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연합뉴스) 강창구 기자 = "신랑은 세개, 신부는 여섯개"
두 사람 합쳐 손가락이 9개밖에 안되는 미얀마와 러시아 출신 근로자가 경기도 안산 소재 한 병원의 도움으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미얀마 출신 신랑 모셔우(33)씨와 러시아 출신 울레아(32)씨는 지난달 20일 안산시 원곡동 원곡성당에서 많은 하객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산재사고로 귀중한 손가락을 잃었지만 그 손가락 때문에 부부가 됐다.
1995년 한국에 온 신랑 모셔우씨는 지난해 7월 시화공단 한 공장에서 프레스 작업을 하다 손이 말려 들어가는 바람에 양손 엄지손가락만 남고 손가락 8개를 모두 잃었다.
모셔우씨는 손가락 접합 전문병원인 안산 두손병원 황종익(50)원장의 도움으로 왼발 두 번째 검지 발가락을 떼어내 왼손 3번째 중지에 이식하는 7시간에 걸친 수술 끝에 손가락이 세개가 됐다.
손가락 수술은 두손병원이 무료로 해줬고 그 덕분에 그는 혼자서도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모셔우씨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신부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출신 울레아씨를 만났다.
그녀 역시 한국에 온 지 1년만에 인천의 한 공장에서 프레스작업 중 오른손 엄지만 남기고 손가락 4개가 모두 절단되는 사고를 당해 이 병원에 입원했다.
신랑 모셔우씨는 한국말도 모르고 불안에 떨고 있는 울레아씨를 위로하며 애뜻한 사랑을 싹틔웠다.
특히 이들 부부의 결혼식이 있기까지는 주위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안산가톨릭이주노동자사목센터는 결혼식 준비와 후원을 맡았고, 안산시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웨딩드레스, 사진촬영, 신부화장을 지원했다.
원곡성당 신부는 신랑신부 주례와 이들이 하루 묵을 수 있는 호텔을 마련했고, 서울의 한 독지가는 뷔페를, 두손병원 차상환 이사장은 신부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했다.
이들 부부는 "비록 양가부모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 덕분에 결혼식을 올리게 돼 그간 겪은 서러움과 한국에 대한 원망이 사라졌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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