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마지막 끈, 가족은 ‘희망의 근거’

맹츄 작성일 05.11.29 12:2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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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와 두 딸은 저를 용서할 수 없는지 면회도 편지도 없습니다. 이혼과 함께 자녀 양육권을 달라고 해서 모든 서류를 정리했지만 저는 아직도 우리 가족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사형수 김영식씨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다. 부모, 형제, 아내, 자녀…. 보고싶어 눈물이 날 지경이지만 차마 보고싶다고 말할 수도 없는 것이 사형수들의 현실이다.

사형수들은 가족 이야기를 꺼린다. 가족들에게 면회를 오지 말라고 당부하는 사형수들도 있다. 사형폐지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이인철 목사는 이에 대해 “본인의 삶에 대한 집착이 다시 생길 것에 대한 두려움과 사형수 가족임이 주위에 알려졌을 때 가족들이 겪을 괴로움을 걱정하는 마음이 뒤섞여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35년간 재소자들의 교화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 민성동씨(65·여)는 얼마전 만난 한 사형수의 얘기를 전했다.

“얼마전 아들이 아내와 면회를 왔어요. 아이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아빠 힘내세요, 나중에 제가 큰 차 사드릴게요’라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누굴 닮아서인지 똑똑하다네요.”

그 사형수는 이렇게 말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아내와 아들이 그늘 없는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연을 끊어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씨는 “가족에게 버림받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는 행복한 편”이라며 “실제로 아내와 자식이 있는 사형수들은 아내가 요구하기 전에 먼저 이혼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형수들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완전히 떨쳐버리지 못한다. ‘가족’은 세상과 차가운 감방을 연결해주는 마지막 끈이기 때문이다.

한 사형수는 지인이 몰래 찍어다 준 아들의 사진을 보며 고개를 떨구고 한없이 눈물만 흘렸다고 한다. 8년전 감방에 들어올 때는 허리에 닿을 정도로 어렸던 아들이 자신보다도 더 크게 자랐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사형수는 교정위원에게 보낸 편지에 “가족들이 나를 버리지 않고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고 나를 그리움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내가 사는 의미가 충분해졌습니다”라고 썼다.

그 교정위원은 “수감 초기에 그는 가족들조차 자신의 억울함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분노에 차 있었다”면서 “사형선고 직후의 혼란에서 벗어나 죽음을 받아들일 자세가 되면서 다시 가족들을 찾아 용서를 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 교정위원은 “사형수와 가족 모두 서로 이해하고 용서해야 한다”며 “사형수가 마지막에 의지할 곳은 가족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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