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추웠던 2000년 12월의 겨울...
게이머라면 누구나 아는 '스퀘어'라는 회사에서 PS2용 신작 게임을 발매했다.
이 게임을 정말 기대하고 있던 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용산으로 향했고
단골 가게에서 드디어 이 게임을 구입하게 되었다.
항상 하던 용산 순회 관람의 유혹도 뿌리친채 곧장 집으로 돌아온 난
즐겁게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고...
정확히 2시간 30분만에 엔딩을 보고 난 울었다.
정말 하염없이 울고 말았다...
"아, 스퀘어 제발...영화를 만들지 말고 게임을 만들란 말야...."
...라고 울부짖으며 통곡하였다.
제목 : 더 바운서
제작사 : 스퀘어
발매일 : 2000년 12월 23일
장르 : 롤플레잉 액션(......)
일단...오프닝부터 감상하시죠.
<바운서 오프닝>
스퀘어라는 이름을 달고 이 게임이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제작한건
지금은 결별한 스퀘어의 자회사 '드림팩토리'입니다.
토발시리즈와 에어가이츠를 만들었죠.
<대전액션게임이지만 정작 대전액션보다 미니게임격인 던전모드가 더 재밌었던 '토발2'>
<FF7 캐릭터가 나온다는 말에 열광했으나 죽을 아주 걸쭉하게 쑨 '에어가이츠'>
이 드림팩토리라는 회사는 주로 대전액션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드림팩토리표의 대전액션은 토발부터 시작해서 참으로 독특한 방식으로 진행하죠.
상단,중단,하단 공격버튼이 다 따로 있고 그걸 조합해서 콤보 공격을 한다는겁니다.
하지만 리얼리티를 주려고 했는지 공격들이 전부 상당히 느립니다.
같은 3D대전액션인 철권이나 버파에 비하면 정말 엄청 느린 공격들이죠.
모름지기 액션게임이라면 빠르고 화끈한걸 보여줘야 하는데 이 드림팩토리의 액션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해보시면 아시겠지만....너무 둔하고 정말 답답합니다.
그리고 이건 지금 회상할 '바운서'도 그대로 따르게 됩니다.
그래픽.
일단 그래픽은 스퀘어 게임답게 정말 환상입니다.
이게 동영상인지 게임화면인지 구분하기 힘들정도죠.
스퀘어의 그래픽이라면 의심할 여지도 없습니다.
사운드.
뭐...그럭저럭 들어줄만 합니다.
영화OST같이 배경에 적절히 스며들어 거슬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역시 스퀘어답게...엔딩에서 흘러나오는 보컬곡은 참 좋습니다.
엔딩의 감동을 배로 만들어주는 노래죠.
스토리.
막장입니다.
정말 막장입니다.
제가 예전에 썼던 '에베루즈'나 '센티멘탈 그래피티'보다 더 막장입니다.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막장 스토리로 가도 엔딩은 정말 감동입니다.
게다가 연출도 환상입니다.
마치 액션영화를 보듯 착각하게 만드는 연출은 엄청나죠.
스퀘어의 재주란 참......
게이머를 위한 배려.
칭찬할만 합니다.
아무래도 로딩이 어느정도 길 수 밖에 없는데 참 현명하게 처리했습니다.
로딩시간에 3명의 주인공 중 한명을 선택하게 한다거나 모인 포인트로 능력치를 올리게 한게 하는 것 등이죠.
그리고 풀음성 지원임에도 불구하고 영어와 일어를 선택하게 해놨습니다.
게다가 자막까지 선택하게 한 스퀘어의 센스!
바운서(bouncer)는 우리나라 말로 '기도'라고 표현하면 되겠군요.
더 쉽게 표현하자면......술집 문지기입니다.
술집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면 정리하고 고주망태 추태부리는 손님이 있으면 쫓아내는...뭐 그런 사람들이죠.
주인공 3명도 바로 이 바운서입니다.
<바운서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코우 레이포, 도미닉 크로스, 시온 발자드, 볼트 크루거>
도미닉은 바운서가 아닙니다.
그저 술집에 드나들며 바운서들과 노닥거리는 미성년자 히로인이죠.
그나저나 저 꼬라지를 좀 보시겠습니까...
한명은 문신 매니아...한명은 피어싱 매니아입니다.
하지만 저렇게 막장조연처럼 생겼어도...각자의 스토리가 있긴 합니다.
어쨌든...
큰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1. 도미닉이 잡혀간다.
2. 세 명의 바운서들이 구출하러 떠난다.
3. 충격적인 반전과 감동의 엔딩.
......
정말 간단하죠?
네, 그래서 플레이 시간도 굉장히 짧습니다.
제가 처음 플레이 하는데 스킵 전혀없이 엔딩까지 2시간 30분 걸렸습니다.
두번째 플레이부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스킵하면서 1시간 반이면 클리어입니다.
'라퓌셀'이나 '디스가이아'처럼 엄청난 플레이시간을 바라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지 않은건가요?
아니 어떻게 8만원을 호가하는 게임이 2시간 반만에 엔딩을 보나요.
물론, 3명의 주인공을 한번씩 플레이 해야 하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이 길어지긴 합니다만
어차피 큰 스토리는 똑같고 진행되는 맵도 거의 똑같습니다.
한마디로 하루만 투자하면 이 게임의 모든걸 즐기고 다시 팔 시간까지 주워진다는거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듀얼쇼크가 대응되는 게임이기 때문에 버튼을 강약조절해서 약공격과 강공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정작 플레이 하게 되면 개싸움입니다.
약공격,강공격 이딴거 없습니다.
오직 밀려오는 적을 괜찮은 콤보 하나로 계속 쓰러뜨릴 뿐이죠.
그것도 드림팩토리의 답답한 액션으로 말입니다.
<합체공격(?)도 있긴 하지만 쓰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위에 이미 말씀드렸지만...
음성을 영어와 일어, 둘 중에 선택해서 들을 수 있습니다.
전 처음에 영어로 들으며 플레이했었죠.
괜찮더군요.
그리고 두번째 플레이할때 일어로 들으면서 해봤습니다.
죽겠더군요.
게임상에서 주인공 시온이 히로인 도미닉을 부르는 장면이 많습니다.
영어로는 그냥 혀꼬인 소리로 "도미닉!" 이러는데 일어로는 "도미니~~~~꾸!"라고 부릅니다.
......
그 끝에 붙여지는 "~~~꾸!"가 얼마나 신경쓰이던지...
가서 성우 혓바닥에 버터를 발라주고 싶더군요.
아 참.
성우는 꽤 유명한 사람들이 작업했습니다.
주인공 시온 발자드의 성우는 클라우드의 성우를 하신 사쿠라이 다카히로씨이기도 하죠.
그래도 전 영어로 먼저 들어서 그런지 정말 못들어주겠더군요.
여기서부터는 반전과 엔딩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게임을 플레이하실 예정이 있으시다면 아래 내용은 보지 마시길 바랍니다.
뭐 은근히 복잡한 스토리가 있지만 알고보면 단순합니다.
도미닉이 문제인겁니다.
비명 지르며 잡혀가서 인공위성의 부품으로 활용되려고 하죠.
......
부품?
......
네, 보시죠.
도미닉을 데리고 탈출하려던 주인공들...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주인공들이 위기에 처하자 갑자기 도미닉이 갑자기 이상해집니다.
위이이이잉~~~~철커덕!!!!
인공위성에서 뭘 다운받았는지 도미닉은 엄청난 속도와 파워로 홀로 적들을 모두 쓰러뜨려버립니다.
아아......이게 뭔가요, 스퀘어...
눈물점이 좀 거슬렸어도 그래도 꽤 귀여웠는데 이런 식으로 애를 망치나요.
삼국지를 읽을때 관우,유비,공명이 죽을때마다 책을 집어던진다고 했던가요...
전 이 장면 나오자마자 너무 황당하고 놀라서 PS2를 집어던질 뻔했습니다.
에어리스는 죽었어도 사람이긴 했죠.
이건 도대체 뭐하는 건가요.
물론, 그녀의 과거가 밝혀지긴 합니다만 그래서 어쩌라고?
아, 정말 제발 히로인 좀 제대로 좀...응? 스퀘어, 아 제발...부탁 좀...
아!
그러고보니 드루이드도 나오는군요!
정확히 표현하자면 과학의 힘을 빌어서 표범으로 변신 가능한 아리따운 여성도 나옵니다.
적이라서 후드려 패게 되는데 표범이라 상단중단 공격은 안통하고 하단공격으로만 잡아야 해서 정말 답답했었죠.
아!
그러고보니 우주까지 갑니다!
도미닉이 안드로이드라고 밝혀진 후 나쁜 놈이 도미닉을 다시 뺏어서 인공위성으로 가게 되는데
주인공 세 놈은 간덩이이 부었는지 우주선타고 우주까지 쫓아갑니다.
그리고 우주선에서 마지막 보스와 싸우게 되죠.
<인공위성으로 세계정복을 하려면 도미닉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와......이거 진짜 너무한거 아닌가요.
아무리 근미래가 배경이라지만 게임 종반에 현실성이 확 날아가버리게 됩니다.
술집 문지기 3명이서 우주선 타고 우주까지 쫓아가 나쁜 놈 쓰러뜨리고 머리통이 열리는 히로인을 구한다라...
역시...보기 힘든 스토리군요.
그래도 역시 엔딩은 감동적으로 흐르게 됩니다.
도미닉이 주인공 시온의 무덤으로 보이는 곳에서 하나도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지나가던 개를 안고 활짝 웃죠.
다른 사람 다 죽고 혼자 살아남아 그들을 추억한다는 감동은 많이 봐왔지만...
봐도 봐도 감동이더군요, 삶과 죽음의 감동은...
문제점을 요약하자면...
너무너무 짧은 플레이시간, 답답한 조작감과 액션, 막장으로 치닫는 스토리...
이렇게 되겠군요.
막상 플레이 하게 되면 그냥 한편의 영화를 본거 같지 게임을 한거 같지가 않더군요.
그저 멍하니 이벤트 보다가 적나오면 3명중에 한명 골라서 싸우고...또 멍하니 이벤트 보다가 싸우고...멍하니...싸우고...
사실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회사에서 발매하는 게임들은 게이머들이 믿고 플레이하게 되죠.
블리자드...캡콤...남코...스퀘어등등...
저도 게임 정보 보고 '아! 이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면 믿고 살만하겠구나!' 싶어서 사는 게임도 많습니다.
게다가 뒷통수 맞은적은 거의 없었죠.
하지만 이 바운서라는 게임은 참......뭐라 할 말이 없습니다.
저에게 게임을 살때 좀 더 주의하라는 메세지를 주는 게임이 되었죠.
짧게 쓰려고 했는데...
역시 길어져 버렸군요.
재미없는 글, 다 읽으신 당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럼 오늘도 모두 열렙하시고 득템하시고 헤드샷 맞추시고 연승하시고 감동의 엔딩을 보시길 바랍니다.
즐겜하세용~
<바운서 초반 플레이 장면>
<도미닉 잡혀가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