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가 고대하던 PS2용 '레슬앤젤 서바이버'바 발매되었습니다. 옜날 슈퍼 패미컴 시절이나 PC시절부터 오래는 못했지만 캐릭터가 이뻐서 그냥저냥 하던 게임인데, 이번에 PS2로 발매된다니 기대가 되지 뭐겠습니까? 그래서 발매되자 마자 바로 구해서 해 봤는데... 어쨌든 그에대한 리뷰를 한번.
이 게임은 쉽게말해서 '여성 레슬링 단체 경영게임'입니다. 시뮬레이션이라 하기는 좀 뭣하고.. 뭐라 해야 하나..? 어쨌든 좀 애매한 장르의 게임이죠. 어쨌든 "여성 레슬링 단체 경영"이란 목적대로, 플레이어는 새로운 레슬링 단체를 하나 세워 그것을 경영해 나가, 파이널 시리즈라 불리우는 최고 단체 결정전에서 최고점수를 얻는것이 목표인 게임입니다.
이를 위해서 적절한 인재를 찾아내거나 다른 단체에서 빼앗아 오고, 홍보도 적절히 해서 단체의 지명도를 올리고, 박진감 넘치는 경기(여기서 박진감 넘친다는 뜻은 게임속의 관객에게 그렇게 보이는.. 즉 지명도 높은 상위랭커 레슬러들끼리의 대전을 자주 보여줘야 한다는 뜻)를 보여주어 관객을 늘려가는 것이 목적이죠.
일단 게임을 시작하면 이렇게 일본 전토에서 시작할 현을 고르는 것이 우선입니다. 유명한 대도시들은 그만큼 수입이 짭짤하지만(나중에 가면 도쿄나 오사카같은 대도시엔 관객 5만5천명짜리 거대 스타디움도 나오더군요), 그만큼 다른 단체들과의 경쟁도 치열해 집니다.
거점지역을 고르면 다음엔 헤드헌팅. 쓸만한 선수를 발굴, 또는 타 단체나 프리 등록된 선수를 빼앗아 와야 하죠. 물론 돈이 만만치 않게 깨집니다만..
그 다음엔 선수들을 훈련시켜서 능력치를 올린 후...
경기를 치르는 거죠. 이 다음에는 여러가지 이벤트가 벌어지기도 하고, 결과가 발표되면서 점점 단체가 성장해 나가는... 뭐 그런 내용입니다.
지금까지 설명한 대로만 본다면 세가의 '만들자'시리즈 같은 운동단체 경영게임과 별반 다를점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궂이 리뷰를 할 필요는 없겠지요.
이 게임의 특징은 역시나 "미소녀 레슬러"들이 등장한다는 점이죠.
맨 마지막은 미소녀와는 좀 차이가 나지만 뭐, 시리즈 전통의 강자이므로...
어쨌든, 이런 미소녀들이 야시시한 옷차림으로 레슬링을 한다!! 이것만 해도 충분한 흥미거리는 된다고 봐야 할겁니다. 게다가 PS2라는 기기 성능을 살려서 성우들이 대거 등장! 그것도 어느정도 애니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번 이상씩은 목소릴 들어봤을 성우들이 때거지로 등장을 하니(현재 대충 세어봐도 40여명 정도 등장을 하는군요), 미소녀물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이지 절대구입해야 할 만한 게임.... 이라고 해야 하겠지만...
이 게임이 전통의 시리즈물 중 하나라는 것이 단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일단 이 게임.. 등장 캐릭터가 대충 해도 100명은 가뿐하게 넘깁니다. PS2나 X박스360으로도 나온 '럼블로즈' 시리즈는 캐릭터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20여명 이내의 캐릭터만을 갖고있죠. 속성 다른 캐릭터 포함한다 해도 40이 안되는 숫자.. 그런 숫자의 캐릭터들이
이런 퀄리티의 그래픽으로 화면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는 점은 확실한 매력 포인트죠.
그런데, 같은 "미소녀 레슬러"들이 등장하지만 일단 이 게임은 2D. 게다가 용량은 럼블로즈의 반 밖에 안된답니다. 이 말은 즉?
게임 속의 경기 그래픽은 이정도가 다라는 것이죠. 게다가...
이거 카드 게임입니다요... 즉 플레이어가 카드와 기술을 골라주면(가령 던지기기술 카드를 고른 후, 그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기술 중 하나를 선택하는.. 그걸로 끝) 그에 걸맞게 그래픽 한장 나오고 끝이라는 거죠. 게다가 위 사진들 잘 보시면 아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2D인데다 캐릭터가 100명이 넘어가다 보니 각 캐릭터들의 얼굴을 일일히 표현하기도 힘들죠. 대전 상대따라 그림을 다 따로 그려야 한다는 건데 그게 쉽겠습니까? 그래서 대전 캐릭터의 기술 동작 장면의 얼굴은 모두 동일합니다. 복면을 썼느냐, 머리카락 길이가 긴가 짧은가, 머리색이 어떤지 정도만 바뀝니다.
쉽게말해 경기장면 보고 있으면 금방 질려버립니다.
게다가 이 게임 최대의 단점인 나이 제한이 사람의 짜증을 극도로 올려 버립니다. "나이제한"이란게 뭔 소린고 하니, 예전 일본 여성 프로레슬링 업계에선 여성 레슬러의 연령을 최대 25세로 제한해 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남성 레슬링에 비해서 '눈요기 거리'라는 것이 더욱 강조돼던 시기였고, 또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적인 문제가 있다보니 25세라는 제한을 둔 듯 한데... 이게 일본에서도 한참 전에 폐지되었다는 점이죠. 지금은 일본 여성 레슬러들 중에 40대의 노장들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 게임은, 게임 처음 발매 당시(아마 80년대 후반이었을걸요..?)의 나이 제한을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한 캐릭터가 15세에 등장해서 25세가 되면 은퇴하는데, 25세가 되는 매년 4월에 바로 은퇴를 하니까 실제론 그 캐릭터를 9년밖에 못씁니다.
그런데 이 게임도 1달 단위로 진행되다 보니, 1년이란 시간은 금세 지나가 버리죠. 게다가 처음에 등장한 캐릭터들의 능력치는 가히 절망적인 수준이라 이 녀석들 해외 원정 보낸다거나 특훈등을 시켜서 쓸만한 캐릭터로 키워내는데는 최소한 2~4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 집니다. 15살짜리 신인 레슬러가 "레슬러"로서 쓸만해 지는 시기는 빨라야 17세가 되었을 때, 느리면 19세쯤 되어야 한다는 뜻인데...
웃긴 것이 19세가 되면 슬슬 캐릭터의 능력치가 하향곡선을 그리게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A급 캐릭터들의 경우엔 21세 정도는 되어야 능력하락이 시작된다지만 그런 캐릭터는 몇 안되고, 대부분 19세부터 다른 짓(영화촬영이나 사진집 촬영 등)을 시키면 바로 능력치 다운. 제가 키우던 주력 캐릭터 하나는 20세때부터 능력치 떨어지더니 은퇴할 때 되니까 거의 15세짜리 신인급 능력치고 급락해 있더군요.
즉, 실제로 한 캐릭터를 키워서 제대로 활약시킬 수 있는 시간은 길어봐야 한 4년 정도밖에 안된다는 점입니다. 더 웃긴게, 해당 캐릭터가 21세가 되면 신인 레슬러랍시고 이름과 머리색만 바뀐 환생 캐릭터가 등장한다는 거죠. 현재 21세로 창창하게 활약중인 캐릭터와 똑같은 녀석이 능력치만 초기화 되서 다시 등장, 선배 캐릭터가 25세가 되서 은퇴하면 환생 캐릭터는 19세가 되어서 슬슬 활약을 시작한다는 거죠.
아무리 생각해도 "무의미한 짓거리"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 되어버리는 겁니다.
예전같으면야 실제 레슬링에서도 25세 연령제한이 있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꾸준히 키우기 위해서(또는 잘못 키운거 수정하기 위해서) 환생 캐릭터 키우는 거야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 2006년 지금의 시점에서 "뻘짓"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죠. 게다가 실제로 경쟁을 해야 하는 것이 타 단체의 캐릭터가 아니라 해외단체의 캐릭터라는 점, 그리고 이 해외단체 캐릭터는 능력치 변동 없이 나이만 변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욕밖에 안나옵니다(덕분에 저도 지금 플레이 중인 단체의 주요 캐릭터들의 환생 5명 모아다가 열심히 교육중입니다..).
여기에, "인기 캐릭터=강한 캐릭터"라는 기준이 있어서, 해외의 초강력 헤비급 레슬러들에 맞설 수 있는 강한 캐릭터는 몇 명 없다는 점이 안그래도 열불나는데 기름 붓는 꼴이 되어버리죠.
즉, 100여명(이 중, 업무제휴로 렌탈만 가능한 캐릭터 50여명을 제외하고 실제 육성 가능한 캐릭터는 약 40여명)중 실제 쓸만한 캐릭터는 10여명 뿐이라는 어이없는 상황이 발생해 버립니다. 결국 이 게임 플레이 하다보면 나중에는 유키코, 미나미, 후유미, 키리시마 같은 몇명의 캐릭터를 누가 먼저 획득하느냐 하는 경쟁으로 바뀌게 됩니다. 다른 캐릭터는 아무리 키워봤자 능력치가 거기서 거기인지라... (게다가 웃긴 것 또 하나. 이 게임의 챔피언 밸트는 나이로 나위어집니다. 18세 이하에 평가치 1000 이하인 캐릭터가 쥬니어급, 나머진 몽땅 헤비급. 즉 능력치 고만고만한 애들이 모여있는 쥬니어급에서나 겨우 통할 실력이라도 19세가 되버리면 막강한 헤비급들에게 은퇴할 때 까지 내내 치여살아야 한다는 거죠)
솔직히 저는 이 게임이 재미있습니다. 예쁘장한 캐릭터들 키워나가는 재미도 나름대로 있고, 저는 특히 성우쪽에 관심이 많아서 유명 성우들이 때거리로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일단 가치는 있다고 할 수 있죠. 저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전통의 팬들이 PS2라는 기기에 맞게 훨씬 더 깔끔하게 그려진 캐릭터들을 보는 경우가 있다는데..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이 게임, "쓰레기"의 반열에 올려도 솔직히 할 말이 없을 것 같습니다. 단조로운 반복작업에 몇년 키우지도 못하는 캐릭터, 언제 다른곳에 헤드헌팅 당할지 몰라서 안절부절 해야죠, 기본 자금력이 틀려서 단체 성장시키기는 짜증나게 어렵죠. 그렇다고 경기장면이 박진감 넘친다거나 플레이 하면서 흥미를 느낄수가 있나(COM의 사기적인 카드 선택 덕분에 차라리 자동으로 맡겨놓는게 훨씬 승률이 높지요..)...
어쨌든 팬의 입장으로서는 나와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 게임이지만, 아쉬움 역시 너무나도 많이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