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교회와 갈비집의 애도 현수막 싸움

가자서 작성일 09.06.19 17: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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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교회와 갈비집의 애도 현수막 싸움 [아고라 금강님 글]

 

 

 

우리 사랑방 앞에 갈비집이 있고 8 미터 도로 건너편에 교회가 있습니다.

교회 담벼락과 갈비집 정문이 맞 바라보고 있지요.

작년 여름부터,교회 담벼락에 현수막이 붙어 있는데...

~우리 교회는 미.친 미국소 갈비를 먹는 미.친 신도는 없습니다~

 

현수막이 낡아 너풀거리면 다시 제작해서 걸어 놓기를 세번이나 했는데,

다시 걸릴 때 마다 현수막이 더 화려하고 원색적으로 변했습니다.

 

우리동네 사람들이나 사랑방 사람들,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었는데.....

단지 갈비를 파는 식당 정문 앞에 그런 현수막이 큼직하게 걸려 있으니

갈비집 사장이 불편하겠다는 생각은 했지요.

 

8 미터 도로 양편으로 항상 차량들이 주차해 있습니다.

저녁식사 시간이면 갈비집 손님차가 교회앞에 주차 할 때도 있고,

일요일이면 교회신도 차들이 갈비집 앞에 주차 할 때도 있습니다.

그때마다 교회측이나 갈비집 주차 담당이 상대편을 찾아가 차 빼라고

난리,난리 소리 지르고 신경전을 벌이곤 했습니다.  

 

두달쯤전에 그날도 주차 문제로 한바탕 소란을 피웠는데..

싸움이 커져서 양쪽 대장들까지(교회목사님과 갈비집 사장) 나와서

삿대질하며, 싸움이 커졌어요.

화가난 갈비집 사장이 "그러면 우리도 현수막을 걸겠다"고 말을 하더니...

 

다음날 갈비집에서도 담벼락을 가득 채우게 현수막을 걸었어요.

~우리 갈비집 손님중에는 울며 불며 기도하는 미.친 신자는 없습니다.~

이거 뭐 말 장난 하는 것도 아니고, 동네 시끄럽게 생겼어요.

모두 눈살 찌뿌리며 못마땅해 하는데...

 

우리 사랑방에는 벼라별 사람들이 다 모입니다. 그중에는 남의 싸움이나 재정적 분쟁을

양측의 가운데 서서 서로 불만없이 중재해 내는 전설적인?해결사  선배가 있어요.

그양반이 자신의 특질을 살려 그 두사람과 자신까지 3자 회담? 이래나 뭐래나...

몇번 하더니 어떤 수완을 발휘했는지 신사들 답게 각자 현수막을 거두었습니다.

 

그런데...지난 토요일

그 교회에서 또다시 현수막을 걸어 놨어요.

교회 건물에는 노전대통령 영결식날 목사님과 장로님이 들었던 만장 두장을 세로로

걸어놓고, 담벼락에는 큰 현수막을 가로로 걸었는데, 검은색 테두리를 하고 노랑색

바탕에 검은 글씨로 썼는데, 현수막이나 만장이나 자체(字體)가 대단히 날카로워요.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를 애도 합니다.~

 

갈비집 사장이 사랑방에 올라와 말하는데, 교회 목사님에게 언제 내리느냐?

물으니까, 1년상 까지 걸어 놓겠다고 하더랍니다.

그분의 서거를 자신도 애석하게 생각하는 일이니, 교회에서 그분을 애도하는 것이야,

자기도 충분히 이해 하지만, 서거 직후도 아니고, 서거 20 일이 지난 시점에 

영업집 바로앞에, 너무 음산한 색상의 현수막과 만장을 걸었다고 하소연을 하는군요.

몇몇 손님들은 갈비집이 아니라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기분이라고 얘길 한답니다.

그래서 색상을 바꾸고 49제 까지만 걸자고 사정 했답니다. 목사님은 어림 없다고 하고...

 

그분 서거때 나는 이곳에 없었지만 무척 애석했고 놀랐습니다. 사랑방 친구들도 우리와

같은 연배인 그분의 불행이 안타까워, 모두 가서 분향하고 노제에도 모두 참석 했답니다.

그런데 현수막으로 그분을 애도함을 무어라 말 한다는게 대단히 민감한 사항이지만....

내 개인적 생각으로 이 일은 목사님이 조금 오버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남의 분쟁 해결을 삶의 즐거움으로 생각하는 해결사 선배가 또다시 개입 했습니다.

다음날 부터 두번의 3자 회담?을 하더니 어제 오후 현수막을 바꾸더군요

만장은 오동나무 상자에 고히 보관 하기로하고... 현수막은 폭 1미터 길이 12미터이고, 

하얀색 바탕에 밝은 검정색, 부드러운 자체(字體)로 글자를 새겼더군요.

~ 노무현 대통령님의 서거를 진심으로 애도 합니다~

이 현수막이 훨씬 고급스럽고 엄숙해요.그분에 대한 애도의 마음이 저절로 생기겠어요.

 

모든 경비는 물론 갈비집 사장이 부담하고...해결사 선배가 좋은 말로 권유 했더니

갈비집 사장이 약간의 헌금도 했다는군요. 그말에 우리가 일제히 선배 얼굴 다시 보니까

"진짜야 분명히 웃는 얼굴로 자진해서? 냈어. 절대로 강요 안했어 진짜라니까" 강조하네요

내가 고마워서 말했습니다. "역시 형이 해결사로는 대한민국 최고야. 수고 하셨어요"

현수막 걸어놓는 기한은 아직 협의중이랍니다.

어찌됐든지 조용히 해결되어 안도 했습니다

 

                                   2009. 6. 19. 09:30

 

                                     [우리동네]  열 한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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