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오늘은 '외투'를 읽었습니다.

엉덩이를씰룩 작성일 19.10.05 01: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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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인생소설인 고골리의 '외투'를 다시 읽었습니다.새로운 작품들도 읽어야하는데 자꾸 옛날걸 다시 읽게 되네요


그에게는 정서 정서일 외엔 이 세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이 생각되었다. 그는 옷차림 같은 것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녹색이어야 할 제복은 불그죽죽한 누런빛으로 변해 있었다. 옷깃이 좁거 낮아서, 그리 길지도 않은 목이지만 옷깃 위로 쑥 빠져 나와, 마치 러시아에 있는 외국인들이 몇십 개씩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파는 석고로 만든 고양이 새끼처럼 유난히 길어 보였다. 뿐만 아니라 제복에는 언제나 마른 풀잎이라든가 실오라기 같은게 붙어 다녔다. 더욱이 그는 거리를 걸을 때, 창문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바로 그 순간에 그 창문 밑을 통과하는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 보아도 모자 위에는 수박이며 참외껍질 따위를 얹고 다녔다. 날마다 거리에서 일어나는 일, 행해지는 일에 대해선 일생동안 한번도 주의를 돌려 본 일이 없었다.

그러니까 반액은 이미 수중에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나머지 반액, 다시말해서 나머지 40루블은 어디서 짜내면 좋단 말인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머리를 싸매고 곰곰이 생각한 끝에 적어도 앞으로 1년간은 일상 경비를 바싹 줄여야 겠다고 결심했다. 저녁마다 마시는 홍차도 집어치우고, 밤에는 촛불도 켜지 않고, 무엇이든 일을 해야 할 때는 하숙집 안주인의 방에 가서 거기 있는 촛불 밑에서 하기로 했다. 한길을 걸을 때도 구둣바닥이 빨리 닳지 않도록 돌로 보장을 한 길에서는 되도록 조심스럽게, 뒤꿈치를 들다시피하고 살금살금 걷기로 했다. 그리고 속옷가지를 세탁소에 보내는 횟수도 될 수 있는 대로 줄이고, 옷이 빨리 해지지 않게 집에 돌아오면 즉시 죄다 벗어 버리고 두터운 무명 잠옷 하나만 입고 있기로 했다. 이 잠옷으로 말하면, 이제는 연금이 붙어도 좋을만큼 오래된 물건 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처음엔 이런 궁핍한 생활에 익숙해지기가 약간 힘들었으나, 얼마후부터는 그럭저럭 습관이 되어 별로 지장을 느끼지 않았을뿐더러 저녁을 굶고 지낼 수도 있게 되었다. 그 대신 앞으로 외투가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어 정신적인 양식은 그것으로 충분히 얻고 있었다. 이 때부터 자기의 존재 자체가 충실해지고, 마치 결혼이라도 하여 그 어떤 딴 사람이 줄곧 곁에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었고, 이제는 혼자서가 아니라 인생의 즐거운 반려가 자기와 합심하여 인생 행로를 함꼐 걷고 있는 것처럼 생각되는 것이었다. 그 반려란 다름아니라, 두겁게 솜을 넣고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질긴 안을 받친 새 외투였다.
-고골리, 외투 중




저는 저 돈없는 소시민이 한푼 한푼 돈을 모아 새 외투를 장만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묘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요.인간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대목이거든요.
나중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강도를 당해 저 외투를 뺏기게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될까요?도스토예프스키가 이렇게 말한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고골리의 '외투'에서 나왔다." 한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좋은 소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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