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지금 썩어가고 있습니다...

나영선 작성일 06.12.15 02: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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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쓰려니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될지.. 잘 모르겠네요..

일단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은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 말이 결코 틀리지 않다는 것을

전 오늘 다시 한 번 확인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돈은 삶을 영위 하기위해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없습니다.

그러나

1960-70년대, 우리도 잘 살아 보세하는 부푼 기대에

서양문화를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우리들의 인습은 물론 전통까지 배척하던 태도가 문제였을까요.

한국은 더이상 동방의 예의 지국이 아닙니다.

심지어 지금은 이해타산적 사고와 황금만능주의가

우리들의 머리속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배척해오던 우리의 사상, 우리의 문화, 전통이

21세기를 살아오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가르침을 준다는 것입니다.

제가 지금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중에서도 '효' 입니다.

우리 민족은 이를 모든 생활, 정신의 근본으로 여기고 가장 우선시하였습니다.

우리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릴 수 있었던 근본 이유도 바로 '효'에 있습니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가 판을 치는 현대사회에서도 '효'는 어떤 위치에 서 있습니까?

안타깝게도

이 훌륭한 전통사상이 뒷골목에 버려지는 쓰레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딱딱한 이야기는 그만하고 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어렸을때 전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맞벌이를 하셨거든요.

당시 큰아버지가 할머니를 모셨으니 전 유년기를 큰댁에서 보냈습니다.

그러다가 가정불화로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이혼을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큰아버지는 '효자'셨고, 사촌누나와 저, 그리고 할머니와 같이

나름대로 화목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나 화목했던 가정은 큰아버지가 재혼하신 이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할머니와 새 큰어머니의 마찰로 할머니는 우리 아버지(작은 아들)께서

모시게 됬고, 아직도 저희랑 같이 사십니다.

그 이후 우리집과 큰댁 사이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할머니께서 몸이 편찮아 수술하신 이후, 금전적인 문제로 인해서

저희 집과 큰댁은 완전히 의가 나고 말았습니다.

(자세히 말하자면, 퇴원후 할머니께서 맞으신 링계 단 돈 3만원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에겐 지루한 공휴일은 있어도 화목한 명절은 없습니다.

지극한 효자였던 큰아버지도 새 큰어머니의 이간질 때문에 이제는 할머니(자신의 어머니)

께서 돌아가셔도 자기랑은 이제 남남이라고 알리지 말라고 악을 쓰시더군요....

그 말듣고 할머니께서 얼마나 우셨는지 모릅니다.

남편 일찍 죽고 땡전한푼 없는 상황에서 이 악물고 4남매를 키워온 할머니셨기에

배신감은 아마 더 컸겠지요..

지금도 그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너무나 아픕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저희 가정사가 너무도 부끄러웠고, 친구들이 명절동안 화목하게 지

내는 모습이 어린 마음에 정말 부러웠습니다.

소설이나 TV에서만 일어나던 상황이 이미 우리 가정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충격적

이기도 했습니다.

돈몇푼에 천륜이라는 자식,부모 사이도 끝장 나버리는 끔찍한 현실....

그게 왜 하필 우리집이어야 하는가 애꿎은 원망도 많이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썩어가고 있는 것은 우리 집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썩어가고 있는 것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리던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이러한 끔찍한 현실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편화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우리 아파트에는 저희 할머니보다 연세가 1-2세 정도 어리신 이웃 할머니께서 계십니다.

그 할머니께서도 몸이 좀 편찮으셔서 같이 병원도 다니시고 해서 저희 할머니와

형님,아우 하시면서 잘 지내십니다.

또 저희 할머니와는 달리 독실한 신앙인이시기도 하구요.

예전까지 제가 그 할머니에 대해 알고 있었던 사실은 여기까지가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어제, 갑자기 할머니께서 제게 그 이웃할머니가 몸이 많이 편찮으시다고 좀 보고 오

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잠시 뒤에 할머니께서 눈시울이 붉어지셔서는 돌아오셨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제가 모르고 있던 이웃할머니의 자초지정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놀랍게도, 그 할머니네 가정 상황도 저희와 매우 비슷하더군요.

맏아들이 할머니를 모시는데, 먼저 돌아가신 할아버지 유산문제 등으로 작은 아들과 의가 났
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여태까지 맏아들, 맏며느리와의 갈등도 매우 심했다고 하네요.

듣고나서 말이 안나오더라고요.

엊그제는 그 할머니께서 다리에 쥐가 심하게 나서 아들을 불렀더니,

아들이 들어와서 귀찮은듯이 퉁명스럽게 말했답니다.

"그냥 죽어.. 여러사람 피곤하게 하지 말고.."

그러고는 그냥 자기방으로 돌아갔다네요..

이게 아들로써 자기 부모님께 할 수 있는 말입니까?

짐승도 이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정말 이런 배은망덕한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하고 쌍욕이 나오려는데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저희 가정 사정도 뭐하나 다르지가 않았으니까요.



제 가장 가까운 곳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썩어가고 있는지..


그 할머니께서는 할 수 없이 바늘로 쥐가나 온통 마비가 된

다리를 밤새 찔렀다고 합니다...

며느리는 또 어떻구요.

시어머니 거동도 불편한 거 뻔히 알면서 자기 먹을 밥, 빨래만

딱 하고는 시어머니는 혼자 집에 내버려두고 밖으로 싸돌아다닌다네요.

그러면 그 할머니는 어떻게 대충 빵조각으로 끼니를 떼운답니다...

지금 이 글쓰면서도 가슴이 미어지게 아파옵니다...

어떻게 인간으로써 그럴 수 있는지.. 며느리라는 인간이....

이게 다가 아닙니다.

그래도 아들이 예전에는 '효자'였다네요? (그 할머니 말씀으로는...)

그래서 퇴근하고 나면 잘 주무시나 할머니방 문이라도 열려고 하면

아주 그날은 며느리가 지랄을 해서 난리가 난다고 합니다...

전 그 며느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자식 놈에게 있다고 봅니다.


앞으로 결혼하실 남자분들.. 그리고 또 부모님을 모실 남자분들...

부디.. 부모님께 잘대해주세요...

그리고 좋은 아내 만나서 능력있는 남편이 되시고, 항상 확고한 가장이 되시고,

둘도 없는 효자가 되주세요...

이건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엊그제는 하두 아프셔서 어떻게 경비 아저씨가 알고 그 집을 찾아뵜다구 하더라구요.

경비 아저씨는 며느리한테 병원도 안모시고 가고 뭐하냐구 묻자,

며느리가 이러더라네요,

"아 글쎄 그냥 죽게 내버려둬요!"

그 할머니가 옆방에서 끙끙앓고 있는데 말이죠...

제가 남 가정 상관할바는 아니지만 너무도 괘씸하고 어이가 없습니다...

꼴에 그 며느리라는 사람은 독실한 기독교인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정말 그 인간을 사람탈을 쓴 악마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정오 쯤이었습니다.

저희 할머니께서는 그 할머니가 신경이 쓰이셨던지

잠깐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그 할머니는 예쁘장하게 차려입고는 저희 할머니에게 나직이 말했다네요..

"고마워 형님. 헌데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어.. 그냥 약이라도 먹고 가야할까봐..."

그러시더니..

" 형님.. 근데 나 (그렇게)죽으면 여태까지 (30년동안) 기독교 믿은 거는 어떻게 해.. 천당도 못가구..."

하고 푹꺼지라 한숨을 쉬셨다네요...

할머니는 마음 독하게 먹고 그런 생각은 일체 하지 말라고 타이르고 또 위로했습니다.

힘들어도.. 못 참을 정도로 힘든 늘그막 인생에도 언젠가 볕들날이 있지 않겠냐고 말이죠.

하지만 끝내는 둘이 부둥켜 않고 한참을 말없이 우셨다고 합니다...


예전에 저희 할머니께서 한참 고생하실때 점을 보러갔는데 노년은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점쟁이가 말했다네요..
할머니는 지금 그 얘기를 꺼내면 그것도 다 헛소리라고 조소하시며 넘기십니다.
그런데 오늘은 제게 씁슬하게 웃으시며 말씀하시더군요..

"가가 그러더라...


'형님.... 난 형님이 부러워요..' 라고..... "




오후 5시쯤..

그 분께서는 끝내 13층 아파트 베란다에서 뛰어내리셨습니다.

그분에게

'집'이라는 곳은.. '지옥'보다도 견디기 힘든 곳이었나봅니다.



여러분! 제발 부탁드리고 또 부탁드립니다 ...

썩어가는 대 한 민 국이 동방의 예의지국이라는 명성은 다시 되찾을 수 없더라도..

우리들을 키우시느라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늙으신 부모님을

사랑해주십시요.. 곤경해주십시요..

아무리 보답해도 갚을 수 없는 그 하늘같은 은혜를 제발! 저버리지 말아주십시요..

그러면.. 대한민국은 더이상 썩어가진 않을 테지요..



-----------------------------------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단 한가지만 더 명심해주십시요.

여러분도, 아니 우리도 결국은 늙는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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