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PS2] 좋은 소재 이렇게까지 망가트리다니.. 선라이즈 영웅담3!

J-너스 작성일 06.06.06 19: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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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쓰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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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짱공유 가입하고 난 후 게임 게시판에는 처음으로 리뷰를 올리는 것 같네요. 그동안 잡담만 하다가 저도 한 번 써 보고 싶어져서.. 후후...

어쨌든 들어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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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선라이즈. 아실만한 분들은 다 아실 회사입죠.
기동전사 건담 시리즈를 비롯해서 여러가지 유명 작품들을 만들어 낸 애니메이션 제작사.
아마 이 글 보시는 분들 중에서 선라이즈 작품 한번도 안 보신 분들은 없으실 겁니다.
(국내에서도 건담 시리즈 몇편과 사이버 포뮬러는 방영을 했었으니까요.. 아, 예전에 엄마는 초등학교 4학년도 했었죠 아마?)

이런 선라이즈사 작품들의 주인공과 메카닉들이 대거 등장하여 싸운다는 "선라이즈 영웅담".
분명히 다른 작품들에선 찾아보기 힘든 세일즈 포인트는 하나 먹고 들어가고 있지요.
이미 슈퍼 로봇대전 시리즈 등으로 어느정도 꾸준히 팔려준다는 것도 어필이 되어 있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선라이즈 영웅담 시리즈는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공히 '쿠소게임'으로 낙인이 찍혀있지요(쿠소라는 건 일본어로 '젠장, 빌어먹을'등으로 쓰이는 몇 안되는 욕. 즉, 쿠소게임이란 "젠장맞을 게임"정도..? 우리나라에선 주로 "쓰레기 게임"으로 번역이 됩니다).

실제로 저도 1과 2를 플레이 해 보고 20분만에 용산으로 되팔러 갔던 기억이 있을 정도이니..
제가 선라이즈 작품들 팬임에도 불구하고 이럴 정도이니 특별히 선라이즈 팬이 아닌 분들은 어떨지 뻔한 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3가 나왔답니다. 뭐 게임으로서가 아니라 선라이즈 팬들이 "콜렉션" 목적으로 사들이는 수가 꽤 된다고 하니 납득은 가지만...
뭐 어찌됐든 명색이 PS2 말기에 나온, 시리즈 3번째 작품이라는 것에 희망을 걸고 플레이를 해 봤습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한마디만 하자면....

"선라이즈(정확히는 선라이즈 인터렉티브)!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게임을 만든거냐!?"

...... 예, 할말이 없더군요.

일단 이 게임의 기본 스토리는 전작들과 상당히 다릅니다.
일단 전작들은 주인공이 모험 도중 "영웅(즉 선라이즈 기존 작품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들을 만나 악에 대항하여 싸운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형적인 슈로대 스타일입죠.

그런데 이번 작품은... 주인공과 영웅들은 별 관계가 없습니다.
좋게 말하면 보호자, 나쁘게 말하면 용병이랄까요?
도착한 항구에 영웅이 있으면 고용해서 데리고 다닐 수 있다. 전투중에 핀치에 처했을 때 지원요청을 하면 렌덤으로 누군가 나타나서 도와주고 간다. 이걸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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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제목은 [선라이즈 영웅담]이라 해 놓고는 실제 영웅들은 무슨 옵션파츠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죠. 게다가 직접 조종도 불가능. 조종 가능한 캐릭터는 주인공 하나 뿐입니다(가끔 요청 형식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만, 이것도 렌덤이라 나올지 안나올지...).

그렇다고 전투 시스템이 좋느냐? 루리웹의 어떤분 말을 빌리자면 "드퀘냐?!"라고 정리할 수 있겠더군요.
즉 전형적인 80년대 일본 RPG형식으로 싸웁니다. 전투에 들어가면 적들이 전방에 포진.
주인공은 커맨드에서 공격이나 도망을 선택합니다.... 그걸로 끝이예요.
로봇대전 같은 정신기나 기체 개조? 일반 RPG의 마법과 같은 특수공격? 캐릭터간의 화려한 연속기? 그런거 없습니다.
그냥 적들 있으면 세월아~ 내월아~ 하면서 공격할 뿐...
게다가 확인할 수 있는 수치는 주인공의 공격력-회피력-명중률 뿐...
즉 적들의 능력이 나오질 않습니다. 레벨도 없죠. 그러므로 명중-회피 계산은 말 그대로 렌덤~
그것도 수치상의 렌덤이 아니라 적들 크기에 따른 명중률 변화...
어쩌란 말인가...???
그나마 영웅들의 경우, 전투시에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에서의 장면들이 나와주니 그거 보는 재미로 어떻게 참아보려 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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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어디 한두번이지, 맨날 똑같은 그림만 보이니 전투 한두번이면 질려버립니다.
그런다고 그래픽이 극상이라서 눈이 즐거운 맛으로 볼 수 있는것도 아니요, 사운드가 강렬하고 성우들이 빠방해서 귀가 즐거운 맛으로 플레이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말 그대로 인내와 끝기만으로 버텨야 하죠...

뭐.. 그래도 다 좋습니다. 원래 게임이란 것이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는 것이니까, 시스템이 좀 안좋아도 스토리가 좋다면 충분 할테니까요.

그런데 제가 지금까지 대충 10~11시간 정도 플레이를 해 봤습니다만....
프롤로그 적인 스토리 진행 빼고는 전혀 안되어 있습니다. 아니 스토리가 있는건지 조차 의문이더군요.
최소한 10시간 정도 플레이 하면 어느 정도는 앞이 보여야 하는데 이건 뭐...

그나마 현재까지 알아낸 바로는

"이 세계에는 각종 운송로-교역로에 출몰하는 '클라우드 메나스'라는 집단이 있는데 쉽게 말해 공적(배타고 날아다니는 해적.. 이랄까요?)이다. 이런 공적들의 공격에 대비해서, 그들의 공격에 맞서서 버틸 수 있고, 그러면서도 정해진 기한까지 물품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는 신형 함선을 테스트 중인데, 어쩌다 보니 주인공이 이 배의 함장 겸 파일럿이 되었다. 이 배의 홍보를 위해 실제 교역에 종사하면서 전투를 행하라"

정도입니다.
제 고질병인 글 길게쓰기를 이용해 뭔가 있어보이게 쓰려고 했지만, 뭐 한마디로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 게임의 (최소한 현재까지 밝혀진) 목적은 "배 광고"입니다.

그리고 이 배의 광고, 즉 "전투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송선"이란 모토 덕분에 이 게임의 주 목적은 전투가 아닌 "교역"에 치중됩니다.

상업 오피스에서 의뢰를 받거나, 각 항구의 물품들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리는 지방에 가져다 팔고, 그러다 적들이 쳐들어 오면 전투도 하고 해서 랭크를 올리는 것이 주 목적...

그런데 이 시퀜스.. 어디서 본듯한 것 아닙니까?

길드에서 의뢰를 받거나, 각 항구별 특산품을 사다가 다른 지역에 팔아 이윤을 챙기고, 해적들이 공격해 오면 전투도 하고 해서 명성을 올리는....

예... 대항해 시대올습니다.
말 그대로 이 게임, 선라이즈판 대항해 시대인 것이죠...

현재 제가 "그래, 어디 갈때까지 한 번 가 보자"라면서 플레이를 하고는 있습니다만, 분명히 유명한 로봇 애니메이션의 메카닉들이 대거 등장하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제 목표는 "추가 컨테이너 달아서 한번에 교역할 수 있는 양을 늘리고, 엔진 개조해서 항해일수를 줄이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나니 의욕이 싹 달아나기까지 하네요...
(전투요? 위에 썼듯이 덩치 큰 놈 나오면 잘 맞고, 작은놈 나오면 잘 안맞으니 그냥 되는대로 싸울 뿐입니다요...)


솔직히 이 세계관으로 대항해시대 온라인 처럼 만들면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최소한 1인용 콘솔 게임으로 만들어서 팔아먹고 있는 한은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습니다요.


만약에.. 진짜 만약에 입니다만... "나도 선라이즈 애니메이션 팬이니까 이 게임 한번 해 보시겠다"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먼저 대항해 시대를 즐겨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런 게임을 끝까지 만들어서 팔아먹을 수 있다는 점애서, 당신들이야 말로 (다른 의미로) 영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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