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북구 중흥동에 사는 백금선(白錦善·68·사진)씨. 그는 요즘 밤 12시면 ‘핸드 캐리어’를 가지고 집을 나선다. 중흥동을 시작으로 풍향동, 계림동 일대 골목과 큰 길을 다니며 박스를 주워 모은다. 캐리어에 박스를 가득 실으면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이러기를 보통 5차례 가량 반복하면 새벽 3시쯤. 이때부터는 다시 빗자루를 들고, 골목길 청소를 시작한다. 청소는 아침 6시 무렵이면 끝난다. 큰 눈이 오거나 비가 오는 날은 예외. 그가 잠드는 때는 오후 7시쯤이다.
“한달 가량 모으면 박스가 3t가량 됩니다. 그것을 팔면 요즘에는 15~7만원 정도지요. 그러면 경로당 노인들에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는데 씁니다.”
경로당은 광주시 북구 중흥동에 있는 ‘행단 경로당’. 지난 2000년 전남 화순 사평중교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해였다. 철로폐선부지에 임시 공간을 마련해놓고 노인들이 지내는 것을 보고 광주시 북구청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4000만원을 지원받아 경로당을 임대운영하고 있다.
그가 청소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77년. 집 앞과 골목길 청소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진도와 신안에서 근무하던 4년간 ‘청소’는 일시 중단되었다. “살고 있는 동네를 깨끗하게 만드는 거에요. 아주 작은 일일 뿐입니다.”
그가 생각하는 생활신조가 있다. ‘인간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흙으로 돌아가기전 무엇인가 보탬이 되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그는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 그래서 청소를 선택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쓰레기를 줍는 것은 버려진 시민의 양심을 줍는 것”이라고도 했다.
광주사범학교와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 광주·전남지역에서 40여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중 광주고·광주일고에서 10여년 교편을 잡기도 했다.
‘청소할아버지’로 통하는 그는 “봉사하는 일은 주위의 작은 일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