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노트 6 - 사랑하지 말자

NEOKIDS 작성일 14.01.31 00:3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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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지 말자, 도올 김용옥, 통나무, 2012



독서량이 어느 정도 되셔서, 이 책을 이제 읽어보냐는 분들이 있다면 송구할 따름이다. 


사실 글쓰는 본인은 지금도 도올 김용옥 선생과 그가 보고 있는 지론에 대한 지식이 거의 전무한 상태이다. 몇 번의 방송을 볼 때에도 지금처럼 철학, 역사, 사회, 심리학 등등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사실 처음에 도올 김용옥 선생이 나왔을 때의 논란의 모습들도 뭔가 일조를 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었다. 한 군데서는 마치 광풍처럼 일어나는 팬심이, 한 군데에서는 별게 아니라는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는 판단이 쉽지 않은 탓이었다.


그래서 큰맘먹고 접해본 이 책, 솔직히 말하면 3분의 2정도 읽은 상태이다. 그럼에도 재미있다. 어느 정도로 재밌냐면, 읽을 때는 완전히 술술 잘 읽히는데, 그 생각들을 정리하기 위해서 들이는 노력이 만만찮다는 데에서 재미있다.


도올의 논리나 주장에 정통하신 분들에게는 병아리처럼 보일지는 모르겠어도, 도올 선생의 정치에 대한 거친 말모양이나 왠지 현실감 없는 현실주장들을 골라놓고 보면 그의 말 속에는 우리가 겪어온 당대 동양, 서양철학의 역사들이 전부 녹아있다. 그럼에도 술술 읽힌다는 사실 자체가 굉장하다고 본다. 그 점에서는 일단 감동이다.


그러나 막상 깊이 들어갔을 때는 논한 지점들 외에도 다른 면들을 보게도 만든다는 부분들도 또한 괜찮은 부분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먼저 글쓰는 본인이 개인적으로 감화를 받은 것은 니체였다. 현재 니체는 일본에서 오역당한 초인개념을 다시 위버멘쉬로 돌리려는 등 니체의 철학관점에 대한 오해들을 풀어가려는 서적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니체의 말들은 어떤 때는 암호문 같기도 하지만 나름 많은 생각해볼 거리들을 던져주고 있다고 본다. 무작정 빠지지도, 무작정 거부감이 들지도 않는 부분에서는 오히려 그 이전의 촌철살인 같아 절망적인 쇼펜하우어나 후대에 나온 하이데거보다도 훨씬 간단명료하다고 본다. 


이 책중 우주를 논하는 장에서는 그런 니체의 흐름과 상당히 유사한 지점들이 나온다. 니체든 도올이든 일단 형이상학의 진리 자체에 문제점을 두는 부분에서는 동일하다. 거기까지 가는 논리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 또한 색다르다. 


니체는 형이상학의 문제를 타파하고 진리가 아닌 인간의 육신과 당대적 현실을 철학의 중심에 놓기 위해 신화와 여러가지 당대의 서양철학들, 쇼펜하우어, 심지어는 불교까지도 건드리며 인간의 육체적 현실을 형이상에 의한 하대로부터 복권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도올은 그것을 희랍쪽의 형이상학과 기독교의 신화가 합쳐져 필연적이라는 착각이 들게 만들고 진리라는 것이 몸이 아닌 영에서 나오는 것으로서 육신과 현실을 왜곡하였다고 본다. 도달하는 지점은 둘 다 마찬가지인데 그것까지 오는 길이 다르다는 그 통찰에 관한 내용들이 놀랍다. 


(다만, 니체는 기독교의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였다고 보는데, 그가 기독교를 바라보고 있는 부분에서는 기독교 그 자체를 흐름에 입각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그냥 받아들이고 그것의 선함을 생각하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나 자신으로서는 좀 더 살펴봐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뇌를 두들겨깨워 인문학적 생각을 하게 해주는 면에서 이 책은 읽지 않은 분들에겐, 다른 책들에 비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사족으로, 


어떤 분들은 아마 분노가 불끈 치솟을지도 모르겠다......-_-;;;; 정치와 그 때 당시의 선거를 논하는 지점에 있어서는. 위의 현실감 없는 현실주장이라는 부분이 사실 여기서 많이 나온다. 원리원칙은 무리없긴 한데, 그것을 어떻게 포장하고 들이밀어 전술적으로 먹히게 만들것인가의 부분들을 고려하는데 있어서는 아직 선생의 틀거리는 아쉽다.






좀 더 읽고 난후 덧붙임:


니체를 계속 염두에 두며 우주 편을 읽고 있는데 니체에 관한 언급도 나온다. 선생은 니체의 영원회귀에 대한 개념에 대해서는 니체가 그것을 어떤 일률적 허무주의로 보는 것은 시각의 한계이며, 영원회귀 자체는 맞되, 그 회귀의 과정들 자체는 동양철학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무한한 조합이라고 지적한다. 니체가 살아생전 이런 얘길 들었다면 어떠했을까. ㅋㅋㅋ


그리고 주자학에 관한 지식도 좀 필요한 부분들이 있다. 중간에 퇴계와 율곡의 이기론에 대해 건드리는 부분까지 있기 때문이다. 이기론이 머릿속에 없다면 그 대목부터 책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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