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겪은 끔찍한 이야기

나영선 작성일 06.06.07 10: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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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적에.. 내가 태권도에 한참 열을 올리고 있었던 때였다. 그때 내 나이 15세정도 된 것으로 기억한다. 그 날은 유난히도 비가 많이 왔다. 비가 너무도 많이 온데다가 청둥소리가 너무 컷던지라 그때 우리는 태권도 연습을 할 수 없었고, 그 때 당시 사부님께서는 우리를 정좌자세로 앉히고, 그가 제대한 군대에서 있었던 얘기를 했다.

그때 그 사건이 일어나는 날도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고 했다.
그가 있었던 군부대는 산터에 있었다고 한다. (정확히 어떤 산이라고 했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때 당시만 해도 워낙이나 험한 산에 군부대가 있어서 인지, 보초를 서고 있으면 그 길로 유난히 뱀들이 많이 출몰했다고 한다. 그래서 보초를 서는 군인들은 종종 그런 뱀을 잡아먹는 것이 그 군부대의 일종의 풍습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사건이 있는 날 이후 더이상 뱀을 잡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보초를 서고 있던 몇 군인들이 뱀이 지나다니는 길목에서 뱀을 잡아 먹으려고 했다. 그때, 그들이 먹은 뱀은 보통 산뱀보다 몸집이 크고, "쉬이 쉬이"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던 모양이다. 섣불리 뱀을 잡을 수 없었던 상병(사부님의 친구)과는 달리 김이병은 겁도 없이 뱀을 잡아 결국 먹게 되었다고 한다. 옆에 있던 상병은 왠지 그것을 먹는걸 꺼림칙하게 느껴졌던지 김이병이 먹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고 한다. 당시 김이병은 상병들에게 깍듯이 대하고 장기가 많아서 인지 상병인 사부님과도 많이 친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뱀을 먹은 이후로 김이병은 알 수 없는 복통과 심한 현기증을 호소했다고 한다. 이에 당황한 상병은 일단 보초는 자신이 서줄테니 화장실에 가보라고 했다. 이에 김이병은 그의 말을 수긍하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가 달려가고 있는 방향은 화장실과는 정반대 방향인 험한 산중이었다.

다음 날 그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을 한 채 싸늘한 시신이 되어 보초를 서고 있던 인근 군인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그러나 사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의 집이 워낙 가난했던 터라 그의 부모들은 그를 묻을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화장을 해야 하는 것에 몹시 안타까워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딱히 여긴 군부대 소장님께서 군대가 위치한 산에 좋은 터가 있으니 이곳에 무덤을 만드는 것을 제안하셨고, 결국 그의 유골은 이 산에 묻히게 되었다.

그 후.. 놀랍게도 무덤 근처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많은 군인들이 死者가 되어 떠돌아 다니는 김이병을 목격했다는 소문이 자자하게 퍼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사부님이 보초를 서는 날이 되었다.

그 사건이 일어 났을 때만큼 심한 장마가 계속되고 있을 때였다. 사부님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를 보고있다가 문득 그 소문과 함께 죽은 김이병의 얼굴이 생생하게 떠올라 이루 말할 수 없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엄습해왔다고 한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그는 같이 보초를 섰던 최이병에게 보초 서는 것을 잠시 맡기고 눈을 붙였다고 한다.

... 살을 파고 드는 냉기가 주위에 엄습하자 사부님은 참을 수 없는 두통과 함께 잠에서 깨셨다고 한다. 그리고는 칠흙같이 어두운 밤중에서 보초를 서고 있을 최이병을 찾으러 나갔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최이병을 찾아봐도 그는 보초를 설 자리에서 사라졌다고 했고 결국 그를 찾으러 헤매다가 문득 군인복장을 하고 있던 한 사람의 뒷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고 했다. 그 사람은 터벅터벅 내무실이 있는 쪽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최이병 이자식.. 내 대신 보초는 안스고 저기서 머하고 있는 거야.."라고 투덜거리며 걸어가는 그를 불러세웠다. 몇 번을 부른 끝에 그의 발걸음이 멈쳤다. 밤 안개에 가려서 그런지 그의 형상만이 희미하게 보였다고 한다. 이윽고 그가 최이병인 것을 확인하기 위해 옅은 후레쉬를 그를 향해 비추려고 후레쉬를 키려고 할 때였다.

사부님은 온 몸이 쭈뻣하는 소름을 느꼈다고 한다. 그를 비추기 이전에 땅바닥에는 시뻘건 피가 묻은 군화 자국과 먼가 끌려간 듯 한 붉은 핏자국이 그가 서있는 곳까지 이어졌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그 핏자국은 그가 보초를 서고 있던 곳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았다. 떨리는 손으로 사부님은 안개 속에 가려진 그를 향해 희미한 손전등을 비추었다. 그리고 그를 본 순간 사부님은 마치 온 몸이 얼어붙은 것 같은 공포심이 느껴졌다고 한다. 분명 사부님이 본 것은 최이병이 확실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산자가 아닌 죽은 시신이 되어 (온 몸이 피투성이 였고 머리가 짓눌리고 입이 돌아간 매우 참혹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처참한 몰골로 한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최이병을 쥐고 있던 그가 사부님을 돌아보았다.

이때 사부님은 까무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으으으.."
뼈가 돌아가더니 하반신은 그대로 뒷모습을 하고 있고 상반신만 뒤를 돌아서 사부님을 집어삼킬듯한 눈으로 쳐다봤다는 것이다.
군인 옷을 입고 있었고, 몸에는 살갗이 너덜너덜 붙어 있었고, 내장안에는 창자를 뜯어 먹고 있는 수많은 구렁이들로 득실거리는 마치 좀비를 연상캐하는 그의 눈은 더이상 사람도 귀신의 눈도 아니었다. 그의 눈은 마치 구렁이의 눈을 연상캐하듯 샛노랗고 가로로 찟어진 홍채가 선명히 보였다.
그러고는 송장처럼 서있는 사부님을 향해 이런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우...우..리 아..이..들이.. 배가.. 고파.. ..."



"으악!!!!!!"

그리고 사부님은 다시 눈을 떳다. 꿈이었다. 그러나 너무 선명해서 도저히 지울 수 없는 꿈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고 나와 다시 최이병이 있는지를 확인 했다. 그는 꿈과는 달리 아직 보초를 서고 있었다. 이에 약간은 안도가 된 그를 향해 다가서다가 그는 또한번 감당할 수 없는 공포심이 주위에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그의 뒷모습에서 꿈에서 봤던 흉측한 모습을 한 김이병의 몰골이 빋추었던 것이다. 그는 더이상 최이병에게 말을 걸지 못했고 결국 보초를 마치고 함께 내무실로 들어와 잠을 청했다고 한다. 모든 것이 컨디션이 안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사부님은 애써 그 악몽을 지우며 간신히 잠이 들었다고 한다.

다음 날이었다.

군인들이 한 곳에 몰려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사부님은 그 모습을 보고 먼가 불길하다고 여겼던지 그 군인들을 헤치고 들어갔다. 사부님은 그 광경을 보고 숨이 턱 막혀버렸다. 그곳에는 어제 봤었던 최이병의 끔찍한 시신이 절벽 아래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분명 최이병은 나와 같이 내무실로 돌아와 잠을 청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도대체 어제 있었던 그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

사부님은 정신적 공황에 빠져서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다가 잠시 그 죽은 김이병이 한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는 급히 달려가 김이병이 묻혀진 무덤으로 군인들을 이끌었다. 사부님은 그의 유골이 수상하다면서 무덤을 잠시만 조사해 봐도 되겠냐고 간청을 했고 결국 모두의 수긍을 얻어낸 끝에 무덤 속을 파헤쳤다고 한다. 역시 사부님의 예상대로 였다.

무덤 속에 고이 묻혀 있을 그의 유골은 사라지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곳에는 그의 유골을 파먹었던 것처럼 보이는 수많은 구렁이 떼가 득실거렸다...

그때 김일병과 같이 있었던 상병은 이 구렁이들이 그가 먹었던 암구렁이의 새끼들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 이후 사부님이 제대한 후 무덤은 사라지게 되었고 그의 시신도 더이상 찾을 수 없었다. 또 이런 사건도 당시 신군부세력과 그에 대한 시민의 저항이 발발하던 때라서 사람들의 이목을 받지 못하고 잊혀졌다고 한다.


모두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매우 놀랐으며 또 두렵워 하기까지 했다. 나는 그냥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고 그냥 꾸며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태권도 수업시간이 끝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갔다. 나도 집으로 돌아가려는 찰나에 어떤 소지품을 놓고 온 것이 기억이 나서 다시 태권도장으로 들어갔다. 소지품을 들고 나오는 도중에 나는 말없이 불을 끄고 계시는 사부님의 뒷모습을 문득 보게 되었다. 그때였다.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뒷모습에도 사부님이 말한 것과 같은 이상한 사람의 형상이 번개가 빛추는 불빛 사이로 보였기 때문이다. 터질 것만 같은 가슴을 부여잡고 나는 재빨리 태권도장을 나왔다.

아직도 태권도장에서 나오지 않은 것 같은 사부님의 눈초리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앞이 보이지 않도록 비를 맞으며 뛰었다.

그렇게 무서웠던 날밤이 지나가고 나는 몇 주까지 그 태권도장을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작별인사도 없이 나는 이사를 갔다. 한편으로는 좀 안도되기도 했다. 그리고 몇년 뒤에 그 태권도장에서 같이 지내던 한 친구를 어느 학원에서 만나게 되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다른 이들의 안부를 물었다. 어쩌다가 그 사부님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아, 그 이 사부님? 그 사람 너 이사가기 훨씬 전부터 태권도장에 나오지 않더니만.. 글쎄.. 그해 말에 아파트에서 뛰어내려서 죽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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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사건은 NON FICTION 임을 알려 드립니다. . 실제로 제가 겪은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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