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실명 가능성을 경고받기까지 15년간 한국 유학생들의 논문을 교정해주고 현재까지도 인생상담자 역할을 하고 있는 85세의 프랑스 수녀가 주불 한국대사관으로부터 공로패를 받은 사실이 8일 전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미담의 주인공은 파리에 자리한 옥실리아트리스 수녀회 소속 베르나데트 마르텡-드캉 수녀.
1921년 1월31일 생으로, 이달 말이면 만 85세가 되는 베르나데트 수녀는 199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무려 15년 동안 아무 대가 없이 한국 학생들의 석.박사 학위 논문과 보고서를 교정해주고 불어 연습 상대자이자 인생 상담자가 돼 줬다.
주불 대사관 등에 따르면 1990~2000년 사이 부정기적으로 유학생들의 논문 및 보고서 등을 교정해주던 베르나데트 수녀는 2000년 부터 지난해 8월까지는 아예 일주일 내내 대부분의 일상 시간을 논문을 교정하고 학생들과 상담하는데 쏟았다.
이 기간 수녀가 한 주에 면담한 한국 학생이 보통 20~30명에 이를 정도.
학부 및 대학원때 현대문학을 전공한 베르나데트 수녀는 유려한 문장력으로 한국학생들의 서툰 프랑스어 논문을 다듬어 줬고 객지생활에 심신이 지친 학생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제공했다.
`도울 수 있는 모든 사람을 도와주라'는 소속 수녀회의 모토를 실천해 학생들을 돕고 있는 그가 학생들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탓에 정확한 수를 파악키 어렵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쓸때 그의 도움을 받은 학생만 해도 파악된 수만 37명에 달한다고 대사관은 전했다.
학생 논문작성을 돕기 시작한 1990년대에는 여러 나라 학생들이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에는 맥이 끊기지 않은 한국 학생들이 베르나데트 수녀의 문하생 중 대다수를 차지하게 됐고 그렇게 그는 수많은 한국 학생들에게 스승이자 어머니가 됐다.
특히 베르나데트 수녀는 한쪽 눈이 완전히 실명한 상태에서도 논문 교정을 지속함으로써 유학생들에게 큰 감동을 불러일으켰다.
수녀의 이야기를 대사관에 소개한 손정훈(37.파리1대학 문화행정학 박사과정)씨에 따르면 수녀는 약 10년전부터 한쪽 눈을 완전히 실명한 상태에서 학생들의 논문을 교정해주다 지난해 9월 백내장 등 안과 질환 때문에 더 이상 책을 보면 나머지 한쪽 눈 마저 위험하다는 의사의 권고로 논문 교정을 그만뒀다고 한다.
결국 논문 교정은 더 이상 못하게 됐지만 그는 아직도 학생들과의 상담은 계속하고 있다.
손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수녀님은 학생들에게 아낌없이 퍼주면서도 학생들의 논문을 통해 한국의 언어, 문화 등 많은 분야를 알게 됐고 한국이란 나라를 가깝게 느끼게 돼 오히려 기쁘고 감사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주철기(朱鐵基) 주 프랑스대사는 이달 3일 한불수교 120주년을 맞아 개최된 신년 하례식 행사때 수녀에게 표창장과 공로패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