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친구가 한명 있다. 담배 피는걸 무척 즐기는 그 녀석은 언제나 담배가 떨어지면 냉장고로 달려가 냉동실 문을 열고 담배를 꺼내오곤했다.
그런 그녀석의 행동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 얼린 담배가 훨씬 맛이 좋다는 걸 알게 되었다. 피고난 후에 냄새두 덜 배이고, 많이 피워도 머리가 덜 아프다니 참 신기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린 소주
별로 안 친한 여자친구가 한명 있다. 술 마시는 걸 무척 좋아하는 그녀는 술 얘기만 나오면 늘 자기 아빠 이야길 한다. 어릴적 아빠 심부름으로 가게에 가서 소주를 사올라 치면 어김없이 냉동실 안에 넣어뒀다가 한 두시간쯤 지나면 꺼내서 아빠에게 갖다 드렸다고 한다.
과연 소주가 얼까 하는 호기심에 직접 실험을 해보았다. 냉동실에 소주를 넣어뒀다가 꺼내보면 보통의 소주처럼 아무렇지도 않는데 뚜껑을 따보면 따는 순간 살얼음처럼 소주가 얼어버린다. 공기와 마주치는 순간. 살얼음처럼 얇게 언 소주를 잔에 가득 따라 마셔보면 혀끝에 감기는 그 맛이 가히 일절이라 한다. 아무리 마셔두 취하지 않고 그 차가움에 뱃속까지 시원해진단다. 또한 취기가 가신후에 두통두 적다 한다
얼린 콘돔
별로 안 친하고 싶은 친구가 한 명 있다. 우연한 기회에 그 친구의 집에 놀러갔다가 냉동실 문을 열어 봤보곤 깜짝 놀랐다. 다름아닌 냉동실안에 콘돔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솔로인 친구에 게 콘돔이 있는 것두 의심스러웠지만 콘돔을 냉장고에 넣어둔 의도가 더 궁금했다. 집요하게 묻는 내게 그 녀석이남긴 말은 이러했다. "여자를 만나고 사귀다 친해지면 집엘 오게 돼. 서로가 서로의 감정을 알기에 어느새 우린 이성을 잃고 하나가 돼.
마지막 순간.
냉장고 문을 열고 콘돔을 꺼내 그걸 끼다보면 그 차가움에 움찔거리며 정신을 차려. 그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을 해. 지금 이 행동. 충동적이진 않을까? 이 여자 정말 내가 사랑하는가?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인가? 그럼에도 주저함이 없다면 난 그녀와 하나가 돼. 후회따윈 없는 사랑일테니...." 그 친구의 눈을 한참 쳐다 봤습니다. 처음으로 그 친구가 커 보였습니다. 산처럼 하늘처럼...
오늘 내 심장을 꺼내 하루쯤 냉장고안에 넣어 두었다 내일 아침 꺼내 보렵니다. 그럼에도 멈추지않고 여전히 힘차게 뛰고 있다면, 온기를 잃지 않는채 따스하다면, 아직은 살아야 할 날이 많은 내가, 아직은 보아야할게 많은 이 세상이, 정말이지 못내 사랑스러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