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들과 함께 한 20년 인생

맹츄 작성일 06.01.01 12: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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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매화, 백합, 햇빛, 달빛, 지혜, 실버들!"

병술년 첫날인 1일 오전 7시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 갈월리 산기슭, 먹이를 주기 위해 개들을 부르고 있는 이애신(70) 할머니의 목소리가 산 속의 아침을 깨우고 있다.

200여 개가 넘는 축사에 900여 마리 개들이 할머니의 목소리를 알아 듣고 하나둘씩 짖기 시작한다.

이곳 산자락 3천여 평 부지에서 이 할머니가 버려진 개들을 돌보기 시작한 것은 지난 92년.

1980년 남편과 사별한 뒤 생계가 어려워지기 시작, 할머니는 급기야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판자촌에 들어서게 된다.

3년이 넘게 키우던 고양이 13마리에게 줄 먹이조차 마련할 돈이 없는 이 할머니는 이들과 함께 '동반 자살'을 결심했으나 순진한 고양이들 모습을 보고 생각을 달리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유달리 좋아해 남의 집 애완견에게 먹이 주고 돌보는 일을 자처했던 할머니가 차마 자신의 손으로 고양이를 죽일 수는 없는 노릇.

'이제부터는 덤으로 사는 인생이다. 미약하나마 이들을 위해 힘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 할머니는 그때부터 약장사, 옷장사, 호텔 청소, 음식점 주방일 등 닥치는 대로 하기 시작했다.

부친이 2,3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등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명문 사립대에서 발레를 전공하기도 했던 이 할머니가 "알량한 자존심"을 버리고 40이 넘는 나이에 허드렛일을 하기까지는 동물에 대한 사랑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악착같이 번 돈으로 버려진 개, 고양이들을 모아 함께 판잣집 생활을 해왔으나 이웃의 반발로 서울과 경기도를 전전하다 평소 알고 지내던 비구니와 독지가의 도움으로 이곳 포천시 신북면에 지난 92년 자리잡게 됐다.

처음 80여 마리에 불과했던 개들이 매스컴과 소문을 통해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맡기기 시작, 어느덧 900여 마리로 불어났다.

고령으로 힘에 부쳐 개들을 일일이 신경써주기 힘들어 8년 전부터 인부 2명을 고용해 축사를 관리하고 있지만, "하늘나라에 가기 전 후회없이 보듬어주기 위해" 10살이 넘어 노쇠한 늙은 개 180여 마리는 할머니가 손수 돌보고 있다.

또 병들었거나 무리에서 소위 '왕따'를 당하는 개 30여 마리는 3평 남짓한 할머니의 방에서 함께 생활한다.

직접 주사를 놔주고 먹을 것을 챙겨주기 위한 할머니의 배려 덕이다.

이애신 할머니는 "이제 나도 나이가 많아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이다"며 "순수한 사명감과 열정을 가진 후계자가 나와 계속해서 동물들을 돌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이어 "후원금으로만 운영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며 "애완견 호텔, 납골당 등 시설을 가진 애완견 테마파크를 조성, 관광객들을 유치했으면 좋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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