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목숨걸어온 인생... 그중에서도 제게 있어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게임은 D&D.. TRPG인 던전즈엔즈드래곤즈입니다. 요즘엔 룰북구하기도 힘들지만... 그래도 가장 재밌게 했고 개인적으로 가장 위대한 게임이라 생각하는 던전즈엔즈드래곤즈를 소개하고자합니다.
판타지에 대한 동경을 키워가던 어린시절 저는 '판타지만화를 그릴테야!' 라며 만화가로의 꿈을 키워왔습니다. 상상력이 풍부했던 시절인지라 판타지세계의 로망과 꿈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했죠... 그러던 중학생시절... 게임메거진에 매달 소개되던 D&D라는 존재는... 정말 메가쇼킹이었습니다. 후후;; 그리고 마침 디엔디 룰북세트를 구입한 친구가 있어 이를 중심으로 우리 D&D맴버가 결성되었고 아직까지도 이 멤버를 중심으로 긴 인연을 이어옵니다. 어쨌건 생소한 책과 수많은 규칙들... 첨보는 요상한 주사위(6면체야 흔하지만..4면체 8면체 10면체 12면체 20면체는 당시 신기 그 자체였죠) 나라는놈이 정말 주사위운이 더럽구나..라고 느끼는 하루가 저와 D&D와의 첫 만남의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건... 정말 시기도 적절하게도... 그때 학교보다 더 많이 등교하던 오락실에서 D&D 라는 게임이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타워오브둠(1)이 막 황혼기(?) 에 접어들어 구경도 못할때 셰도우오브마스타라(2)가 등장한거죠. 덕분에 아련히 룰북 속의 상상물을 어느정도 구체화하며 상을 떠올릴 수 있는 일종의 참고서 역활을 하였고... 그때부터 내 인생 가장 길게 즐긴 (즐기고 있는) D&D와의 인연이 시작되었던거죠. 첨엔 뭐가 뭔지 모르고 D&D룰북을 가지고 있는 친구에게 이질문저질문하대며 학교쉬는시간을 수다로 꽃피웠습니다. 조잘조잘 정말 말도 많았죠..-_-; 생각해보면 디엔디하기전엔 맨날 킹오파에대한 열띈 토론(효율적인 연속기와 판정의 오묘함, 2지선다와 심리페턴의 심도있는 연구등등) 으로 이야기꽃을 피웠으니 주제만 바뀌었을뿐 별 다를바 없네요..; 하여튼 이놈의 게임이 익숙하고 룰에대한 이해와 더불어.. 대략 전 몬스터의 이름과 스펙에대해 통달하고 룰북에 명시된 미묘한 어법의 차이까지 꾀고 마법과 스킬등을 마스터할정도가 될때까지... 대화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마스터하고 난 후에도 그달 그주 플레이했던 뒷썰을 풀어놓고 가끔 던전마스터(설명은 뒤에 나옴)에게 감내놔라 배내놔라 란식으로 아이템을 달라 협박도 하고... 웃겼던 명대사 곱씹기도... 그 상황에선 이랬음 더 좋았을꺼란 아쉬움의 말도... 정말 D&D와 관련된 이야기는 해도해도 끝이없이 계속 되었고 끝난다 싶음 또 다른 이야기거리가 나와 어느샌가 애들 모두 달변가(...)가 되어있을정도로 혀를 혹사시켰죠. 단순히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도.. 모든걸 D&D에 대입해 이야기하고.. (영화에서 둔기에 맞아 쓰러지는걸 친구랑 같이 보게되면 '오.. 저 무기 몇D몇일까?(데미지를 주사위로 굴리기때문. 가령 단검은 4면체 주사위를 굴리기때문에 1D4(1~4) 롱소드는 8면체 주사위를 굴리기때문에 1D8 이런식..)' '글쎄..노말맨(일반인)한방에 전투불능 될려면 1D4쯤 안되겠나? 딱 4떠서 죽었네' '어 아직 살아있네?' '아직 전투불능이구만.. 저거 포션먹여야한다'등등) D&D하는중에 녹음한 테이프를 다시 청취하며(그때 내 목소리가 그렇게 비호감인지 처음 알았다)웃기는말에 배잡고 뒹굴고... 정말 D&D와의 만남은 내게 있어서 일생의 가장 큰 변환점이 된 계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합니다. 제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친구들을 만나게 해준 것이었으니..ㅎㅎ
자 간단하게(?) 게임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기본적으로 주사위를 굴려사 하는 게임입니다. 보통 D&D가 뭐냐?라고 물으면 대답하기 복잡하고 귀찮고 힘듬으로.. 간단하게 '부루마블 비슷한거'라고 설명해버리죠...ㅎㅎ;(이는 메직더게더링하는사람에게 뭐하는 게임이냐? 라고 물을때 '유희왕'같은거다 라고 말할때 느껴지는 굴욕감과 비슷함..;) 주사위사용은 많이들 익숙할 능력치를 정하고(힘,지능,지혜,민첩,건강,매력) 이를 사용할때 이보다 낮은숫자를, 캐릭의 생명력을 정하고(생명력이 랜덤하게 오름. 전사는 8면체를 굴리기때문에 레벨당 1~8의 생명력을 얻고 마법사는 레벨당 1~4의 생명력을 얻음) 전투가 시작되면 레벨과 클레스에따른 명중굴림(20면체를 굴려 높은숫자가 나와야 하는데 상대의 방어력이 높으면 요구하는 숫자가 높아지기에 더 명중하기가 힘들어짐) 무기에 따른 데미지 굴림... 뭐 이런식으로 컴터겜이면 알아서 계산해줄 공격과 방어의 계산을 일일이 주사위를 굴려서 플레이하게되는거죠.
그리고 유저는 두가지로 나뉩니다. 던전마스터와 캐릭터플레이어... 던전마스터의 역활은... 캠페인의 제작입니다. 그 세계를 만들고 그곳 모든생명을 창조하여(창조 라기보단 룰북의 있는 것들을 가져다) 세계각각에 배치.. 그리고 플레이어들이 만나고 싸울수 있는 모든 NPC와 몬스터 던전..함정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이야기' 시나리오를 만들어 제공하는역할이죠. 캐릭터플레이어는... 룰북에 명시된 7가지의 직업(전사,마법사,성직자,도적,하프링,드워프,엘프) 중 택일하여 정해진 룰에 의해 캐릭을 만들고.. 그 캐릭에 '성격'을 부여해 던전마스터가 제작,제공한 캠페인속에 뛰어들어 '플레이'하는것이 이 캐릭터 플레이어의 역할입니다. 두 대립적인 구도가 게임을 이끌어가게 되는거죠.
가령 아녀자를 희롱하는 한량과 조우를 하게됐을경우...(던전마스터가 이런 상황을 대게 6하원칙으로 플레이어에게 묘사해줌)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명예를 중요시여기는 기사라면 이를 용납하지 못할것이며... 자신의이익만을 생각하는 도적의 경우에는 못본척 지나가는거죠. (플레이어는 행동을 선언하며 이때 '양념'으로 대사도 집어넣어주면 더욱 맛있는 플레이가 됨) 이때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상황과 시나리오는 유동적으로 변하며 또다른 상황을 만들어줍니다. 언뜻 디엠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일자형 진행이 될것같지만... 거대한 하나의 줄기만 잡아줄뿐(메인퀘스트) 모든 행동으로 부터 만들어지는 자잘한 상황들은 플레이어캐릭터의 역할에 의해 같이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는것이 이 게임의 가장큰 재미이자 묘미입니다.
이것의 매력에 대해 좀더 디테일하게 설명하자면...
우선 DM(던전마스터)는 그 세계에 있어선 창조자와 같으며 모든 상상력을 펼칠수있는 그런 재미가 있습니다. 많은 npc와 많은 악당몬스터... 수많은 영웅담과 수많은 서사시.. 패러디... 전설과 괴담등... 머릿속에 있을 자신의 공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칠수 있는거죠. 플레이어 역시 자신의 캐릭터로 판타지세계에 몰입하며 그곳에 있는 주민으로서..영웅으로서..악당으로서..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존재하고 이를 느낄수있는 가상체험을 할수있죠.
물론 이와 같은 그린듯한 재밌는 플레이를 하기위해선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일단 룰불부터 이해해야하며..(게임 어떤 방식인지는 알아야..;)단순하지만 꽤 복잡한 많은 것들을 익히고 지켜야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DM역시 많은 것을 보고 많은것을 공부하고 많은것을 알아야 보다 세세한 그 세계를 플레이어에게 보여줄수있습니다. 중세배경이라면 복식과 예절 문화...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것이며.. 지리학적 지식 세계역사를 통해 알게되는 인간군상의 모습등.. 중세세계에 대해 어느정도 지식이 있어야할것이며... 그것과 판타지가 접목해... 어찌하여 이곳에 드워프가 정착하며 살 수가 있는것인가? 부터 시작해서 자잘한 모든것들을 '그럴싸 하게'설정하고 이를 설명할수 있어야 하죠. 플레이어도 자신의 캐릭터에대한 애착을 가지고 자신이 창조해낸 인간이 되서 그 인간의 성장과정으로 생성된 성격과 행동을 그때 상황에 맞게 플레이해야합니다. DM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나뉘어진 분기대로... 그리고 완전 시나리오를 벗어나 완전 다른곳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든것들은 플레이어가 아닌 플레이어캐릭터의 선택이라는걸 숙지하고 이를 지켜야하는 거죠. 물론 말했지만 위의 것들은 더욱 재밌는 게임을 위한 높은단계일뿐... 처음부터 저렇게 빡세게 이것저것 생각하며 지키고 게임을 한다면... 재미는 커녕 금방 실증나고 짜증이 밀려오겠죠..^^;
물론(너무 물론이란 말을 남발하는군요; 자제를해야지..;) 이 역할극이 D&D의 전부이며 모든것은 아닙니다. D&D그 자체만으로도 밸런스가 잘짜여진 재밌는 게임임이 틀림없습니다. 우선 캐릭터의 직업들은... 모두 각각의 개성들을 가지고 있는데... 흔히들 요즘 온라인게임...MMORPG에서 많이들 저지르는 실수중하나인 '도적'이라는 직업군에 대한 존재의의를 가르쳐주죠. 대게 온라인게임에서 도적을... 방어력 낮은대신 회피력이 빠르고 공격력이 낮은대신 공속이 높다.. 뭐 이런식으로 캐릭특성을 잡는데... D&D에선 이런 공식자체가 말도안되는 어거지입니다. 아니 좀도둑질이나 하고 살금살금 돌아다니는 도적따위가... 어떻게 강한 육체와 정신으로 무장한 이른바 '밥만먹고 칼질만 하는 무식한' 전사와 그 전투력을 놓고 비교를 할수가 있단말입니까? 도적의 존재의 가치는 D&D의 꽃 던전안에서 확연히 보여집니다. 도적이 없으면 던전 플레이가 불가능할 정도로 그 존재감은 크며 (발더스게이트를 해보신분들은 아실듯)없어선 안될 존재인겁니다. 그런 큰 메리트가 있기에... 전투력같은건 거의 있으나 마나한거죠. 물론 온라인게임상에서 그렇게 특징지어지게된(전투력높은도적) 이유는 게임상에서의 메리트가없기때문이겠죠. 던전에서 함정체크하고 함정을 해제... 비밀문탐지.. 작은소리듣기.. 암호해독.. 벽타기등 이런 도적만의 스킬을 표현할 길이 없기에 전사보다 모든게 떨어지는 도적을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을수 밖에 없는거죠. 그러니... 메리트 부여랍시고 뛰어난 회피력과 빠른공격속도 아님 기습공격 (그림자숨기와 연계)을 집어넣어 전사와 맞먹는 회피형전사를 만들어내는거죠... 또 마법사의 존재는... 온라인게임에서처럼.. 긴~캐스팅후에 팍 쓸어버리는 광역마법이 모든것인양 묘사되고 있는데.. 사실은 학자에 가깝죠. 1레벨 마법사라면... 하루에 단 한번의 마법을 사용할수있음으로... 정말 아끼고 아끼고 아껴서 결정적인 순간에도 아껴서 결국 하루에 한번도 쓰지않고 넘어가야 '제대로'된 플레이를 하는거라 할수있는게 마법사인겁니다. 에게..이게 무슨 간달프냐? 하시겠지만 마법사는 굳이 말하자면 학자이며 지식창고이고 조언을 할수있는 두뇌에 해당하는 직업인겁니다. 알고 있는것이 힘이며 이것을 효율적으로 이용할수있는것이 마법사인거죠. 물론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많은 마법을 사용할수있습니다. 하지만 '공격'마법은 마법사가 가진 마법에있어 정말 극소수일뿐 진정한 마법의 가치는 '공격'이 아닌 플레이도우미역할인거죠. 현혹, 슬립, 마법체탐지, 마법사의 눈, 언어해독, 마법사해독, 악으로부터보호,방어막,복화술,분석,투명술,초감각,환상,분신술등 단순한 공격마법이 아닌 사용과 응용에 따라 몇배나 더 효과적것들이죠. 당연히 전술개념 또한 있는지라 주위 상황과 사물등을 이용해 상황을 보다 유리하게 전개해 나갈수도 있습니다. 상황과 시간적, 물질적 여유만 된다면... 다들 잘 알고 있을 제갈량의 수를 써서 많은 적을 골려줄수도 있을것이며, 바람의 방향을 이용해 화공... 자연물을 이용한 간단한 부비트랩 매복 기습, 은폐엄폐, 양동작전등 플레이어의 역량과 요령에따라 무한한 전술적 유리한 게임을 이끌어나갈 수 있습니다. 또 역할극적으로 말빨로 구슬려 차도살인지계를 벌인다던가.. 돈으로 사주.. 포섭 협박, 도움요청, 줄행량, 사기 등등도 하나의 재미죠. 이런식으로 모든 클레스는 각각의 메리트와 각각의 가치를 지니며 모두의 개성이 모여 각각의 역할을 수행해 나갈때... 그 톱니바퀴 맞물리는듯한 협동된 플레이로 던전마스터가 만든 난관에 부딛혀 하나하나 승리하고 해쳐나갈때의 희열은 정말 게임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주는 통쾌한 쾌감입니다.
물론 이렇게 장점만 있는 게임은 아닙니다. 이 모든 재미는 유저들이 만들어나가는것이며 서로 돕고 서로 이해하며 서로 재밌게 프레이했을때만이 이 게임을 진정 재밌게 할수 있는겁니다. 만약 먼치킨(뜻은 다들 아시죠? 이 먼치킨의 유레는 D&D에서 나왔답니다) 유저가 있다면 그 깽판 플레이에 자기 스스로도 금방 실증을 내지만 더큰문제는 모든 플레이어를 재미없게 만들어버리며 던전마스터에게 상처를 줄수 있습니다. 또 가령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곧 게임의 재미로 이어지지만... 지나친 애정으로 인해 자신의 캐릭을 해꼬지한 던전마스터나 다른 플레이어에게 감정을 가지게 된다면 이역시 올바른 게임이 아니며.. 분위기만 다운될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역할인 던전마스터가 제대로 마스터링해내지 못하면 플레이어들은 곧 지루해 할수있으며 지루해하는 플레이어를 보며 던전마스터역시 게임을 계속 할 필요성을 잃어버리겠죠. 거기다 시간과 장소의 제한이 큽니다. 여럿이서.. 그것도 맴버 모두가 같은시간 같은자리에 모여 장시간 큰소리로 떠들고 놀수있는건... 정말 힘들죠... 당장 한명의 결원에도 게임에는 지장을 주게 됩니다. 결원의 캐릭은 npc로 굴리며(npc는 던전마스터가 굴림) 빈자리를 매꿔야 하죠. 그것 외에도 자잘한 문제는 도처에 깔려있습니다. 어떠한 매체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그에대한 로망, 꿈이 없다면 재미가 없을것이고 또 상상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이는 가끔 씨부리는 부루마불정도 밖에 안될겁니다.
그렇지만.. 모든 조건과 모든 상황이 맞물린다면... 제 단언코 지상 최고의 게임이라 말할수 있을겁니다!
중3때시작으로 26살이된 지금도 하고있는 게임입니다. 초기멤버는 몇몇은 메직더게더링에 빠지고 온라인게임에 빠지고... 각자 살길에 흩어져 이젠 4명만 남아.. 그나마도 자주 못하지만 어쨌든 햇수만 10년째 되는군요. 요즘엔 군대문제도 있고 해서(디엠이란놈이 이제서야 군대를 감-ㅅ-;) 자주 못하게 된지라.. 사람과 사람이 같이 하는 게임이 그리워 온라인게임에 빠지게 됐는데 대략 실망을 하게 되더군요... (특히나 국내온라인폐기물들은 분노만이...-_-) 그나마 다옥이나 와우같은건 재밌게 즐겼습니다만.. 아무리 날고뛰어도 캐릭만드는건 한계가 있고(뭐 개인적으론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아무리 잘되어 있어도 직접 그림으로 그리는게 훨씬 낫죠) 그리고 캐릭 표현 또한 제한적일수밖에 없더군요. rp또한 게임의 재미라 생각하기에 가능한 캐릭과 어울리는 대사와 행동을 합니다만...그딴식으로 했다간 오덕후-_-; 안여돼-_-; 취급받으니 그짓도 못하겠고...;
어쨋건 다소 어수선한 리뷰(라기보단 찬양글..;)가 되어 버렸네요. 거기다 중요한것들을 빠진데다, 욕심에의해.. 또 쓰다보니 길게 늘어진 형편없는 글이 되어 버려서.. 정말 D&D를 제대로 소개하지 못한 제 못난 글빨이 원망될 따름이군요...^^;; 만약 룰북을 구하거나..혹은 룰북을 가진 지인이 계시다면... 꼭 플레이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