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배우는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있지요. 제 기억이 맞는다면 아마 "영어와 독일어는 처음 배울 땐 죽음인데 뒤로 가면 좀 쉬워지고, 일본어와 불어는 처음 배울 땐 쉬운데 뒤로 갈수록 지옥이다"라고요.. 독일어와 불어 위치가 바뀌었을 수도 있긴 한데 어쨌든 대충 그렇습니다.
즉, 영어는 처음에 어려운 문법이니 뭐니 하는 것들을 끝내 놓으면 다음에는 상대적으로 쉬운데 비해, 일본어는 우리말과 문법이나 순서도 비슷하고 해서(심지어는 발음이 거의 같은 말도 많고..) 처음엔 배우기 쉬운데, 뒤로 갈수록 이상한 것들이 많아져서 짜증이 난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어가 절대 배우기 쉬운 언어란 뜻은 아니구요, 말 그대로 상대적으로 비교를 해 봤을 때 그렇다는 것입니다. (이거 원, 영어 배우는 분들에게 욕 들어먹는거나 아닌지 모르겠습니다요..)
일본 게임들의 정발작들을 보면 자주 스토리에 대한 광고가 나옵니다. 장엄한 스토리라던가 재미있는 스토리라던가.. 뭐 이런저런 광고가 붙지요. 미국산 게임들에선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말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는 스토리가 꽤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RPG류 게임에서도 미국산 게임들 광고를 보면 스토리가 어쩌구 하는 내용은 거의 없습니다. 리뷰등을 봐도 그렇지요.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그래픽에 대한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을 하는데...
뭐 어찌됐든 제가 하고싶은 말은 그겁니다. 그만큼 일본산 게임들은 대사의 번역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괜히 더 끌고가면 쓸데없이 내용이 길어질테니 여기서 잠시 화제전환. 여러분들은 게임 번역자에게 있어서 가장 맡기 껄끄러운 게임이 무었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많은 분들이 "일본식 개그(소위 '다쟈레'라고 칭해지는 말장난)가 들어간 게임"이라고들 하실겁니다. 실제로 이런 말장난이 게임의 재미 중 거의 반을 차지하는 [반숙영웅 대 3D]같은 게임의 경우 원작으로 할 때에 비해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말장난이 적었던 디스가이아 같은 경우 오히려 원작에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아니, 원작에선 평이하게 지나간 부분을 번역자의 센스를 덧붙여서 캐릭터들의 개성을 더욱 강조한 경우도 있었지요. 위에 설명한 디스가이아 같은 경우만 해도, 게임 시작시에 주인공 라하르와 가신인 에트나의 대화중에 "전하께서 쳐 주무시는 동안에..."란 대사가 나오지요. 이 대사는 광고 대사로도 인용될 정도로 유명한 대사인데, 실제 원문 대사는 "전하께서 자고있는 동안에.."란 평이한 대사일 뿐입니다. 그런데 번역자의 센스가 가미되서 에트나의 괄괄한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지요. 그리고 반숙영웅 같은 경우도 물론 원작보다 떨어지긴 하지만 나름대로 깔끔하고, 또 우리식으로 봐도 재미있는 대사들도 꽤 많이 만들어 냈습니다(한글판 나오기 전에 업계 사람들이 "그걸 어떻게 번역을 하겠다고..."라고 다들 걱정하다가 그정도 퀄리티로 나와준 것을 보고 "역시나 외국어 업계의 프로, YBM이다!"라고 다들 경탄한 적이 있지요).
뭐 결국, 번역자의 실력과 센스가 좋다면 게임의 완전한 재미까지 다 전달하진 못하더라도 충분히 쓸만한 작품이 나와준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 말장난이 일본 게임(아니, 심지어는 드라마나 영화, 애니에서도..)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온통 이런 말장난으로만 도배를 한 게임의 수가 그리 많은것도 아닌데다 이런류의 게임은 매니아 취향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정발될 가능성이 적기도 하지요. 번역자 입장에선 그다지 신경 쓸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게임들이 번역하기 가장 까다로울까요? 그 첫번째는 바로 "원작이 있는 작품"이고, 두번째가 "일본 고대나 중세를 다룬 게임"입니다.
이유를 들어보자면...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그 게임을 구입하는 유저 중 대다수가 해당 원작의 팬인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런만큼 처음 접하는 게임이라도 유저들이 많은 정보를 미리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원작 팬들의 경우 이상한 부분에서 집착을 보이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이게 고생이라는 점이지요. 가령 간단한 예로 슬레이어즈를 들어 볼까요?
리나 인버스의 최강 주문은 물론 라그나 블레이드나 또 뭐더라..? 어쨌든 그런 기술이지만, 이 두 주문은 말 그대로 비장의 무기, 최종 결전병기겪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드라그 슬레이브'였던가 하는 기술을 많이 쓰곤 합니다. 실제로 여러 슬레어즈 게임들에서 최강 마법으로 나오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게 국내에선 "드래곤 슬레이브"라고 잘못 알려져 있어서 문제인 것입니다. 아마 우리나라 방송판만 접해본 분들이 원문 그대로 "드라그 슬레이브"라고 쓴 대사를 보면 "저거 오타다!"라고 하실겁니다. 반대로 우리나라 방송판에 맞게 "드래곤 슬레이브"라고 바꾸면 원작에 대해 아는 유저들은 또 "번역이 왜 저래? 일본어도 제대로 못 읽나?"라는 소릴 들을 겁니다.
이것은 간단한 예시였습니다만, 실제로 깊이 파고들면 진짜 복잡해 집니다. 캐릭터 이름에서부터 세계관 문제까지 정말 다양한 부분에서 사람 골치를 썩이거든요. 건담 시리즈처럼 잘 알려지면 알려질 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집니다.
원작이 없는 게임의 경우 그냥 있는데로 번역을 하거나, 아니면 번역자의 실수가 있다 해도 큰 오류가 아니라면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잘 알려진 작품이라면 유저들 역시 해당 내용에 대해 상당한 지식을 가지고 있을테니 정말 어영부영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뭐 이런 경우야 해당 원작에 대해 빠삭한 번역자를 부르면 되는 일이지만, 앞서 화에서 이야기 했듯이 실제 게임 번역자들 중에 원작이 있는 작품에 빠삭한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잘 해 봤자 게임과 애니 등에 빠삭한 게임잡지 출신자들이나 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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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뭐, 운이 좋게도 번역자가 해당 원작에 대해 빠삭할 수도 있고, 아무 생각없이 있는데로 번역을 했는데 내용상 큰 무리가 없어서 잘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이 있는 작품의 경우 분명히 다른 작품들에 비해 어렵긴 하지만 뭐.. 용기와 노력으로 충분히 때울 수 있기도 합니다(단지 그 용기와 노력이 사람 귀찮게 만들어서 문제지만요..).
정말로 맡기 싫어지는 게임은 바로 일본 고대나 중세를 다룬 게임입니다. 이것도 이유는 여러가지 있지만 가장 큰 것은 "할 때는 무지 어렵게 했는데, 다 끝내고 난 후에 남는게 없다"라는 것일 겁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 다들 세계사는 배우셨죠? 뭐 깊게 파고들진 않으셨을 테지만 그래도 나폴레옹이 누구고 히틀러가 어떤짓을 했으며 칭기즈칸이 뭐하던 사람인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쟌 다르크가 어떻게 죽었고, 태양왕 루이 14세가 자기를 뭐라고 불렀는지도 대충 아실테고, 고대문명의 발상지가 대충 어디인지, 중세유럽의 유명한 왕가들 이름이 부르봉인지 합스부르큰지 어쨌든 대충 이름만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자 그러면, 일본쪽에 대해서 볼까요? 우리나라에 게임으로도 나온 "요시츠네 영웅전"의 주인공 미나모토노 요시츠네가 분명히 "미나모토노"라는 성으로 불리우는데 어째서 겐지의 사람이라고 불리우고, 그 라이벌이었던 타이라노가 사람들은 어째서 헤이시라고 불렸는지 아십니까? 무로마치 시대가 어느 시대이고, 아즈치 모모야마 시대가 어느시대인지 아시겠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번역자는 물론이거니와 그 번역물을 보는사람 입장에서도 이게 대체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하는 생각이 들게 마련입니다. 뭘 알아야 이해를 해 먹지 않겠습니까? 책이었다면 역주나 주해를 달아서 그에대한 설명을 해 줄 수도 있고, 영화나 드라마라 해도 더빙이 되어 있다면 자막으로 해당 설명을 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게임은 그렇지 못하죠. 잘 해 봤자 옵션등에서 약간의 설명이 붙는 정도?
특히 전국시대를 다룬 게임 중 몇가지는 진짜 돌아버리게 만듭니다. 일단 전국의 여러 다이묘들이 다 나오니 상황따라서는 전국 각지의 사투리가 다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고, 또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관직에 있는 사람의 경우 관직명을 함께 불러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게임의 경우, 사투리가 아니더라도 고어체, 요즘 알아듣기 쉬운말로 하자면 '하오체'가 많이 쓰입니다. 이렇다보니 현대 표준어만 배운 사람들이 이걸 번역하려면 더도덜도 아닌 진짜로 "나 이거 안해!!"라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지요.
예전에 한번 이야기를 했었지만, 저만 해도 풍운 막말전이란 게임의 번역 도와줄 때 온갖 사투리에 특수 방언, 거기에 주요 인물들 중 몇명은 관직명까지 튀어나오는 덕분에 거의 죽다 살아났습니다. 사실 한국인이 할 짓이 못되더라구요. 우리나라 사투리도 잘 모르는데 저 섬나라 사투리(그것도 그나마 많이 들어본 간사이벤이 아니라 어디 알지도 못하는 요상망칙한 동네 사투리가 튀어나오니 원.. 게다가 기녀들 말투는 또 왜 그런지... 오방도스에~~ 가 대체 뭔 말이냐구~~!!!)를 어찌 알 것이며, 삼정승과 판서를 제외하면 어느 관직이 정 몇품인지 종 몇품인지도 구분 못하는데 무슨무슨 가미 며 무슨무슨 우에니 하는 일본 관직명을 어찌 알겠습니까?
물론 이러한 게임들의 수도 그리 많지는 않지만 예전부터 그래도 꾸준하게 일년에 몇편씩은 이런 게임이 만들어 졌고 또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데다, 이상하게 그런 게임들이 가끔씩 정발이 되곤 하니... 그나마 전국시대나 막부말을 다룬 게임의 경우 우리나라 사람 입장으로선 심히 보기 안좋은 인간들이 미화되어 나오는 경우가 있어서 심의 통과를 못할 수도 있으니 괜찮지만(얼마 전 새로나온 코에이사의 '전국무쌍2'만 해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툭하면 "모두가 웃으면서 살 수 있는 태평성대를 만들겠다!'라고 떠들곤 하죠. 조선인, 특히 적국-전라도-인들 다 죽이라면서 안되면 코라도 베어와라! 라며 잔악성을 드러내던 인간이 무슨 얼어죽을 "모두가 웃으면서 사는.."이냐구요 대체...), 그 전이나 그 후의 시대라면...?
어쨌든 일본 입장에서야 다들 역사시간에 배우는 내용이고, 또 자기네 역사니까 미화시키는게 당연하지만 번역하는 한국인 입장에선 진짜 죽을 맛입니다. 다쟈레라 불리우는 말장난이나 원작 팬들에게 씹힐 가능성이 있는 게임들은 솔직히 여기에 비하면 양반이죠..
자, 그럼 번역자 입장에서는 이러한 게임들이 가장 짜증이 났습니다만, 그 게임을 발매하는 입장에선 어떨까요? 사실 번역의 질이야 제작사 입장에서 참견할 수 있는 부분이 그리 크지 않으니 별 문제는 없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번역이라도 뭐 고생은 번역자가 하지 업체가 하나요.. 하지만 역시나 업체 입장에서도 짜증나는 물건들은 있게 마련이니...
딱 꼬집어서 말하자면 슈퍼 로봇대전을 들 수 있습니다. 전에도 한번 리플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판권료 문제 때문에 짜증이 나는 게임이거든요.
전에 언급했듯이 로봇대전의 판권료는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일단 선라이즈 작품들의 경우엔 그 대주주가 반다이다 보니 큰 문제는 없을테지만, 다른 작품들.. 가령 가이낙스의 에반게리온이나 곤조가 깊게 관여한 기동전함 나데시코 같은 작품들은 해당 작품의 원 제작사, 그리고 해당 작품들의 OST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회사들이 따로 있습니다. 게다가 꽤 오래전부터 선라이즈가 로봇 애니메이션을 거의 만들지 않다보니 신규 참전작들 중 상당수는 반다이가 판권을 가지지 못한 회사의 작품들이 끼어드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것도 제작사들이 다 제작각이다 보니 판권료가 실제적으론 얼마 안된다 해도 워낙에 여기저기 나가야 할 부분이 많죠. 아니, 자사의 작품인 건담만 해도 그렇습니다. 일단 선라이즈가 일부 가지고 있지요, 반다이와 반프레스토가 일부 가지고 있지요, 게다가 통합 관리하는 소츠 에이전시라는 회사가 또 따로 있습니다. 여기에 각 작품마다 음반 발매회사가 다른 경우도 있고...
이렇듯 자사의 작품인 건담만으로도 머리가 아파지는데 타사 작품까지 끼어드니....
로봇대전 해 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맨 처음 시작할 때, 타이틀이 나오기 전에 회사 이름 십여개가 쭈~욱 나오는 걸 보신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게 다 게임 제작시 판권료를 지불한 회사들의 이름이지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 우리나라에서 만약 이 로봇대전을 발매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반다이 자회사인 반다이 코리아에서 내니까 판권료가 필요 없을거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오산입니다. 정확한 시스템은 잘 모르겠지만, 반다이 코리아가 반다이의 자회사이긴 하지만 법인이 다르던가? 하는 이유로 실질적으로는 다른회사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반다이 코리아의 자산 중 상당수가 반다이 대만인가 필리핀에서 자산지원을 해 줬고, SCEK만 해도 일본 SCE로부터 자산지원을 받은적도 있습니다. 근데 이게 그냥 자회사에 자금지원을 해 준 것이 아니라 나중에 다 갚아야 할 돈이라는 거죠.
뭐 경제 부분은 제가 잘 모르니 넘어가겠지만, 어쨌든 우리나라에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일본 회사들의 자회사겪이긴 하지만 실질적으론 딴 회사 취급받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만약 반다이 코리아에서 로봇대전을 발매하려면 일단 반다이의 승인을 얻은 후, 반프레스토(로봇대전 실제 제작사)에서 판권을 사와야 합니다. 이 때 동시에 게임 제작에 관여한 모든 회사들에 다 판권료를 지불해야 하죠. 아니 반프레스토에서 처음 만들 때 판권료 지불했는데 또 무슨 판권료냐? 하시겠지만 앞서 말했듯이 딴회사 취급을 받기 때문에 이쪽에서 로봇대전을 "재사용"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판권료를 따로 지불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지요.
여기에, 일본과 우리나라의 환율차이라는 것도 있지요. 전에도 언급했지만 반다이에서 [기동전사 건담 해후의 우주]라는 작품을 정발 할 때, 판권이 다른 회사에 있는 노래 한 곡을 집어넣기 위해 1억이란 돈을 썼습니다. 일본에서 받는 돈이야 천만엔이었겠지만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니 1억이 되버린 거죠.
1억이 뉘집 개이름도 아닌데다, 국내에서 게임 제작하고 발매하는 비용이 이러저러 해서 대충 10억 선에서 왔다갔다 한다 하면 전체 제작비의 10%정도가 노래 한곡때문에 나갔다는 뜻이 되는거죠. 그런데 그러한 작품, 노래들이 더 많은 로봇대전이라면...? 그저 나무아미타불일 뿐입죠...
일반적으로 국내 게임업체에서 중박으로 생각하는 판매량이 약 6~7천장. 게임 가격이 48000원이다 치면, 대충 3억 4천만원 정도의 수익이 오르면 본전은 뽑았다라는 소릴 듣습니다. 아니, 이것은 소비자 판매가고 업체에서 도매상에 넘기는 금액은 더 적을테니 대충 3억 정도라고 치죠.
중소규모 제작사들에서야 기본 판권료가 많이 안들어가는 작품들을 꼽으니 상관 없겠지만, 소위 유명 제작사들이 발매하는 대작게임들의 경우엔 이 기본 제작비.. 장난 아니게 뜁니다. 여기에 엉뚱한 회사에 대한 판권료까지 포함이 된다면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게 되겠지요.
물론 우리나라에서 기본 판매량이 5만장 정도 되고, 대박 작품이면 한 7만장 정도 나가주는 상황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준 대작 게임들이 1만장 나가주면 제작사에서 만세를 부르는 상황이다 보니...
뭐 로봇대전 시리즈야 그 중에서도 특별한 경우입니다만, 그에 못지 않은 게임들도 꽤 많습니다. 가령 코에이의 전국무쌍의 경우, 그 엔딩곡을 가수 BoA가 불렀는데 그 판권료 때문에 국내 정발시에는 짤려나간 적이 있습니다. 십수년전 애니메이션 곡인 건담의 삽입곡이 1억이었으니 보아 노래면 과연 얼마가 될 지 상상이 되실런지..? 요즘 나오는 작품들 중에서도 우타다 히카루가 주제가를 부른 킹덤 하츠 시리즈나 요즘 잘나가는 가수 시마타니 히토미가 주제가를 부른 A.C.E같은 게임의 경우 판권료로 돌아버리게 만들 게임들은 상당수가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작품들은 또 대작인 경우가 많죠.. (킹덤 하츠는 스퀘어 에닉스가 디즈니랑 손잡고 만들었죠, A.C.E의 경우엔 제작은 반프가 맡았지만 역시나 다양한 회사의 작품들이 믹스되어 있지요.. 거기에 가수들 이름값이 또 장난 아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체로선 쉽게 대작게임에 손대기 힘든것이 사실입니다. 중박 게임들만 팔아서는 수익 내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대작게임을 선뜻 내기에는 본전도 못 뽑을 가능성도 다분하고... 유저들은 "대박게임을 안내주니 우리가 안사는거 아니냐? 파판같은 대작게임 한글화 해서 정발 해봐라! 사지 말래도 산다!"라고 하지만 업체 입장에선 일부 팬들의 말만 믿고 발매할 수도 없는 상황....
제작사 잘못인지 유저 잘못인지,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 하는 시비는 여기서 따질 계제가 아니지만, 어찌됐든 협소한 국내 콘솔게임 시장에서는(아니 이미 박살난 PC게임 시장도 마찬가지지만..) 이러한 대작의 발매는 꺼려지는 일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번역 문제는 어쩔 수 없다지만, 이런 판권료 문제는 시간이 지나서 우리나라 게임시장이 충분히 커진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요소라는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아아~ 더 쓸 내용이야 많은데 이미 짜증날 정도로 글이 길어진 관계로 더는 못쓰겠고... 결론은 그겁니다. 게임 한글화... 그거 여러모로 복잡한 일이라는 거죠. 게임업계에 관여했던 사람으로서나 한명의 유저로서나 이런 착잡한 상황이 하루라도 빨리 타개되길 기대하고는 있습니다만.. 어려운 문제지요.. 쓰읍...
ps. 크윽.. 결국 오늘도 불치병 치료는 물건너 간 상황.. 게다가 2화 분량 글을 억지로 줄였더니 내용도 엉망진창... 심히 보기 괴로운 글 보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인사를 드립니다요..
ps. 한글화 이야기는 여기서 끝.. 다음회엔 게임업계 뒷이야기 마지막 이야기로 제가 게임관련 일을 해 오면서 가장 어이가 없었던 두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아마 글을 보시면 어이가 없고 헛웃음만 나오실테지만, 분명히 그런 사람들도 있었다는 것 정도는 알리는게 좋을 것 같아서요.. (그만큼 황당한 인간들입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