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백인 여성, 비운의 김소영 돕기 헌신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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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지난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훈련중 목을 다쳐 사지가 마비되는 불운을 당했던 `비운의 체조선수' 김소영(35)씨.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장애인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 4년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김씨를 위해 자신의 학업도 팽개치고 대소변까지 받아내는 등 그녀의 손발이 돼 무료로 봉사하는 푸른 눈의 `천사'가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발렌시아의 마스터스칼리지 기숙사에서 김소영씨와 24시간 함께 생활하고 있는 제니 시멘스(23)양.
아시안게임 메달 획득이 유력시되던 당시 고교 1학년의 김씨는 대회 개막을 불 과 20일 앞두고 훈련하던중 이단평행봉에서 추락, 척수에 장애가 생겨 사지가 마비된 1급 지체장애인이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면서 서로 돕겠다고 약속했던 독지가들이 언제 그랬냐는듯 약속을 저버려 실의에 빠져있던 김씨가 로스앤젤레스 샬롬장애인선교회(박모세 목사)의 장학금을 받고 미국에 건너온 것이 4년여전.
상담학을 전공한뒤 한국으로 돌아가 장애인 상담 일을 꿈꾸던 김씨는 복도를 사이에 두고 시멘스양과 같은 기숙사를 쓰게 되면서 가까워지기 시작했으나 자신의 간병까지 맡아주리라고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동안 간병을 해주던 여동생이 귀국하는 사정이 생김에 따라 지난 여름방학때 한국에서 간병인을 구하려는 김씨를 지켜보던 시멘스양은 "내가 간병하겠다"고 먼저 말을 꺼냈다.
"말이라도 고맙다"며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던 김씨는 이후 간병인을 구하려 백방으로 애썼으나 성사되지 못했고, 시멘스양은 다시 "내가 할 수 있다"며 재차 김씨를 설득하기에 이르렀고 간병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아는 김씨는 이 제안을 쉽게 받아들이지는 못했다.
김씨는 "가족도 힘들어 하는 일을 말이나 감정이 제대로 통하는 같은 민족도 아닌 백인이 돕는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제니는 먼저 나를 돕겠다고 제안했고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수학을 전공하고 올 여름 졸업한 시멘스양은 교사 자격증 획득을 위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었으나 김씨가 졸업하는 1년뒤로 학업을 미루기로 하고 기꺼이 김씨의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식사 준비와 떠먹여주기, 목욕과 옷 갈아입히기는 물론이고 대소변까지 받아내는 시멘스양을 주위에서는 `천사'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현재 겨울 방학을 맞아 고향인 콜로라도 덴버에 머물고 있는 시멘스양은 "수년간 지켜보면서 소영을 도울 방법을 찾아왔었고 나 역시 김씨를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사랑의 베품을 배울 수 없었을 것"이라면서 "방학이 끝나는대로 건강하게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으며 빨리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어머니 홍인자(61)씨와 함께 새크라멘토 인근 모데스토에서 머물고 있는 김씨는 "제니는 늘 남을 먼저 생각하고 겸손해 하며 사랑이 넘치는 친구"라며 "분에 넘치게 받는 사랑을 나도 남에게 베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김소영씨는 예정대로라면 1년6개월 뒤 자랑스런 졸업장을 쥐고 귀국길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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