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래프트′와 더불어 국내 PC방 문화를 정착시킨 블리자드의 PC용 액션 롤플레잉 게임(RPG) ′디아블로′는 96년 당시 혁신적인 게임이었으며, 게임 업계에 커다란 센세이션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이 게임은 울티마와 함께 수 많은 게임 개발자에게 커다란 영감을 제공했으며, 그 여파가 아직도 남아 있다. 아이언 로어(Iron Lore)가 얼마전 출시한 ′타이탄 퀘스트′ 역시 디아블로의 영향을 받은 게임 중 하나다.
타이탄 퀘스트는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 중국 등을 배경으로 진정한 영웅이 되기 위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여느 RPG와 마찬가지로 캐릭터는 상당히 단촐한 모습으로 시작되는데, 레벨 2에서 클래스를 선택할 수 있다. 각 캐릭터의 특성이나 장단점은 게임 내에서만 간략하게 언급되며, 이러한 요소를 통해 게임의 리플레이 가치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게임은 랜덤맵이나 랜덤 몬스터 같은 요소가 없다. 때문에 게이머는 매번 똑같은 지형에서 똑같은 몬스터와 플레이를 해야하며, 이로 인해 리플레이의 가치를 느끼기 어렵다.
액션 RPG, 또 디아블로 류의 게임에서 게이머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는 다른 게임들과 확연히 드러나는 전투의 난이도와 스케일에 있다. 디아블로2의 시작부터 카오스 생츄어리에 다다르기까지 악의 근원을 찾아내기 위해 실마리를 얻어나가는 여정은 게이머의 즐겁고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타이탄 퀘스트는 그런 추억을 만들긴 어려울 것 같다. 다층 구조의 던전 몇 개가 있어 ′위험이 더해지는구나′를 느낄 수 있겠지만 디아블로의 그 것을 기대할 수 없다.
타이탄 퀘스트의 아이템 루팅 시스템은 세심하게 갖춰져있다. 적어도 게임의 중반까지는 그렇다. 하지만 이 후 부터가 문제다. 30 레벨대의 몬스터를 잡는다해도 형편없는 아이템이 드롭된다. 알트키를 눌러봐야 고만고만한 수준 아이템들만 보일 뿐이고, 확인해보면 ′필요 레벨: 3′ 같은 메시지만 보게 된다.
푸른색 아이템(세트 아이템), 보라색 아이템 (최고급)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고 다른 아이템으로 바꿀 필요가 없는 것도 문제가 된다. 이 아이템들은 돈을 모아 상인에게 사는 것보다 몬스터에게 얻는 것이 빠르기 때문에 게임에서 무언가를 산다는 개념이 없다. 게이머가 신경써야할 것은 인벤토리에 쌓이는 아이템 중 ′무엇을 쓸 것인가′와 ′업그레이드′ 정도다. 상인들은 포션 조차 살 필요가 없어 인벤토리를 비워주는 역할로 전락한다.
타이탄 퀘스트의 컨텐츠를 모두 경험하려면 약 4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액션 RP가 그렇듯 다양성도 떨어지고, 배치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셋으로 나뉜 지역은 다시 셋으로 나뉘어 있고, 그 중 크고 작은 던전들이 배치된 그리스만 12~15시간의 플레이를 요구한다. 타이탄 퀘스트를 지형으로 나눈다면 ′건널 수 없는 산′과 ′강으로 둘러싸인 황무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정해져있는 큰 길외에는 막혀있거나 볼 품 없이 구성되있다. 또 캐릭터의 위치를 저장할 수 없도록 설계된 세이브 시스템은 게임을 쉽게 질리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마도 디아블로 이 후 약 10년이 지나 출시된 것인만큼 확연히 나은 점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런 혹평을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타이탄 퀘스트는 비록 피라미드의 배경이 제아무리 멋지더라도 그 외의 무엇이 없기 때문에 하루 종일 게이머를 컴퓨터 앞에 붙잡긴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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