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처럼 하얀 아이야
언제 어디에 앉아 있어도
햐얀 눈 그늘, 까만 머루 빛
가만히 앉아 있어도
사뿐이 내려 온 선녀 같고
맑은 생각에 잠긴 흰 두루미 같고
고요히 태고 적 이끼 같은 간절한 기도
언제까지 그 하얀 몸짓으로 고요할까
바람불고 해가 나고
숨었던 욕망이 쏟아져 사투를 벌리며
피와 땀으로 우당탕 탕 얼룩진 땅
하얀 본색은 자취 없이 짓이겨져
너마저 녹아 흘러 질퍽질퍽 비루한 곳
하얀 아이야 너는
본디 세상이 흑백의 본색뿐이었음을
고요히 알리고
차디찬 대지엔 눈물만 흘리느냐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널
본디 하얀 품성 그대로 간직한 채
하늘로 흰구름 되어 날아갔다고
전하리
그래도
본디 하얀 아이는
추운 세상이 오면
언제나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간절히 믿으리.
김봉준 화백 ( on-scar@press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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