바하2)가 나올 즈음이겠네요. 그때 바하2 정품을 소장하고 있는 친구의 정품 케이스가 무쟈게 탐났습니다. 슬쩍 해버릴까 생각 하기 전에 전 친구에게 이 겜 다 깼느냐고 물어봤죠. 그 친구는 입에 침이 마르면서 겜에 대해 찬양가를 부르더니 제게 덥석 시디가 든 정품 케이스를 안겨주었습니다. 다시 가져오란 말과 함께.
설레임을 안고 집에 돌아와 팬티엄 1 개똥컴에 시디롬을 열고 레온의 모습이 그려진 시디를 집어넣었습니다. 인스톨이 끝나고 레온 편부터 겜을 시작했는데 오프닝이 가히 예술이었습니다. 우글거리는 좀비 사이에서 레온과 클레어가 만나고 차로 무사히 좀비밭을 지났는데 차 뒤에서 좀비가 갑자기 튀어나오는게 아니겠습니까(아직 겜은 시작도 안했습니다). 놀라 뒤지는 줄 알았습니다.
시나리오는 1편 부터 이렇습니다. 약품회사인 엄브렐러 회사가 개발한 바이러스와 관련해 거대한 저택에 갇힌 주인공들이 저택안에 돌아다니는 좀비들의 공격을 피해 한시라도 빨리 저택을 빠져나가는 것.
2편은 이렇습니다. 새로 부임받은 라쿤 시티에 도착한 레온이 좀비로 뒤덮힌 라쿤 시티에서 생존자를 찾아 바이러스를 파괴하고 도시를 탈출하는 것.
3편은 이렇습니다. 1편의 주인공 질 발렌타인이.. 그냥 도시를 탈출하는 겁니다. 부제도 라스트 이스케이프입니다.
이후에도 시리즈는 계속되지만 자세한 스토리를 몰라 넘어가겠습니다.
이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 제가 생각하기에 명작은 2편인 것 같습니다. 1편보다 깔끔해진 그래픽도 그러거니와 도시 전체를 배경으로 하여 전작보다 폐쇄감은 더 했으나 그 만큼 배가된 공포를 여러 장소에서 느낄 수 있었고 보스의 압박감은 어떤 게임에서 느낀 것 보다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주인공 또한 맘에 들고... 오프닝에서 제압을 당했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2편이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시리즈의 잔재미는 특수 모드. 게임에서 일정한 랭크를 받거나 일단 클리어 해도 특전이 기다립니다. 전 시리즈에선 클리어 후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코스튬 모드가 기다리고 있고 2편에선 주인공이 두부로 변신해 좀비들과 싸우는 괴상망측한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극한의 공포로 긴장된 마음을 웃음으로 다스릴 수 있었다고나 할까요? 3편에선 용병이 주인공이 되어 짧은 시간안에 도착 지점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입니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록 많은 돈이 생기는 데 그것으로 좋은 무기를 사서 다시 도전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바하가 제목에서 처럼 호러 액션의 대명사라 불린 가장 큰 이유는 카메라 시점에 있습니다. 3인칭은 주 시점으로 마치 CCTV로 보듯 구석진 카메라 시점 덕에 아무리 배경을 크게 옮겨도 폐쇄적인 공포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또, 요소요소에 등장하는 좀비들의 깜짝 등장과 음산한 배경 사운드는 공포 압박감을 더욱 심하게 조여왔습니다.
무엇보다 빠지지 않는 건 문. 문을 열때마다 삐걱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 하나만 달랑 나오고 서서히 열릴 때는 안에서 뭔가 튀어 나올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2에선 실제로 튀어나와 간담을 서늘케 하였죠.
마지막으로 실감나는 좀비 워킹과 물어뜯을 때 튀기고 바닥에 흐르는 검붉은 피는 그때 당시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 나오는 유혈 낭자 고어겜들과는 비교할 수 없겠죠.
이 겜은 특히 사일런트 힐 시리즈와 비교하게 되는데 둘 중 어느게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 초기의 안개 배경과 라디오 음도 호러 액션으로 유저들에게 높은 평가를 얻었고 최근나오는 시리즈마다 색다른 공포를 전해주며 완벽한 한글화로 더 많은 유저들의 사랑을 받았죠. 바하 시리즈가 한글화 되지 않았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만. 두 겜은 요즘 두 개의 길로 갈라졌습니다. 사일런트 힐 시리즈는 여전히 공포만을 추구해 가고 있는 가운데 바하 시리즈는 4때 부터 공포스럽기는 하나 액션성이 강조 되었습니다. 그리 많이 갈라진 것은 아니고 아쉬운 것은 없습니다. 그냥 이대로 시리즈가 계속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이상하게 게임 공유실에 바하2가 올라와 있지 않더군요. 3가 주를 이루고 있고 1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셋 다 훌륭한 시리즈의 보배이며 호러 게임의 대 명사입니다. 늦은 밤. 홀로 남은 컴퓨터 앞에서 공포 게임을 즐겨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