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흘러간 게임리뷰(01) - 마이크 사용게임 삼종세트

J-너스 작성일 06.07.08 13: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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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어중간


인터넷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보게 된 옜날 게임 사진을 보고 갑자기 옜 생각도 나고 해서, 리뷰... 라고 까지 하기엔 뭣하지만 한번 글을 써 볼려구요. 후후...

뭐 솔직히 이번에도 일본 콘솔게임이라 제 한계를 들어내는 것 같긴 하지만 워낙 특이한 게임들이라 한번 소개를 해 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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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게임업계쪽 일을 해 보면서 느낀 것 중 하나가, 일본애들은 참 희한한 게임도 다 만든다... 라는 생각이 드는 거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이런 게임이 과연 제대로 팔릴까..?"라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그래도 꾸준히 내 놓는다는 게 참...
뭐 그런 부분이 일본 게임업계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뭐 어쨌든 잡설은 제쳐두고...


이번에 소개할 게임들은 제목 그대로 "마이크를 사용하는 게임"들입니다.
즉, 음성인식이 가능한 게임들이란 뜻이지요.

국내에도 유명한 작품으로는 DC와 PS2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시맨' 시리즈가 있겠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게임들 중에선 이 녀석이 가장 "마이크를 사용하는 게임"이란 위명에 걸맞는 녀석이죠. 말 그대로 시맨과 "대화"를 하기 때문인데요, 이쪽에서는 짧은 단어로만 말을 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뭐 이정도만 되도 어딥니까?
게다가 시맨 특유의 그 시니컬하고 사람 짜증나게 하는 화법... 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다들 느껴 보셨을 겁니다.
(저만 해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시맨 세이브 파일을 지우면서 "흐흐흐.. 죽어버려 이 망할 물고기야~~"라고 외치기도 했던...)

하지만 시맨 이외에도 마이크를 사용한 게임은 몇가지 더 나왔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게임들은 바로 그 녀석들. 그럼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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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새벽의 마리코(夜明けのマリコ)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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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표지 스샷만 보면 이게 대체 뭐하는 게임인가...? 하실겁니다. 캐릭터도 뭔가 구리구리 하고 왠지 양키틱한 버터냄새가 나는 듯 도 한 이 게임.
실은 마이크를 이용한 "영화제작" 게임입니다.

게임 내용은 이렇습니다.
게이머는 어떤 영화에 출연하는 한사람의 배우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배우의 목소리 연기를 담당해야 하는 것이지요.
즉, 화면에서 진행되는 상황에 맞춰 올라오는 대사를 최대한 리얼하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것이 게임의 목적입니다.

솔직히... 이 게임 하고 있으면 왠지 뒤통수가 근질근질 합니다. 이거 누가 쳐다보면 어쩌나, 쪽팔린걸~~ 이란 생각이 절로 들거든요. 화면을 보면서 마이크에 대고 "너희들 꼼짝 마~!" 내지는 "아잉~ 여보옹~" 뭐 이런 대사를 지껄이고 있으면 하는 사람은 몰라도, 옆에서 보기엔 심히 뭣같은 상황인 거죠.
특히 일본 게임인 만큼 일본어로 해야 하는데, 일어 모르면 말짱 꽝. 그것도 감정이나 음정 높낮이 등도 완벽하게 구사해야 하니....

솔직히 이 게임이 우리나라 유저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딱 한가지 뿐입니다. 일본어 회화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것..
재미있는 점은, 이 게임이 그래도 인기가 있었는지 2탄까지 나왔다는 점이죠.
1탄은 2001년 12월 26일, 2탄은 2002년 1월 24일 발매되었습니다(아.. 발매 기간을 보니 인기때문이 아니라 그냥 연속발매 한 것 같네요).



2. 연기의 길(しばいみ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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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솔직히 이 게임... 위의 '새벽의 마리코'와 별반 다를 바가 없는 게임입니다.
제목 그대로 목소리 연기를 하는 것이지요.

다른 점이라면 새벽의 마리코가 오리지널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면, 연기의 길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태반이 일본 고전이나 명작 드라마라 우리나라와는 역시 인연이 없는 말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던가... 우리나라 사람들도 알고있는 내용도 좀 있습니다)들이 많다는 점이지요.

게다가 왠지 버터냄새 나는 아메리칸 히어로틱한 화면 연출로 일부 유저들에겐 거부감이 들 수 있는 새벽의 마리코와는 달리, 척 보기에도 우스꽝스럽게 생긴 캐릭터들이 나오는 지라 화면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도 장점이겠지요.

이 게임의 특징은 그런 것 보다 내용 구성이 참 잘 짜여져 있다는 점입니다. 제작사 측에서 이 게임의 시연을 위해 여러 유명인들(전문 성우부터 개그맨, 탤런트 등)을 초빙해서 플레이를 시켜 봤는데, 호흡이나 발성 등에서 약간 어긋나는 부분이 있지만 상당히 자연스러운 연기가 가능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하더군요.

즉, 이 게임은 딱 대놓고 "영화적 과장 섞인 대사"를 남발해야 하는 새벽의 마리코에 비해 자연스러운 일상 회하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역시나 일본어 회화를 배우는 분들께는 많은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작품이죠.

아쉬운 점은, 전문성우인 이케자와 하루나가 이 게임 시연을 하는 홍보 동영상이 있었는데, 일본 쪽에서도 이게 삭제된 것 같다는 점이죠. 이 동영상 보면 진짜 분위기 지데로 나거든요..
(여기서 웃긴점은 전문 성우가 하는데도 점수가 낮게 나와서 제작진들이 다들 안절부절 못하더라는 것.. 나중에 한다는 말이 "워낙에 완벽하게 잘 해서 되려 점수가 안나왔다"라고 하긴 하던데... 헤휴~)




3. 오퍼레이터즈 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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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위에 언급한 두가지 게임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마이크 사용 게임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상황에 맞춰서 대사를 해 줘야 하고, 대사의 음정이나 타이밍 등을 체크하는 것..
즉 쉽게 말해 노래방 기기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를것이 없거든요.
양쪽에서 오가는 것이 아닌, 일방적으로 유저측에서 "말을 하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플레이 하는 게임"이라기 보단 "그냥 웃고 즐기는 놀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죠.

하지만 이 오퍼레이터즈 사이드는 시맨과 마찬가지로 "대화"를 하는 게임입니다.
물론 시맨만큼 본격적인(현재 기술력에선 말이죠) 대화는 아니지만, 위의 두 게임보다는 훨씬 분위기가 살죠.

이 게임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약간 미래인 2029년, 우주에 세워진 호텔에서 괴이한 사건이 발생합니다. 난데없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튀어나와 사람들을 학살하기 시작한 거죠.
플레이어는 이 소동을 피해서 도망다니다 어떤 방에 갇히게 됩니다. 그런데 이 방이 우연히도 호텔 내부를 감시할 수 있는 중앙 통제실이었던 거죠. 일단 안전하게(갇혀 버리긴 했지만) 된 플레이어는 감시 카메라를 이용해 호텔 내부를 살피다가 생존자가 한명 더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위 사진에 나와있는 아가씨입니다). 플레이어는 마이크를 이용해서 이 아가씨에게 상황을 전달하고, 이 아가씨가 움직여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어드벤쳐인 것이죠.

게임 방식은 일반 게임들에서 패드로 조작하는 것을 음성으로 대체하는 방식입니다.
즉 마이크에 대고 "뛰어!" "도망쳐!" "쏴!" "문 열어" "뒤를 봐" 같은 대사를 해 주면 이 아가씨가 그대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상황에 맞게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은 같지만, 그 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플레이어죠. 괴물이 나왔는데 싸울 수도 있고 도망갈 수도 있고.. 어쨌든 위의 게임들보다는 훨씬 "게임"다운 느낌이 나는 녀석이죠.

하지만, 이 게임도 마이크 이용 게임에선 비켜갈 수 없는 단점들이 있습니다.
바로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것이죠.

위에 소개한 두 게임은 가라오케 방식의 게임이기 때문에 발음은 정확하지 않아도 음정이나 톤의 높낮이 등이 맞으면 대부분 고득점을 얻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명령"을 전달하는 게임인지라 발음이 엉망이면 죽도 밥도 안되게 됩니다.

제가 EZEN 게임에서 근무할 전에 플레이를 해 본 적이 있는데, 중요한 순간에 발음 부정확으로 꽤나 고생을 한 적이 있거든요.

저는 록커를 조사해 보라고 계속 이야기 하는데 이 아가씨는 계속 "뭐라고?" "뭘 보라고?" "좀 크게 말해!" 같이 자꾸 못알아 듣는 것입니다(일어로 록커는 록카아~ 정도로 발음 되는데, 제가 발음이 안좋아서...).
그러다가 결국 열받아서 제가 "이 바보가!!!" 라고 했다가 결국 아가씨랑 크게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요(바보를 알아 듣고 화를 내더라구요. 게임과 상관없는 단어라 못알아 들을 줄 알았는데...).

그 모습을 보고 옆에 있던 친구가 "잘 하는 짓이다. 게임 속 캐릭터랑 싸우기나 하고.." 라고 해서 일단 진정은 했었지만...

어쨌든 뭐랄까... 일본어를 알고, 일본어 회화를 공부하고 싶다면 꽤나 좋은 교제가 되어 줄 수도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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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길과 오퍼레이터즈 사이드는 모두 2003년에 개발된 게임인데, 게임의 특성상 우리나라에선 잠시 반짝 했다가 그 뒤로 바로 묻혀버린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확실히 우리나라에는 맞지 않는 게임이니 뭐 아쉬울 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상당히 독특한 게임들이었던 지라 이번 기회에 한번 몰아서 소개를 하게 되었습니다.
뭐 이 글 보시는 분들이 이 게임을 플레이 하실 일은 없겠지만, 이런 게 있었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뭐... 나중에 도움이 되...지 않을려나...? 흐음....

ps. 그러나, 제가 해 본 마이크 사용 게임중 역시 최고는 누가 뭐래도 시맨입지요. 문제라면 이 게임을 하기 위해선 풍부한 일어실력과 부처님에 버금가는 참을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문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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