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MORPG 열기가 점점 식는 이유?

케이즈 작성일 13.06.27 14: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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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분이 토론의 장을 열자고 하셨는데

댓글로 달자니 지저분해질 것 같아서 글로 써봅니다.

이건 개인적인 생각이니, 당연히 저와 의견이 다르신 분들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제 의견이 정답이라는건 아니니,

그냥 이런 의견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고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댓글로 말씀해주세요.

 

1.MMORPG의 활성화

부터 생각하는게 우선이겠죠.

 

제 기억에 MMORPG가 게임시장을 모조리 휩쓸어버린 것은

바람의나라계열(어둠의전설이라던가 뭐 그런것들)이나

리니지 같은 게임이 아니었나 합니다.

 

이전까진 서너명이 모여서 할만한 게임이 많이 없었는데,

아는 사람 서너명을 넘어서 모르는 사람과 단체로 하는 게임이 나온거죠.

그리고 일회성으로 끝나는게 아닌, 지속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아는 사람끼리, 혹은 모르는 사람과 나름의 경쟁이 붙기도하고 협력을 하기도 하면서

어려운 몹은 함께 잡고, 좋은 아이템으로 내 캐릭터를 무장시키는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때 당시의 게임들을 보자면,

정말 게임 자체는 단순했습니다.

 

리니지를 예로 들자면...

단순하게 보면 1번 마을에서 성장해서 2번 마을로 가고,

2번 마을에서 성장해서 3번 마을로 가고, 뭐 그런 식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들은 사람과 사람이 엮임에 있어서 예상치 못한 재미를 주게 되지요.

예를 들면 말하는섬(맞나?)에서 본토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거나 던전 밑 통로로 가야하는데

안전하게 배를 타기 위한 선착장을 몸으로 막아버리는 비매너 유저들이 생겨난다거나,

그래서 이를 막으려고 무법지대로 만드니 이제는 거기서 배를 타려는 유저를 죽여버린다거나,

이를 피해서 던전 밑 통로로 가려고 하니 몹에게 누워서 무기를 떨구는 일이 생겼다거나.

 

틀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 안에서 벌어지며 사람들과 엮이는 재미는 단순하지 않았죠.

 

2. 정체기.

리니지나 바람의 나라 같은 게임들이 히트를 치면서

우후죽순처럼 비슷한 게임들이 생겨나게 됩니다.

하지만 예전의 하던 게임을 포기하면서까지 즐길 수 있는 '대작'게임은 많이 없었고,

많은 게임들이 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리니지가 장수하는 것은, 끝없는 발전도 있겠지만 먼저 유저를 선점하며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때부터 많은 제작사들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시스템도 넣어보고

스토리도 넣어보는 식의 발전을 꾀하게 되지요.

 

정체기가 온 가장 큰 이유는

예전에 하던 게임보다 더 큰, 확실한 재미를 줄 수 있는 게임이 별로 없었고

단순히 몹잡고 템잡고의 노가다만 반복하기 지루했던거죠.

하지만 정체기에도 게임은 꾸준히 소비가 되었습니다.

 

3. 진화.

그리고 정체기를 지나서,

MMORPG는 큰 발전을 이루게 됩니다.

바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등장이었죠.

개인적으로 와우는, 정말 잘 비벼진 비빔밥이었다는 느낌입니다.

잘 짜여진 스토리가 있었고,

여러 종족을 선택할 수 있는 특색이 있었고,

진영끼리 죽고 죽이는 전쟁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와우는

유저에게 처음부터 끝까지의 길을 제시해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이전까진 '방대한 스토리'라고 하더라도 스토리는 뒷배경이고 플레이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반면 와우는 그 스토리 자체를 게임 안에서 녹여서 유저가 그 흐름대로 따라가며 성장하게끔

너무나도 친절하게 길을 잘 닦아놓았죠.

 

이전 게임들의 장점이었던 '유저가 만들어내는 스토리'도 온전히 유지가 되면서도

'개발사에서 만들어준 스토리'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기에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고, 우리나라 게임 개발사들도 자연스럽게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예를들면 아이온이라던가, 아이온이라던가.)

 

하지만 이런 장점들 뒤에 숨어져있는 단점.

'컨텐츠 소모속도'라는 단점이 얼마나 큰 단점인지는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었죠.

 

4. 과도기.

와우가 각광을 받았던 것은,

혹은 아이온이 와우의 인기를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시스템이 많이 없는, 이를테면 '획기적인' 게임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친절한 시스템이 도리어 개발사의 발목을 잡게 됩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리니지는 콘텐츠소모의 끝이라는게 불분명했습니다.

만렙(그때 당시에는 50)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어마어마했을 뿐더러

이미 사람들이 그것에 길들여져 있었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었습니다.

만렙이 하나, 둘 생겨나자 그 만렙 자체를 풀어버렸고

변화가 필요하면 새로운 던전을 추가하고 몇개의 아이템을 던져주는 식으로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와우의 태생적 한계는 분명했습니다.

만렙찍고, 아이템을 다 맞추면?

스토리를 즐겨오던 유저가 스토리의 끝을 보게 된다면?

그저 만렙을 푸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한 게임이었습니다.

애초에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게임이니까요.

유저의 손을 이끌어줄 다른 스토리를 이어나가야하는데,

단순히 던전 하나 추가하고 아이템 몇개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만들어도 소비되는 속도는 너무 빨랐으며,

이미 개발사의 손에 이끌리는 것에 익숙한 유저들은 지루함을 느끼며 불평불만을 털어놓게 됩니다.

(그리고 개발사들은 이 컨텐츠 개발속도를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노가다 코스'를 의도적으로 집어넣었습니다. 예를들면 피로도라던가, 죽어라 안나오는 퀘스트템이라던가, 넓은 맵에 비해 너무 느린 캐릭터라던가)

 

무엇보다, 많은 유저들이 리니지나 와우나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겁니다.

또한 시장에는 리니지와 와우같은 게임들이 너무 많이 생겨나있는 상태였고요.

(혹은 그 짬뽕이라던가.)

이제 예전처럼 유저에게 불친절한 게임들은 접근조차 힘들게 되었고

지금처럼 유저를 이끌어줄 게임은 방대한 콘텐츠를 충분히 축적해놓지 않는 한 시한부 인생이 되고 맙니다.

 

그리고 유저들은 이미 너무 많은 선택지에 놓여있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특별한 무엇이 나오지 않는 이상은 게임 불감증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결론?

뭐 있습니까. 시장에 너무 많은 게임은 너무 많고

확실한 재미를 줄만한 게임은 너무 없다는게 문제겠지요.

 

'MMORPG에 투자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캐쥬얼 게임이 득세다'라는 의견에도 동의합니다만,

반대로 말하자면 시간을 투자할만한 게임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언제 뭐 우리가 시간의 유무를 따지면서 게임을 했나요.

재밌으면 밤새서하고, 재미없으면 그대로 뒤돌아섰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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