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관한 이런저런 추억...

아무리그래도 작성일 09.03.15 04: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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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크로노 트리거

 

 

 

초등학생때의 일입니다.

 

게임은 하고 싶어도 돈이 없던 시절이라 용산에서 구경하는게 다였던 때였죠.

 

그 날도 용산에서 구경하며 놀고 있었는데 신작 게임이 나왔었습니다.

 

그 게임이 바로 '크로노 트리거'였죠.

 

쇼윈도로 보이는 텔레비전에 게임 화면이 보였었습니다.

 

데모는 아니었고 안에서 직원이 한가로이 직접 플레이를 하고 있더군요.

 

그런데 그거 구경하는게 얼마나 재밌던지...

 

그 길바닥에서 정말 오랫동안 구경했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봤던지 그 게임가게 주인같은 아줌마가 의자 하나를 가지고 나오시더니 하시는 말씀...

 

'얘야, 앉아서 보렴.'

 

저는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감사히 의자에 앉아서 4시간정도 더 보다가 어두워져서야 집에 왔던 기억이 있군요.

 

 

 

나중에 나이먹고 비록 에뮬로 플레이했지만 정말 재밌게 플레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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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kof 97 - 대회편

 

 

 

kof 97이 오락실에 풀리기 직전 홍보차 대회가 열렸었습니다.

 

저도 게임잡지 '게임라인'에서 받은 출전권으로 친구와 함께 대회에 나갔었죠.

 

하지만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더군요.

 

친구와 전 일찍 탈락하고 어느새 결승전이 시작됐습니다.

 

사회자가 일본에서 97 대회를 우승한 일본인 대표와 같이 결승전을 중계하더군요.

 

결승전은 제가 본것중에 가장 치열한 싸움이었습니다.

 

학교앞 오락실에서 그렇게 플레이하면 의자가 날아갈 정도로 뜨거운 싸움이더군요.

 

양측 다 장거한으로 밀어붙이는데 장내에서는 안타까운 한숨소리만 터져나왔습니다.

 

그 때 사회자가 분위기를 띄워보려고 했는지 일본대표에게 질문하더군요.

 

 

사회자 : 일본 우승자로서 한국 결승전, 어떻게 보시나요?

 

통역 : 일본대표상, 이러쿵 저러쿵 데스까?

 

일본대표 : 아노...어쩌고 저쩌고 데스.

 

통역 : (해맑게 웃으며)같은 한국분들이라 그런지 장거한의 인기가 한국에서는 참 좋은거 같다고 하시네요. ^^

 

 

그 순간, 장내의 모든 게이머들이 분노의 일갈을 날리기 시작했습니다.

 

 

'장거한은 얍삽이잖아!!!'

 

'수준낮게 이게 무슨 결승전이야, 다 때려쳐!!!'

 

'장거한이 인기가 좋다니!!! 장구한이 든 철구가 인기가 좋은거지!!!'

 

'정말 일본대표라면 그렇게 말 못할텐데!!!'

 

 

약 5분간 장내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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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kof 97 - 역전편

 

 

 

97 대회가 끝나고 얼마 후...97이 오락실에 풀릴 때였습니다.

 

동네에 있는 오락실에 97 기계가 딱 하나밖에 없었기에 한판을 하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할 정도였죠.

 

그때는 저도 나름대로 신들린 컨트롤을 할때여서 연승도 많이 했었습니다.

 

하지만 제게도 천적이 있었죠.

 

굉장히 강하게(얍삽하게) 플레이하던 어떤 안경잡이 형이 있었습니다.

 

정말 도저히 못이기겠더군요.

 

그 안경잡이의 이오리,랄프,장거한 팀은 너무나도 강했던 겁니다.

 

한번도 못이기고 매일 졌죠.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어김없이 안경잡이한테 깨지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최후의 수단을 썼습니다.

 

 

'아무도 안하는 캐릭터를 해보자! 나 자신도 모르는 기술로 활로를 찾는거다!!!'

 

 

초창기였다보니 오로치팀(야시로,쉘미,크리스)은 사람들이 많이 안할때였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안하니 막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었던 거죠.

 

그래서 도박하는 심정으로 한번도 안해본 오로치팀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기술도 잘 모르는 캐릭터로 잘 될리가 있겠습니까...

 

크리스,쉘미 연속으로 이오리한테 무참하게 패배했죠.

 

결국 마지막 야시로가 나왔는데...

 

이게 대박이었습니다!

 

제 야시로의 공격을 전혀 막지 못하는겁니다!!

 

이오리,랄프,장거한을 모두 올킬해버린겁니다!!!

 

이기고나서는 정말 얼마나 기쁘던지 저도 모르게 환호성을 질렀죠.

 

그 뒤로도 안경잡이의 도전을 전부 야시로 한명으로 쳐부쉈습니다.

 

그 안경잡이는 저에게 진게 너무나도 분했던지 얼굴이 벌게져서 집으로 가더군요.

 

지금도 그 날은 정말 잊혀지지가 않을 정도로 행복했던 날이었습니다.

 

 

 

한참 뒤에 그 때 왜 야시로로 이길 수 있었는지 알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격투게임을 하게 되면 사람들이 하단공격을 많이 두려워하게 되죠.

 

그 안경잡이 형도 마찬가지여서 야시로가 서서하는 공격은 전부 앉아서 막은겁니다.

 

하지만...

 

야시로의 근접 서서 강킥은 '중단'이었던겁니다.

 

특수기도 아니고 그냥 기본공격인데 중단이었던겁니다.

 

앉아서는 막을 수가 없었던거죠.

 

 

 

그 후, 야시로의 중단킥으로 노량진 정인오락실을 평정하려는 큰 꿈을 꾸지만 무참히 부숴져 버리고 맙니다.

 

정인오락실은 신들의 영역이었던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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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디아블로2

 

 

 

친구(kof 97 대회도 함께 했던 그 친구)와 함께 디아블로2를 같이 재밌게 즐기던 시절이었습니다.

 

친구는 바바리안, 저는 네크로맨서였죠.

 

그렇게 pc방에서 재밌게 게임을 하다가 어느 날 문제가 생깁니다.

 

 

친구 : 어? 웜스컬이다!

 

나 : 웜스컬? 진짜?!

 

 

친구가 사냥을 하다가 '웜스컬'이라는 아이템을 줍게 된거죠.

 

'웜스컬'은 당시에 네크로맨서의 투구로서 최강의 아이템이었습니다.

 

 

나 : 우와, 나 줘. 나 그거 쓸래.

 

친구 : 싫어.

 

나 : 왜?!

 

친구 : 팔거야.

 

 

그 뒤로 저와 제 친구는 pc방에서 정말 개같이 싸웠습니다.

 

그리고나서 약 한달정도 말도 안하고 지냈던거 같습니다.

 

우정파괴 게임은 따로 있는게 아니더군요.

 

물론, 지금은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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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난생처음 온라인으로 알던 사람을 실제로 보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같은 공격대에 있던 사람들끼리 오프라인으로 만나는 술자리가 있었던 거죠.

 

그런대 공대장이자 메인탱커였던 친구가 정말 미소년이었습니다.

 

하얀 피부에 한마디로 꽃남이었던거죠.

 

그래서 제가 농담으로 별명을 '블러드 엘프'라고 지어주었습니다.

 

 

 

얼마 후 그 친구는 군대에 가게 되고 휴가를 나오게 되어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전 별명을 다시 만들어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염된 노움'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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