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크2' 종목화ㆍ라이선스료 부과 '사전포석'
미 게임업체 블리자드가 느닷없이 한국 e스포츠계에 `딴지'를 걸고 나선 것으로 드러나면서 e스포츠계가 술렁이고 있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리자드는 지난 2월 법정 대리인(법무법인 두우)을 통해 한국e스포츠협회(회장 김신배) 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보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협회가 게임방송사들과 진행하려 했던 프로리그 중계권 협상을 중단하라는 게 주 내용이었다.
이 문제는 최근 협회와 방송사의 협상 타결로 일단락 됐지만 당시 블리자드는 프로리그 방송 중계권이 `스타크래프트'를 활용한 e스포츠 리그를 재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보고, 협회의 사업 추진에 제동을 걸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협회는 방송사들과 접촉하는 동안에도 블리자드와 접촉하면서 중계권 관련 논의를 진행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현재 방송사들과의 계약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으나 블리자드와는 아직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블리자드는 한국 e스포츠계 최고 인기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의 개발사. 이 회사가 한국e스포츠 계에 딴지를 걸게 되면 수익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게임방송사 개인리그는 물론 협회 주최의 프로리그 모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로 인해 e스포츠계에서는 블리자드의 때아닌 돌출 행동의 진위를 파악하느라 분주한 상황이다.
◇블리자드의 요구와 협회의 대응 = 블리자드 법정 대리인은 지난 2월 초 협회에 내용증명을 보내고 사무국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익 사업으로 판단되는 `프로리그 중계권 협상을 중단할 것과 이 문제와 관련해 블리자드 측과 협상을 진행할 것을 요구한 것. 협회는 이 같은 요구를 일부 수렴해 2월 말부터 블리자드 측과 논의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논의 과정에서 블리자드는 프로리그 중계권 사업 목적이 수익 창출에 있는 게 아니라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것을 인정하고 협회 측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향후 블리자드 게임을 종목으로 하는 e스포츠 사업과 관련해 수익사업과 공익 사업 모두 자사와 논의 후에 진행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해 협회와 블리자드는 4일에도 만남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협회 에 따르면 이날 양측은 그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향후 e스포츠발전에 협력키로 했다는 것. 하지만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개발사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 e스포츠계에서 소외돼 왔다며, 앞으로 협회가 블리자드와 함께 `코어웍'을 해 줄 것을 주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블리자드 딴지 배경과 파장 =현재로서는 블리자드가 프로리그 중계권 사업을 공익 목적의 사업으로 인정해 주는 분위기지만, 입장이 뒤바뀔 경우 협회와 방송사들의 중계권 협상은 원천 무효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프로리그 자체가 심대한 타격을 입게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방송사 개인리그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블리자드가 무리수를 둘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제 와서 한국 e스포츠계에 지재권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출 행동에 나선 것은 `차기작 프로모션'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단기적으로는 오는 5월로 다가온 월드와이드인비테이셔널(WWI) 행사와 관련해 한국 e스포츠계 협력을 얻어내는 것과 장기적으로는 조만간 출시가 예상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모션을 위한 포석이라는 것. `스타2'가 출시된 이후 e스포츠를 활용한 마케팅에서 협회나 방송사가 아닌 자신들이 주도권을 잡고 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스타2'가 출시되면 현재 `스타크래프트' 중심의 e스포츠 리그는 블리자드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이번에 협회를 압박한 것은 향후 `스타2'의 e스포츠 종목화와 리그 라이선스료 부과를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협회 고위 관계자는 "블리자드와 중계권 문제를 넘어 e스포츠 발전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한국 e스포츠계와 블리자드 모두 득이 되는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