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아, 아빠 돌아왔다

맹츄 작성일 06.01.28 16: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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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설 때 강오창(姜五昌·47)씨는 지방의 허름한 공사현장 숙소에 있었다. 동료들이 모두 선물꾸러미를 챙겨들고 떠난 텅 빈 숙소에 혼자 남아 있었다. TV 화면에선 설빔을 입고 고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비쳤다. 서울에 남겨둔 아내와 세 아들이 어른거렸지만 그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난 5년간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힌 채 집 밖을 떠돌아야 했던 그에게 올해 설은 남다르다. 27일 오후, 집으로 향하는 그의 손엔 무선조종 자동차 박스가 들려 있다. 늦둥이 막내아들에게 줄 선물이다. 갓 돌잔치를 벌여주고 헤어진 아들. 그 아들과 처음으로 설을 함께 맞는다. 올해 설엔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해볼 생각이다.

5년 전, 그는 옷가지 몇 개가 든 가방 하나만 들고 가족을 떠났다. 카드빚 1억2000만원 때문이었다. 2㎏, 미숙아로 태어난 아들 병원비를 위해 처음 카드를 그었다. 날로 쌓여가는 병원비…. 번듯한 회사의 전기기술자로 일했던 강씨의 지갑 속엔 카드가 금세 11개로 늘어났다. 5일, 11일, 17일, 20일, 25일…. 만기일은 돌아왔고 돌려막기와 카드깡으로 버텼다. 1996년엔 카드사로부터 사기죄로 고소를 당해 10개월간 교도소에서 형까지 살았다. 하지만 출소 후에도 빚 독촉은 끝나지 않았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는 가출했다.





돌아올 결심을 한 건 작년 6월부터. 파산제도를 알고서였다. 용기를 내서 찾은 판사 앞에서 그는 “라면 한 그릇을 먹어도 애들과 같이 살고 싶다”고 빌었다. 판사는 딱한 사정을 들어줬고, 그는 더 이상 빚 독촉 전화를 받지 않게 됐다.

집으로 돌아온 첫날, 다섯 식구는 한방에서 다 같이 잤다. 강씨는 너무 행복해서 잠을 이룰 수 없었다. 파출부 일을 해가며 세 아이를 키워온 아내(김경순·35)도 웃음꽃이 피었다.

강씨 가족은 친척이 빌려준 18평 연립주택에 산다. 건설현장에 나가는 강씨는 “재기할 자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전기기사자격증 등 5개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야간에도, 휴일에도 일할 겁니다. 5년간 세뱃돈 한 번 못 줬지만, 앞으로 돈 벌어서 몇 배의 세뱃돈을 줘야죠.” 그가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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