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개인적으로 처리할 일이 있어서 글 올리는게 좀 늦었습니다. 오늘 올리는 글 역시 게임잡지사 뒷이야기!! 그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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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잡지사 인간들이 다 그렇지 뭐... Part.2 글에서 전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만, 96년 정도부터 2001년 정도까지의 게임 잡지사 기자일이란 것은 솔직히 사람이 할 일이 아니었죠. 뭐 사실 말이야 바른말이지 게임잡지사 기자나 필자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더 고된일을 하시는 분들도 분명히 많습니다. 겨우 한달에 20일을 철야하고, 하루 웬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서 전자파에 쏘여가며, 부정기적인 식사로 몸 베려가면서 까지 일한다 해도 진짜로 험한 일 하시는 분들에겐 감히 댈 수가 없는것이 현실이니까요.. (진짜로 위험하고 고된 일 하시는 분들이 들으시면 아마 "그정도면 천국이네"라고 하실 겁니다. 뭐 복에겨운 불만이죠..)
게다가, 애초에 이런 일이란게 "본인이 좋아서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어디가서 하소연 하기도 힘든 실정이지요. 게다가 외부에서 보면 "하루종일 게임하고 돈 버는게 그런 땡보직이 어디있어?"라고 하기 때문에.. 뭐 저희 입장에서야 "편해 보이면 당신이 해 봐!!"라고 소리쳐주고 싶지만 그거야 속으로 삭여야 할 일이고, 어쨌든 몸과 마음은 피폐해져 가도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 뭐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이 보통입니다.
게다가, 이 '좋아서 한다'라는 부분이 참 거시기 해서... 과연 어느정도나 게임을 좋아해야 이 업계에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약간의 증거를 제시해 볼까 합니다.
제가 게임 매거진에 있을 당시 기획기사로 골머리를 썩이다가, 우연한 기회에 게임 라인과 연계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뭐 정확히는 다른 일 때문에 게임 라인과 협조체제를 잠시 유지할 때 제가 꼽사리 끼어서 부탁을 한 거지만..
어쨌든 그때의 기획은 "게임잡지사 인원들의 실태조사"란 앙케이트 였습니다. 즉, 게임지 기자나 필자들에게 설문조사를 해서 "게임잡지사에서 일하는 인간들은 이러고 삽니다~"라고 알려주는 흥미성 단발 기사였는데, 실제 참여한 인원도 그리 많은편은 아니고(실제로 게임라인과 연계하기로 했습니다만 그쪽 답변은 거의 못들었죠. 한두명 정도 수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덕분에 매거진 기자와 필자들에 한해서 조사를 했었죠), 기획기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한 질문사항이 5개 이상, 10개 정도는 됐어야 하는데 질문사항 역시 3개 정도밖에 안되서 기사화는 시키지 못했었던 내용이 있습니다만...
그 질문 사항은 바로 이겁니다.
"만약 현재 사귀고 있는 이성친구가 있다고 했을때를 가정하고 답변해 주십시오. 서로 사귄지 100일째 되는 기념일이 되었습니다. 그녀와의 데이트 약속을 잡았는데, 우연히 기대하던 대작 게임의 발매일과 겹쳐버리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애인과 게임, 어느쪽을 고르겠습니까?"
아마 보통 사람들이었다면 "일단 데이트에 나간 후, 데이트 종료 후 게임샵에 들리거나 아예 잠시 시간을 내어 애인과 함께 게임샵에 가겠다"라고 대답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제가 얻은 답변은 9명중 8명이
"당연히 용산으로 직행! 게임 구입 후 플레이 해 본다"
였습니다. 뭐, 답변을 모아본 후 나온 결론은 "역시 이 바닥 인간들은..."이란 거였죠. 쓰읍...
ps. 그 당시 "애인과의 데이트를 중시한다"라고 답변했던 분은 필자였는데, 그 양반 하시는 말씀이 "훗... 어린 것들..."이란 말이었죠. 그 당시엔 뭔소린가 했는데, 서른살이 된 지금은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는.... 아아~ 옆구리가 써늘 하구나~~
2. 아하.. 아하하하.. 하하하하... 역시 게임 매거진에 있을 당시의 에피소드. 정확한 연도는 까먹었는데,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가 나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당시 잡지사는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철야를 하는 날이 많았습니다. 보통때는 주로 기자들이 철야를 했지만, 마감일이 가까워 지면 필자들도 나와서 철야를 해야 했지요. 사진 찍는 문제(당시엔 TV카드 등이 상대적으로 고가였기 때문에-아니 사실을 말하라면 TV카드 살 돈이면 게임 하나 더 산다..라는 생각들을 했다는게 정답이겠지만..-필자들이 일일히 집에 캡춰보드나 TV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결국은 회사에 와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이게 직접 게임을 플레이 하거나 미리 녹화해 둔 비디오를 일일히 체크해 가며 찍었기 때문에 시간이 꽤나 걸렸죠. 게다가 회사측도 캡춰보드나 TV카드를 많이 보유하지 않아서 순서 기다리던가 하는 이유 등으로 더 늦어지기도 했습니다)라던가, 집에서는 집중이 안된다, 자료 찾기 편하다 등의 이유로 필자들 역시 마감기간 7~10일 정도는 회사에 나와 다함께 철야를 하곤 했습니다.
뭐 솔직히 다같이 게임에 미쳐사는 인생들, 기왕이면 말도 통하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회사에서 철야를 하는데 다들 아무런 반감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진것은, 당시 철야를 하다가 늦은 시간에 저녁밥을 먹고 돌아온 후의 일이었습니다. 공략을 위해 PS에 꼽아두었던 파이널 판타지 택틱스의 CD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었죠. 뭐 공략이 다 끝난 후에 사진을 찍는 단계였다면 녹화 테입이 있을테니 상관 없었겠지만, 긴급 투입되어 마감기간까지 실제로 공략을 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CD 분실은 큰 타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당장에 난리가 났지요. 일단 급한데로 자기분량의 원고를 끝내고 집에서 쉬고있는 필자에게 연락해서 복사CD를 긴급 공수한 후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다 함께 식사를 하러 갔었기 때문에 내부 소행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만 만약을 대비해서 기자 및 필자들의 가방등을 뒤져보기로 한 것이지요.
한사람 한사람 가방을 뒤져가는데, 저는 한가지 깜빡잊고 있던 생각이 들면서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가방을 보여선 안될 상황이 떠오른 것이지요. "큰일났다!!"라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드디어 제 가방을 살펴볼 시간이 되었습니다.
제 가방을 활짝 펼쳐 든 짱팀장님, 경악스런 얼굴로 저를 보시더군요. 그리고 한마디 하시데요..
"니가 요즘 돈이 궁했나 보구나..."
의아하게 쳐다보는 다른 필자들... 몇명은 아마 제가 파판택 CD를 가져간 건가.. 하고 놀라는데 이어지는 팀장님 행동에 다들 뒤집어 지더군요.
"은행 털러 갈 생각이었냐?"
라며 들어보이시는 모델건들... 옙, 그랬던 겁니다. 철야 하는 동안 심심하면 동료 필자들과 놀아 볼려고 가져왔던 8자루의 모형총기들이 제 가방 안에 가득히 들어있었던 것이지요. 긴장했던 다른 필자들은 "역시 벽돌군(당시 제 필명)이여.."라며 피식 웃더군요.
뭐 결국, 그날의 수색에서 CD의 행방을 찾지 못한 철야팀, 화풀이 대신으로 회사 옥상으로 올라가서 그날 가져간 BB탄 모두 쏴버리면서 스트레스 해소를 했습니다요.
3. 愛독자? 哀독자!! 게임잡지 기자나 필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기쁠때는 언제일까요? 예, 책이 나갔을 때 독자들의 반응이 좋고, 또 그에 따른 격려의 애독자 엽서들이 날아올 때입니다. 제 경우 사실 "이것이 내 천직이다!"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필력도 그냥저냥 평균수준일 뿐이고, 게임공략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아니었고(제 평가는 B-였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저것 다 잘하는 것도 아니라 일부 장르에 편중된 반쪽짜리 필자였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게임공략이 아니라 기획기사 쪽이었다면 편했겠지만 그건 힘든 상황이었고...
그럼에도 8년동안이나 필자, 기자일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한분의 독자분 때문이었습니다. 게임잡지 필자일을 시작한지 3달째에 처음으로 제 글을 칭찬해 주시는 독자분의 엽서를 받았는데, 그땐 진짜 기쁘더라구요. 반 농담으로 "어이구, 우리 벽돌도 인기인 다 됐네"라고 짱팀장님이 놀리긴 하셨지만 뭐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오겠습니까? 보통 "하늘을 날 것 같은 기분이다"라고들 표현하는데, 그 때 제 심정이 진짜 그랬었지요. 게다가 그 독자분께서 절 만나고 싶다고 직접 회사로 찾아오셨을 때는 진짜 황송하고 고맙기까지 하더라구요(그게..그 독자분이 사실은 약간의 신체장애가 있으셔서 똑바로 걷지를 못하시는 분이셨습니다. 회사에 찾아올 때도 계단을 올라올 때는 동행하신 친구분의 도움을 받아서 올라오고 내려가고 하시더군요). 그 때 "앞으로도 좋은 글 써 주세요"라고 웃어주시며 불편한 몸 이끌고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내 천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 일을 하는동안은 최선을 다해야 겠구나.."라는 어떤 사명감까지 느끼게 되더군요.
뭐 저만이 아니라 많은 기자나 필자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낀적이 많았을 겁니다. 그만큼 기자나 필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활력을 주는 존재가 바로 애독자 여러분들이었죠.
자, 그럼 반대로 기자나 필자들이 가장 싫어하는 존재들로는 누가 있을까요?
그건 바로 "자칭 애독자"분들이죠. 이게 뭔소린가..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 사실이 그랬습니다. 정말로 기자나 필자들에게 "내가 이 사람들 때문에 글을 쓴다"라는 자부심과 기쁨을 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신 반면, 입에서 온갖 육두문자 나오게 만드는 "자칭" 애독자 들도 꽤 많았습니다. 아니, 어떨때는 이사람이 진짜 우리잡지 독자 맞나...? 라는 생각까지 들게 되더군요.
일단, 애독자는 아니지만 저희를 당황케 했던 독자분들의 실례를 들어보겠습니다.
2000년도에 가장 많이 보아왔던 독자엽서중에 이런것이 있었습니다. "요즘 게임 매거진(전 매거진만 그런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게임 라인이나 게임 파워-구 게임챔프-에도 비슷한 내용들의 엽서가 왔었다더군요) 기사는 너무 재미가 없다. 차라리 정태룡 기자를 영입해라! 그러면 책이 10만부는 나갈거다!"
솔직히 속이 뒤집히더군요. 사실 그 당시 실질적으로 가장 잘나가고 인기있던 잡지가 게이머즈였습니다. 확실히 게이머즈 필진들의 실력은 초일류가 맞았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칭 애독자"라는 분이 '지금 매거진 기자-필자들은 다 쓰레기. 정태룡 하나만 있으면 너희들 다 필요없다'라는 식의 글을 보내오는데 속이 안뒤집히면 저희들이 인간이 아닌 거였겠지요. 게다가 당시 각 잡지사들은 편집 방침이 제작기 달랐지요. 게이머즈는 코어 유저들을 위한 전문성을 띈 잡지, 게임 매거진은 공략과 기획기사의 균형을 맞춘 일반 유저들 대상의 잡지, 게임 라인은 공략을 중심으로 하지만 다양한 독자들의 코드를 균형있게 갖춰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만든 말 그대로의 의미에서 "잡지"를 지향했고, 게임 파워는 라이트 유저들이 쉽게 게임에 접할 수 있도록 상대적으로 쉽고 간편하게 내용들을 구성하던.. 뭐 그런 편집방침을 잡고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사실 경쟁 체제에 있던 당시 잡지사들로서는 기사의 퀄리티를 높이면서도 어떻게든 해당 잡지만의 색을 유지하기 위해 온갖 애를 쓰던 시절이었는데, 일부 독자들-흔히 말하는 코어 유저-은 그런거 다 필요없이 "나에게 맞춰서 만들어라"라는 주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지요.
사실 지금 게이머즈가 고전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지요. 2001년 정도까지만 해도 그래도 여러권의 잡지들이 각각의 특색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독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잡지를 골라서 사 볼 수 있고, 이 책이 나한테 안맞는다... 싶으면 다른 잡지를 사 보면 됬지만 지금은 실질적으로 게이머즈 하나 뿐이기 때문에(월간 플레이 스테이션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편집 방침이 비슷한데다 PS2 한정이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그 다양한 독자들의 취향에 전부 맞출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니겠습니까.. 이런저런 독자들의 취향에 다 맞출려면 결국은 이도저도 아닌 잡탕이 되어버릴 테니 게이머즈로선 일정 선의 방침을 유지할 수 밖에 없고, 게이머즈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독자들 중 편집방침을 따라가지 못하는 독자들은 맘에 안든다고 욕하는 것.. 그것이 현재의 상황이란 것을 생각하면 그 당시 저희들의 답답함이 이해가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사실 요즘 게이머즈 욕먹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불쌍해 보이기까지 하더군요. 뭐 독자들 입장에선 "난 엄연히 돈주고 책을 사 보는 독자, 즉 손님이다. 손님이 만족하는 물건을 만드는게 제작자들의 의무 아니냐?"라는 당연한 말씀을 하시는데 반론을 할 수도 없고...).
솔직한 말로 그 당시엔 애독자 엽서 답변란에 "젠장할, 그럼 다른 잡지 보면 될 것 아니요!!"라고 써 버릴까 많이 고민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편집방침과 다른 의견을 보낸다고 독자를 무시할 순 없어서 정말 속으로만 삮이고 저런 류의 독자 엽서들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을려고 노력을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뭐 이런 종류의 엽서가 진짜 가끔씩 눈에 띄면 이해를 하겠지만, 한달에 2-30통 정도는 몰려오니 정말 답답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엔 게임잡지 부록으로 게임CD를 주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좋은 부록이 나가는 달에는 판매고가 올라가기 때문에 각 잡지사들이 경쟁적으로 번들경쟁을 벌인 시기가 있습니다만, 그 때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지요. 그 중에서도
"이번달 부록게임은 쓰레기더라. 책 이따위로 만들어도 되는거야?" "이 따위 쓰레기게임 주면서 잡지라고 할 수 있냐?"
등등의 독자 엽서들을 보면 정말 속에서 열불이 터졌죠. 사실 당시 그러한 독자의견을 듣게 된 것은 잡지사들이 과당경쟁을 하면서 자초한 일이었기 때문에 어디 속시원히 하소연 할 데도 없었고(추잡한 변명이지만, 번들 문제는 정말 기자와 필자들은 억울해 죽을정도의 일이었죠. 기자와 필자들이 번들을 내는것도 아니고, 상당수의 기자들은 아예 번들을 내지 말고 책 내용으로 승부하자! 라는 생각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실제로 98년 2월에는 번들 문제로 편집부와 사장이 대판 싸우고는 "계속 번들 승부를 하겠다면 우린 더 이상 일 못한다"라며 게임매거진 기자분들이 일괄사표를 내고 나가버리기도 하셨었습니다. 당시 제가 처음 기자로서 출근한 날이 바로 기자분들 사표내신 날이었던 바람에 편집부에 기자는 저 하나 남는 황당한 사태까지 당했었지요. 그때는 진짜 "이거 나까지 나가면 매거진 망할지도 모르겠다"라는 어줍짢은 사명감 하나로 그 달은 어찌어찌 버텼습니다만, 정말 괴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윗사람들이 "번들 좋은거 주면 책이 잘 팔린다"라며 끝끝내 번들경쟁을 했기 때문에 제일 딱까리인 기자, 필자들은 정말 뭐라 할 말이..), 그냥 세상이 다 그러려니... 라고 넘어갔었습니다만, 책의 내용은 아무 상관 없이 그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번들의 질과 유무로 글의 퀄리티까지 매도하는 독자분들의 글을 볼 떄는 진짜 기자 일 때려 치고 싶어지더군요.
당시 얼마나 책 내용에는 독자들이 신경을 안썻는지를 보여주는 예로, 게임 내용이나 기술, 필살기등에 대한 문의를 해 오는 엽서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언제더라..? 2000년 12월호던가 2001년 1월호인가로 기억하는데, 당시 캡콤 대 SNK의 공략이 나갔을 겁니다. 게임 매거진이 그래도 격투게임 공략에는 한가닥 하는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고 퀄리티의 공략을 뽑아낼 수 있었는데, 다음달에 독자 엽서를 보니 그 캡콤 대 SNK의 기술들을 묻는 엽서가 수십장이 오더군요. 그것도 공략기사에 뻔히 나와있는 기술들을 묻는 엽서가요. 그렇다고 그 엽서가 기사가 나오기 전의 책에 포함된 엽서도 아니었고, 멀쩡하게 공략이 나간 달의 책에 포함된 엽서였는데... 캡콤 대 SNK만이 아니었죠. 정말 농담이 아니라, 해당 질문을 적어보낸 옆서가 포함된 책에 다 나와있는 내용을 다시 묻는 독자들의 글을 한달에 평균 50장 이상이 도착을 했었습니다. 심할 때는 똑같은 질문을 각기 다른 독자들이 3달 연속으로 보내온 적도 있었습니다(게다가 그 당시 제가 실수로 똑같은 답변을 두 달 연속으로 실었었습니다. 즉 이미 2번이나 답변이 나온 내용이었죠). 정말 그런 옆서들을 볼 때는 "이 사람들이 대체 책을 왜 산걸까...?"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더군요. 한 달에 한두명이면 그래도 이해가 가지만 수십명이 넘는다면 그건 문제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이 외에도 기자, 필자들 속을 뒤집어 놓고 답답하게 만드는 엽서들의 종류는 다양했습니다. 출판가를 낮출려고 인쇄용 종이의 질을 이전 것보다 2단계 낮은 저급지를 사용했더니 "그 봐라. 종이 질을 높이니까 훨씬 보기 좋지않냐"라며 속모르는 소리를 하시는 독자, 가격에 비해 책이 너무 얄팍하다라며 불만을 쏟아내는 독자(공략집 단행본 부록등이 있었기 때문에 실제 페이지 수는 그 당시 가장 두껍던 게이머즈와 20장 이상 차이가 나지 않았음에도 일단 겉으로 보기에는 게이머즈의 반 정도 크기밖에 안되니 뭐 모르는 분들 입장에선 얄팍하다고 느낄 수 있다고는 이해합니다만.. 어쨌든 이러한 엽서도 한달에 수십통씩 매달 오더군요), 그래서 큰맘먹고 공략 단행본과 합본으로 해서 페이지 수를 늘렸더니 "아니 왜 매거진만의 특징을 버리고 딴 잡지 따라가냐"며 질책하시는 독자(그 전까지 5달이 넘게 "책이 얄팍하다"고 원망하는 독자분들의 글 수십개를 책에 개재해서 책 두께를 늘리는 것에 대한 변명거릴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책 두께가 늘어나자 마자 질책하는 엽서를 보니 "아니 그럼 그 전에 응원하는 글이라도 보내주시지.."라는 서운함이 들더군요), 편집상태나 제본상태까지 하나하나 따져가며 타 잡지와 비교해서 면박을 주시는 독자, 아직 발매도 안 된 게임 번들로 꼭 내달라고 애원하는 독자, 옆서 보냈는데 왜 난 상품 안주냐며 닥달하시는 독자(한 달 평균 800통의 옆서 중 20여분만 추첨하는 건데 어쩌라는 건지..), 아무런 내용도 없이 상품 응모권만 붙여 보내온 독자, 요즘 말하는 소위 악플러성 글만 잔뜩 써서 보내온 독자(납득이 갈 수준이면 이해가 가는데, 전혀 엉뚱한 진짜 악플러성 글을 보면 뭐.. 쓰읍..), 뜬금없이 타 잡지를 찬양하는 내용을 보내온 독자 등등...
솔직히 뭐, 독자 입장에서는 순수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 것들일 테고, 본인들은 그게 정당하다고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걸 받아보는 입장에선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글들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죠. 변명으로 들리시겠지만, 저야 유저나 독자 입장이었던 적보다 기자, 필자였던 기간이 더 기니 제 시점이 좀 편파적인 것은 이해를 해 주시길..
어쨌든, 정말 기자, 필자들을 웃고 울게 만드는 애증의 존재가 바로 "애독자"란 존재였던 것은 분명합니다.
4. 헐헐헐~ 글이 길어졌으니 마무리를 하는 의미에서... 위에서 적은 것 같은 진짜 필자들에게 분골쇄신하게 만드는 감동을 주시는 독자분들, 그리고 "내가 이 일을 왜 하고 있나..."라게 만드는 독자분들 외에, 기자들에게 살포시 웃음을 띄게 만들어 주는 독자분들에 대해서 약간만 소개해 볼까 합니다.
한 독자분의 질문내용. "그란투리스모 전기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 잉? 뭔 소리여? 새로나온 RPG게임인가? 아님 그란투리스모의 신작인가? 기자, 필자들이 머릴 싸매고 고민해 본 결과, "그란 투리스모"와 당시 막 나왔던 "그란스트림 전기"를 아무래도 이 독자분이 헷갈려서 쓰신 걸 꺼라는 결론에 도출. 그러나 그란투리스모에 대한 질문인지, 그란스트림 전기에 대한 질문인지 헷갈려서 답변보류.
맨날 밤 새면서 고생하고 있습니다~~ 란 넉두리성 글을 썼더니 다음달에 독자분이 보내오신 엽서에... "맨날 박카스만 드시지 말고 이 돈으로 딴거 사 드세요" 라며 500원짜리 동전을 옆서에 붙여보내신 독자분. 정말 감사했습니다~
당시 기자, 필자들은 자신의 글에 개성을 부여하기 위해 본인 캐릭터의 이미지 컨셉을 부여하곤 했습니다만, 전 어쩌다보니 붙게 된 컨셉이 '로리콘'이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로리콘 행세를 했습니다만(실제 제 취향은 안경을 쓴 연상녀) 어떤 독자분이 보내오신 엽서에... "홍기자님 진짜로 로리콘이세요?" ... 저는 "크어억!! 나 이미지 컨셉 바꿀래!!"라며 절규 했으나 동료 기자, 필자들은 전부 포복절도!
고생하는 기자, 필자들 웃겨주시겠다면서 당시 유행하던 3행시 개그를 거의 매 달 적어 보내주신 독자분.. 솔직히 몇개는 진짜 재미없었지만 어쨌든 여러모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