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2 - 비즈니스의 거짓말

NEOKIDS 작성일 13.10.06 15: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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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 거짓말, 프롬북스, 프릭 버뮬렌, 2011

--독자들은 한 번도 이런 의문을 갖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는 잠깐 유행하다가 사라지는 식스시그마나, 임파워먼트와 같은 경영 기법이 아직도 비즈니스 세계에서 중시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컨설턴트는 또 어떤가? 그들은 기업에 무슨 문제만 생기면 일단 감원해야 한다고 난리를 친다. 중세 시대의 돌팔이 의사들이 사혈하면 모든 병이 낫는다고 주장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기업 인수나 합병은 분명히 손실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많은데도 업중을 막론하고 기업인수 현상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략) 어쨌든 내 말의 요지는 비즈니스 세게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며 아무도 그 이유를 캐묻지 않지만 알고 보면 말이 안 되는 관행이 많다는 사실이다.---7p 프롤로그 중
--첫째, 주변을 둘러보면 조금 전에 설명한 위협 경직 효과를 보이는 기업이 매우 많다. 위협을 받으면 영업 실적이 위축되고 (핵심상품이나 서비스 등) 가장 자신 있는 분야에 집중하거나 거기에만 오로지 매달리는 경향이 커진다. 주변 사업 등은 잠시 보류하거나 정리하며, 경영 방식은 관료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하향식 명령 구조가 뚜렷해진다. 안타깝지만 이런 식의 방어 태세는 어려움을 극복할 해결책을 찾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우선 CEO의 연봉이 기업의 경영 실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많은 학자가 연구를 거듭했다. 그러나 그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아무리 깊이 연구해 보아도 그들의 예상을 뒷받침할 증거는 도무지 나타나지 않았다. CEO의 연봉과 기업의 실적 사이에 아주 미약하나마 비례관계가 성립한다는 연구도 있었으나 설득력이 부족했다. 일반적인 CEO가 받는 보수가 기업의 경영실적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증명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점과 관련하여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기업의 규모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CEO의 연봉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굳이 연구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연구를 해보면 왜 이런 상관관계가 나타나는지 명확한 증거를 찾을 수 없다. 왜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CEO의 연봉이 올라갈까?--85p 중


조금은 의외로, 인지과학이나 심리학의 연구 중 괄목할만한 어떤 개념들은 경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부분들이 있다. 그만큼 경영이라는 것은 사람의 심리와 상당한 밀접함을 가진다. 이 책에도 프롤로그를 심리학에서의 연구, 원숭이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한다. 처음에 바나나를 매달아놓고 물세례를 원숭이에게 퍼부으면 사다리에 올라가지 않는데, 나중에는 원숭이들이 조금씩 교체되어 물세례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원숭이들만 있어도 새 원숭이가 들어올 때 바나나를 못먹게 한다는 거다. 왜 이러는데? 나도 몰라. 하지만 여기서는 원래 이러니까!
심리학과 인지과학에서 연구해 본 인간이라는 존재는 전혀 이성적이지도, 이상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허점 투성이에 몰지각도 이런 몰지각들이 없다. 그 함정은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심지어 이 글을 쓰고 있는 본인조차도. 그렇다면 작금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현상이 있다는 것에 대한 것을 '아는 것과' 그러한 현상을 '분석하고 경계해야 하는' 노력 뿐이다. 
글쓴이는 런던경영대학원의 국제 경영전략 과정들을 연구하고 있는 학자이다. 그럼에도 책은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쓴 여타의 서적들보다 훨씬 더 잘 읽힌다. 그 이유는 의문점들에 접근하는 방식을 경영학 쪽의 딱딱한 어투들이 아닌 일반인들의 언어로 쓰면서, 동시에 심리학적 기제들까지 잘 대입하여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책으로 한국의 모습 모두를 설명하거나 대입하기에는 아귀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보인다. 작은 예로, 현재 한국의 재벌들이 어떻게 기업을 이어갈 수 있는가의 구조적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 책에서 설명하는 방식들을 대입하려 한다든가 하면 에러가 난다. (이 부분에서는 재벌 한국을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 박형준; 책세상; 2013 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이다) 또,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는 IBM 같은 방식의 기업방향 결정방식도 한국에서는 통용될 수 없다. 고집을 넘은 아집과 함께 학력 등을 통한 파벌문화의 심화, 토론문화의 부재 등등, IBM 방식으로 했다가는 좌초될 사업장은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개인적으로 본다. 
그런 점들과 함께, 번역 상의 껄끄러움이나 한두 군데 보이는 문법의 문제, 영국 쪽 특유의 공격적인 말투들 혹은 개그들을 잘 참고 넘어간다면, (심지어는 마무리에서 독자들이 왜 내 책을 다 읽었는지 모르겠다는 말까지 하지만) 이 책에서는 얻을 것들이 꽤 많다. 무엇보다 인간의 허점이란 부분들을 더 많이 깨닫게 되며, 한국의 방식에서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고쳐야 할 점들이 보이게 되는 것이 도움이 될만한 점이라 하겠다. 특히, 감원과 이직, 그리고 기업 합병 등의 문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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