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의 일이었다. 친구의 추천으로 60메가인가 하는 압축 파일을 풀어 gta2란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친구가 이 겜은 룰도 없고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거 빼고 다 할 수 있다고 신나게 떠드는 바람에 나 역시 들떠 바로 해 보았다.
시점은 에너미 오브 스테이트에 인공위성으로 사람을 관찰하는 각도. 사람 대가리와 팔 다리가 희미하게 보인다. 그래서 약간 (?) 앙증맞기도 했는데...
어쨌든 이리저리 조작도 해보던 나는 차를 타서 신나게 몰다가 사람을 깔아뭉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치이는 것도 아니고 깔아뭉개는 거다. 그것도 바퀴벌레 밟는 소리와 함께. 신기했다. 그리고 신이 났다(?). 사람을 깔아 죽일 때 마다 화면을 현란하게 수 놓는 숫자(돈)들..
또, 맵 여기저기에 총이 아주 대놓고 널려 있어서 커뮤니티를 통해 무기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모든 무기를 긁어모아 지나가는 사람 죽이고 특히, 마주오는 경찰차 런처로 폭파시키는 거 이거 진짜 스트레스 날라간다. 터지면서 옆에 차도 덩달아 터지는 데 운좋으면 4차선 내의 나란히 서 있던 차들이 줄줄이 터진다.
차 폭파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gta2의 높은 자유도를 앞세운 최고의 잔재미는 차를 빼앗아 큰 거리에 옹기종기 모아 놓고 한 20대 정도 모이면 몰로텁 칵테일(화염병)을 멀리서 달리면서 던져 가운데 차를 맞추어 터트린다. 그럼 사방 팔방에 차들이 하나 씩 혹은 네 대씩 동시에 터지면서 풀 사운드의 한계를 넘어선다.
혹은 주유소(?)에서 차에 폭탄을 설치하고 그 차를 가운데 박은 담에 마찬가지로 스무 대에서 서른 대 정도의 차를 모아 놓고 폭탄 가동을 시키면 역시 화려하게 터진다. 그때 발생하는 숫자(돈)들과 뜨거운 화염은 당시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중 하나였다.
gta2내에서의 또 다른 스트레스 해소법이 있다. 탱크. 총 3개의 도시에 각각 두 군데 씩 숨어 있는 탱크를 타고 지나가는 차를 밟아주면 이이잉 소릴 내다가 터져버린다. 그렇게 한 백대는 밟은 것 같다. 단 세 번째 도시에서는 경찰마크가 여섯개까지 뜨기 때문에 군대가 동원되어 초고수가 아닌 한 얼마버티지 못하고 당한다.
또 다른 재미로는 인새인 스턴트 보너스! 경사진 곳을 질주하여 가장 멀리 날아 돈을 버는 보너스 점수인데.. 컴 사양이 그 당시 무척 딸려서인지 멀리 날아갈 때는 엔진 소리와 함께 슬로우 모션이 진행되었다. 그렇게 느린 것은 아니었지만..
또, 그땐 달성률이란게 없었지만 달성률이 있었다면 차 모으기가 큰 비중을 차지했을 것이다. 지역 곳곳에 여덟대인가 하는 번개마크 차량이 숨어있는데 그걸 모두 찾으면 자동차가 공짜로 생기곤 했다.
gta2도 게임인지라 어디까지나 자유도에만 의지할 수 없다. 미션역시 재미있다. 녹색 검은색 보라색 옷을 입은 세 개의 조직들의 공중전화를 드나들며 미션을 완수하고 그 돈을 모아 도시를 탈출하는 것이다. 만약 검은색 조직의 미션을 모두 완수했다면 그들 조직원들을 죽여 녹색인가 자주색 조직원들의 존경심을 얻는다. 그렇게 가장 높은 존경심을 얻어 바로 제일 중요한 미션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근래에 들어 gta3 , 바이스 시티, 샌안드레스가 나와서 각종 탈거리와 수영, 달리기 모션등이 추가되었지만 금전에 제한이 걸리고 첫 도시부터 탱크같은 레어 급(?) 탈것들이 없어 자유도가 높은 것은 인정하지만 gta특유의 과장된 자유도(?)를 잃어버린 느낌이 들었다. 미션도 순서대로 진행되고 시점도 불안하거니와 운전도 전작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자유도와 폭력성의 교과서라 불리울 만한 게임이라면 주저없이 gta2다. 용량도 적으니 아직 이 겜을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들은 속히 다운 받아 보길 바라며, 옛 추억의 앨범속에 한 장의 사진으로 기억되는 올드게이머들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재도전해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