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정식발매가 묘연한 IO인터랙티브(이하:IO)社의 히트맨 시리즈 최식잔 ′히트맨4:블러드머니′ PC버전이 해외에서 호평을 얻고 있다. 일단 전작인 히트맨3와 비교해 비쥬얼적인 측면에 많은 신경을 쓴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개발사인 IO는 엔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 새로운 광원효과, 그림자, 고해상도 텍스쳐를 구현하는데 주력했다. ′Xbox 360′ 버전과 PC버전에서는 확연히 다른 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캐릭터 모델링 작업은 범프 매핑과 노멀 매핑 기업을 통해 훨씬 세세하게 그려졌으며, PS2 버전에서는 희미하게 빛나던 형상과 안티얼라이싱 문제를 개선했다.
일단 게임 자체만 놓고 보면 기존의 문제점이 개선되었으며, 특정 부분에서는 향상되어 뒤에서 게임을 구경하다 보면 플레이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할 정도다. 기본적으로 모든 면에서 플레이 자체에 적응하기 쉽도록 변경되었으며, 레벨 디자인도 훌륭하게 구성되었다. 미션을 클리어하기 위해 정확하고 논리적인 사고를 플레이어들에게 요구하고 있으며, 같은 미션이라도 여러 가지 클리어 방법이 있기에 엔딩을 본 후 재도전해 볼 가치를 높였다.
물론 캐릭터 컨트롤적인 측면에서는 조작감이 뻣뻣한 감이 있고,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새롭게 추가된 요소가 게임의 色을 변화시키지 않았기에 히트맨 시리즈의 독특한 매력을 아는 이들이라면, 해외판이라도 구매할 가치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히트맨4:블러드머니′ PC 버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히트맨4:블러드머니, 어떤 게임이야?
히트맨은 2000년 비디오 게임으로 첫 선을 보여 유럽쪽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히트맨은 잠입 형태의 게임으로 자잘한 버그와 문제가 눈에 띄긴 했지만 해당 장르 게임으로는 훌륭한 게임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시리즈의 3번째 격이자, 블러드머니의 전작인 히트맨3:컨트랙츠에서는 정체된 게임성으로 인해 비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분명 히트맨3는 그래픽적인 면과 이전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어둡고 정교한 세계를 구현한데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게임성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히트맨4에서는 그래픽과 연출 그리고 게임성까지 여러 면에서 발전된 면모를 보여 준다. 당연히 이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새롭게 도입된 악명 시스템은 게임의 촉매제 역할을 하고, 업그레이드 된 돈 관리 시스템으로 자금관리에 대한 묘미도 추가되었다. 그리고 상황에 따른 컨트롤과 근접 전투 시스템은, 생소하다 할 수 있는 잠입 게임으로의 유저 진입을 쉽게 만들었다.
히트맨4가 팬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까닭은 이러한 신규 요소들이 기존의 게임 스타일을 변형시키지 않으며 적용되었다는 것에 있다. 그래서인지 시리즈의 팬들은 여기저기 세심하게 바뀐 기능들을 살펴 보면 기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이전 시리즈를 계승해 팬들의 호응을, 처음 히트맨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게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에 새로운 재미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개발사인 IO의 다방면적인 노력에서 이루어졌다. 스토리만 놓고 보더라도 깊은 음모를 파헤처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궁극의 클론 암살자인 '에이전트47'이 라이벌 조직과 암살자에게 쫓기며 게임은 진행된다. 게임 중간중간에 삽입된 컷신은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클론에 관한 세계적이고 정치적인 이슈들을 보여준다. 향상된 그래픽은 CG 대화 화면과 게임 화면의 차이를 찾아 볼 수 없게 만들어, 이전처럼 CG화면 전개시에 게임에 대한 몰입도가 저하되는 일이 없다.
히트맨4, 이런 부분은 직접 체험해 보기를
히트맨4에서 가장 큰 변경점은 액션성과 그와 관련된 시스템들이다. 먼저 트레이닝 모드가 업데이트 되었다. 첫 미션은 사실상 트레이닝이라서 액션에 관한 설명이 주가 된다. 게임 실행후 확연히 눈에 띄는 변경 부분은 물체를 조작하는 상황이 많아졌으며, 날렵하고 부드러워진 주인공 ′에이전트47′의 움직임이다.
컨트롤 조작법이 훨씬 편하게 변해 접근성이 향상된 부분은 여러 미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둘러 행동해야만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문을 열거나 서류가방을 드는 등의 자잘한 액션을 더욱 편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게임 자체는 이전과 같지만, 대다수 상황에서의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으로 수정되었다. 예를 들어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쓰레기통이나 쓰레기차 문을 연다거나 하는 건 새로 추가된 사안이 아니지만, 그 행동을 시행하는 방법이 더욱 빠르고 간단하게 직관적으로 변했다. 이러한 요소는 기존 시스템을 발전시킨 것이여서 쉽게 익숙해 질 수 있다.
기존 히트맨 시리즈가 잠입과 몰입도 면에서 호평을 받았던 반면에 액션 측면에서는 취약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요소는 대다수 잠입 게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인데 히트맨4에는 몇 가지 재미요소 추가로 새로운 액션을 가능하게 했다. 이런 시도는 전작의 단점을 수정하려는 개발사의 의지가 엿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예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상황에 맞게 기술을 사용해 ′에이전트47′은 좀 더 빠른 맨손 격투를 할 수가 있다.
무기를 들지 않고 공격 버튼을 누르면 펀치를 날리거나 박치기를 하거나, 상대를 밀어 버릴 수도 있다. 적은 몇 대만 맞아도 기절하게 되었으며, 홈통, 지지대, 박스나 쓰레기통 같은 허리 높이쯤 되는 물체를 타고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버튼 하나로 고층 빌딩에서 다른 빌딩으로 점프할 수도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이전의 제약된 행동범위에서 벗어나 다양한 액션을 플레이어들은 만끽할 수 있고, 아케이드 게임의 느낌도 제공해 준다. 그렇다고 해서 체스와도 같은 조용한 잠입 게임을 헐리우드 액션 영화로 완전히 바꾼 것은 아니다. 전작을 플레이해 본 이들이라면 충분히 눈치챌 수 있을 정도만큼만 바꾸었을 뿐이다.
액션과 관련한 많은 시스템도 한데 묶였다. 이제 무기를 얻으면 다음 미션으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대신, 업그레이드 기능이 있어서 어떤 무기는 11~12개에 이른다. 강력한 대형 탄환을 사용해 철문을 날려버릴 수도 있고, 소음기나 더 큰 탄창을 장착할 수도 있다. 라이플이나 스나이퍼 라이플(드라그노프), 권총(실버볼러즈), 자동소총, 샷건도 다룰 수 있다. 무기 사용법은 이전처럼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인벤토리 체크가 되고, 같은 버튼으로 무기를 감추거나 꺼낼 수도 있다.
히트맨4의 부제 답게 피 묻은 돈이 필요해!
앞서 언급한 액션적인 부분들은 결국 새로운 시스템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전 히트맨 시리즈들은 그냥 무작정 적을 죽였으며, 설령 주인공이 다친다고 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특정 미션에서는 말 그대로 다 때려부숴라 모드로 진행되어 잠입 게임으로써의 본분을 망각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플레이어의 모든 행동이 보수와 암살자 평가, 그리고 악명에 반영되기에 함부로 행동할 수 없다. 보수의 경우는 무기 업그레이드나 정보 구입, 악명 관리에 필요하기 때문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루키나 노멀 난이도에서는 무식한 플레이를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하드나 프로 난이도에서는 AI 자체가 공격적으로 변할 뿐만 아니라 그 AI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돈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소음기나 벽을 관통하는 총알 등의 업그레이드를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고, 정보료 제공을 위해서도 돈이 필요하다.
플레이어 행동에 따른 평가가 달라지는 점은 더욱 강화되었다. 임무 수행정도를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소음 발생 정도, 행사한 폭력 수준, 걸린 시간, 그리고 위에 언급했던 악명이 반영된다. 예금 통장은 이런 임무 수행평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목적 달성 정도와 현장 뒷처리에 필요한 비용, 의복비, 무기 개조비,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뢰비를 정산하여 구좌에 들어온다. 랭킹을 높이고 특수 무기나 업그레이드 등을 원한다면 미션마다 돈을 소중히 해야한다.
게임에 몰입하도록 만드는 NPC들의 반응과 분위기
히트맨 시리즈의 팬이라면 인공지능들의 반응에 친숙할 것이다. 보디가드, 경찰, 강한 적들은 당신을 바로 알아보고 추적하지만, 적어도 처음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플레이어에게는 두 가지 패러미터가 주어지는데, 왼쪽의 헬스 미터와 그 오른쪽의 발각 미터이다. 헬스 미터가 비게 되면 죽는 것이고, 발각 미터가 낮고 녹색이면 은밀한 암살자로써 활동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중간쯤 와서 노란색이 되면 주의해야 할 것이고, 붉은색으로 꽉 차면 문제가 생긴 것이다.
NPC들의 AI는 이전과 별로 다를 바가 없는 반면에 행동은 더 끈질기고 논리적으로 변했다. 한 예로, 보안 경찰 둘이 지키는 문에 다가가면 바로 총을 꺼내 쏘는 게 아니라 오지 말라고 경고를 한다. 이런 인공지능 덕에 플레이어는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곧바로 죽지 않고 행동할 수 있는 한계치를 시험해 볼 수 있어 익숙한 플레이어들도 여러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게 한다. 악명 시스템도 여기서 작용해, 악명 랭킹이 높으면 사람들이 당신 얼굴을 잘 알게 되어 일반 시민들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높아져 여러가지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졸개들과 엑스트라의 목소리들은 과장된 감이 있다. 반면 일회성이지만 ′에이전트47′과 다른 보스급 적들의 음성은 훌륭하게 더빙했다. 음악은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제스퍼 키드(Jespe Kyd)와 IO개발팀이 게임과 잘 어울리는 오케스트라 음악을 만든 덕에 게임 세계에 빠져 들 수 있도록 했다.
물론 문제도 있다. 가끔씩 AI가 반응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노멀 난이도 레벨에서 주로 발견된다. 예를 들어 다층 건물에서 파티가 열리고 플레이어가 사람 몇을 죽이고 숨었을 경우, 그 주변의 경비원들만 달려와서 조사를 하게 되고, 플레이어를 수색하는 대규모 조사단 같은 것은 없다. 또한 지역 경찰이 달려와서 상황을 살피고 검시관을 불러 시체를 수거해 가게 되는데, NPC가 플레이어를 본 적이 없다면, 쉽게 걸어 나갈 수 있어 긴장감을 반감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