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1년째 튀김을 팔고 있는 이희순씨(여·45)의 가게 앞에는 튀김을 먹으려는 사람들로 1년 내내 북새통을 이룬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 학생들, 주변에 직장을 둔 회사원, 동네 아줌마까지 구수한 냄새에 이끌린 사람들이 너나없이 튀김 먹는데 정신이 없다. 오징어, 고추, 김말이, 계란 등 각종 튀김의 가격은 공히 1개당 200원.
회사원 최기호씨(36)는 “일 때문에 점심을 거를 때마다 동료들과 함께 온다”며 “어묵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천원 어치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로 양이 푸짐하고 맛도 좋다”고 자랑했다.
이씨가 처음 튀김장사를 시작한 건 지난 96년부터. 순창 출신인 남편 김상기씨(48)와 고향에서 농사를 짓다가, 장사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고향을 등진 후 광주와 울산에서 잠시 살다가 11년 전부터 전주시 덕진동에서 본격적으로 튀김장사를 시작했다.
김씨 부부는 튀김을 팔아 알뜰살뜰 모은 돈으로 올 1월에는 4층짜리 신축빌딩의 건물주가 됐다. 이 곳에는 이씨의 튀김가게 외에 법무사 사무실과 의류점 등이 입점해 있다. 이씨는 건물에 입주하기 전인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리를 옮겨가며 리어커에서 튀김을 팔아왔다.
이씨는 “건물에 들어온 이후부터는 구청 단속을 받지 않게 돼 마음이 한결 편히 장사를 하고 있다”며 “욕심 부리지 않고, 싸고 맛있는 튀김을 만들어 팔다보니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장사를 하는 이씨의 가게는 오후 2시부터 5시까지는 그야말로 ‘정신이 없을정도’로 손님이 밀려든다. 점심시간이 끝나기 전에 막 튀긴 튀김을 산더미처럼 쌓아놓지만, 2시께부터 학생들이 밀려들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너무 힘들어 몇 번 종업원을 써보기도 했지만, 1년을 못 버티고 나가는 통에 지금은 김씨 부부만이 일을 하고 있다.
이씨는 “쉬지 않고 튀기려면 하루종일 서 있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 수 밖에 없다”며 “고용하는 사람마다 1년을 못 버티고, 직접 장사를 한다고 나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 가게에 튀김 매니아가 폭주하는 것은 재료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맛과 푸짐한 이씨의 인심이 한 몫을 한다.
튀김재료를 비롯해 밀가루, 기름 등 이곳에서 하루 평균 사용하는 재료비는 약 30만원. 매출의 70% 이상을 재료비 투자하기 때문에 튀김의 생명인 원재료 맛을 고소란히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서너 개를 덤으로 주는 이씨의 푸짐한 인심도 이미 손님들 사이엔 소문이 자자하다.
이씨는 “세상에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있겠냐”며 “다만 내 일이다 생각하고, 즐겁게 하면 손님도 돈도 함께 들어오는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