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까지 닦아주는 `때밀이 목사님'

맹츄 작성일 05.12.11 14: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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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목욕 봉사해온 이영호 목사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신도들에겐 봉사활동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제 자신은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게 됐습니다. 역시 실천이란 말처럼 쉽지가 않더군요."

서울 강북구 번동 은혜교회 이영호(62) 목사는 한 달에 두 번은 `목욕관리사'가 된다. 거동하기 불편한 이웃의 몸을 손수 닦아 온 것.

1998년 강북구보건소에 들른 길에 우연히 목욕 봉사자를 모집하는 전단지를 본 게 목욕 봉사를 시작한 계기가 됐다.

처음엔 보건소가 만든 목욕봉사팀에 들어가 활동을 시작했지만 이젠 교회 신도와 지인들에게 이웃을 돕는 기쁨을 설파해 함께 목욕봉사에 나선다.

봉사를 시작한 지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2주에 한 번은 어김 없이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 2∼3곳을 찾아 청결함을 선사했다. 이 목사가 몸과 마음의 상처를 씻겨 준 이웃은 어림잡아 300여명에 달한다.

한 사람을 씻기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리지만 목욕이 끝난 뒤 장애나 중병으로 움직이기 불편한 이웃과 그 가족에게 따뜻한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목욕을 시키고 나면 온몸에 비지땀이 흐르고 힘이 쪽 빠지지만 힘든 이들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게 몸을 씻기는 일 못지않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이 목사는 "목욕하는 동안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고 농담도 곧잘 하는 편이지만 행여나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오히려 자존심을 다치게 하진 않을지 세심한 관찰과 배려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2002년부터 목회생활을 하다 보니 죽음과 만나는 기회가 많다"는 그는 죽음을 앞두고 절망과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와 가족에게 평안과 위안을 주는 호스피스(임종봉사) 활동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본업이 선교활동이다 보니 성탄절이 끼어있는 연말연시는 시간이 빠듯하지만 목욕 봉사를 원하는 이웃이 있으면 어디든지 달려간다"며 "올해도 예외없이 바쁜 연말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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