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사회]○…“산타클로스 할아버지의 선물이 ‘기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엄마가 세상을 환하게 볼 수 있게요”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엄마(35)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두 명의 어린 동생과 함께 살며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 열세살 소녀 하얀이(13·여·가명)의 크리스마스 소망이다.
하얀이는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귀한 ‘네잎클로버’라고 했다.
제품을 컴퓨터에 입력하는 일을 하는 엄마는 고도근시와 백·녹내장, 각막 혼탁 등으로 시력을 점점 잃어가고 있지만 하얀이와 파란이(11·가명), 초록이(8·여·가명) 등 세 남매를 위해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하고 있다.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지 않아 업무에 지장이 있으니 ‘그만두라’고 하는 주위의 핀잔을 들을 때마다 엄마는 자신이 비참하다는 생각보다는 더이상 일을 할 수 없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에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하얀이는 어려운 집안 사정에도 불구, 수원 P초등학교에서 전교 부회장까지 역임한 모범생이지만 방과후에는 동네 골목골목을 다니며 폐지와 공병을 모아 집 한켠에 차곡차곡 쌓아놓고는 “용돈이기도 하고 엄마의 병원비, 학교 준비물도 마련할 수 있는 ‘내 마음의 보물창고’”라고 자랑했다.
한창 재롱을 부리며 남보다 자기를 먼저 알 나이인 파란이와 초록이도 철이 들어 누나를 도와 보물창고에 보물들을 주워 모으는 일에 불평을 하지 않는다.
또 절약이 몸에 배 전깃불 등을 허투루 켜지 않고 엄마가 퇴근하기까지는 햇볕에 의지해 생활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수원 이안과는 엄마의 눈을 치료해 주겠다고 선뜻 나섰고 한국전력 경기지사는 하얀이네 집을 옮겨주고 전기와 도배 등 사랑을 전했다.
하얀이는 “무엇하나 잘난 것 없이 가난의 상자안에서 서로를 의지해 살았던 우리 가족에게 사랑의 향기를 전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엄마의 소원이 이번 크리스마스의 기적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