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 오싹한 이야기

예솔이 작성일 06.07.03 03: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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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포항으로 가는 기차역 가운데 사방역이 있다.
거기에서 내려 논자락을 타고 한참을 가다 보면 형산강은 그리 크지는 않지만 깊은 곳에서는 낚시와 수영도 즐길 수 있는 맑고 정취 있는 강이었다.

그때가 1980년, 나는 대학입시에 낙방을 하고 아무런 목표없이 무전 여행을 떠났다.
대충 라면 한 개로 허기를 떄운 적도 있었고,재수가 좋아 잔칫집이라도 만나면 실컷 배불리 먹는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슬슬 가족의 품이 그리워질때쯤 나는 사방리를 지나게 되었다.
물뱀이 노니는 논길을 따라 총총걸음으로 걷고 있을 때,
갑자기 굵은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그렇지 않아도 아까부터
하늘이 새까맣던 것이 한바탕 비가 쏟아지리라는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나는 금세 옷자락이 등에 달라붙는 것을 느끼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 아련하게 원두막 같은 것이 눈에띄었다.나는 비로소 안도감을 느끼며 그 곳을 향해 부리나케 뛰었다.몸을 가릴 곳 없는 들판에서 비를 만나면 여간 곡욕스럽지 않다는 것을 이번 여행 중에서 톡톡히 경험한 바가 있었다.

헐레벌떡 숨을 몰아쉬며 원두막 아래로 뛰어들었당. 빗줄기가 땅을 팰 것처럼 쏟아지고 있었고,마치 바을 연상시키 듯하늘은 온통 새카만 빛 일색이었다.나는 원두막 주위가 약간밝은 걸로 보아 위에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았당.
"젊은이, 비 오는데 어딜 가는 길이우. 이리 올라오시구려."
할머니의 수니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반가움과 허기가 동시에 겹치면서 나는 사다리를 올랐다. 희미한 남폿불아래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가 앉아 잇어다.
"안녕하세요,할머니.잠시 신세 좀 지겠습니다."
"학생인가 보구먼. 자, 참외라도 들구려."
"고맙습니다."
나는 할머니의 마음 씀씀이에서 참 인자한 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다가 비로소 할머니의 옷차림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당.
이런 원두막에 어울리지 않게 할머니는 의외로 끼끗하고
힌 한복을 입고 잇었던 것이다.
"근데 이런 곳엘 할머니가 직접 나와 계십니가? 아드님이나
손자는 어디 있고......."
"......."
할머니는 내 말에 아무 대답 없이 빙그레 웃기만 하더니
이윽고 말문을 열렀다.
"모두 다 여길 떠났지.형산강이 그 애들을 떠밀었던 게야....... 이렇게
솓아지는 걸 보니 저놈의 강이 또 도질 모양이구려."
아스라하ㅏ게 강물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톳물이 넘실대는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세 그려지는 듯했다.
"자식들을 내몰다니오?무슨 곡절이라도 있는겁니까?"
할머니는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바깥 양반이 저 강의 귀(鬼귀신귀)들을 건드렸다오.
그 뒤로 우리 집엔 원한이 씌우게 되었지."
"네?"
할머니의 목쉰 저음이 자분자분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황노인은 모깃불을 피운 뒤 원두막에 올라왔당.
휘영청한달빛 아래서 익어가는 노란
참외와 검푸른 수박들을 보며 노인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입가에 흘렷당.
요 며칠새에는 서리꾼 아이들도 그닥 몰려들지 않아서
오늘은 편안한 잠을 이룰것도 같았다.
노인은 남폿불 심지를 줄이고 자리에 누웠다.
"그 참,별들도 많구마.올핸 농사가 잘 될끼야."
스르르 눈이 감기고 풀벌레 소리들의 자장가가
꿈결에서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떄였다. 키득키득 하는 웃음소리와 두런두런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묻혀온 것은.
'저게 무슨소리지?'
노인은 뜨이지 않는 눈은 억지로 뜨고 일어섰다.
그러자 언제 그랫 냐는 듯 사위는
달빛과 벌레 소리만이 흐르고 잇었다.
'벌레 소를 잘못 들었던 게지.'
노인은 이제 늙었나보다는 생각을 하며 자리에 누웠다.
다시 어슴푸레 잠이 들었을까.또다시 이상한 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노인은 그대로 누운 채 소리가 나는 족으로 바싹귀를 귀울였다.
그 소리는 형산강 쪽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더 뚜렷했다.
젊은 여자의 웃음소리와 역시 젊은 남자의 웃음소리가 섞여 들려왔다.
그리고 말소리도 알아들은 수 있을 만큼 똑똑히 들렸다.
"애,내일 우리 오빠가 올 거야.오빠를 데려와서 같이 놀자."
"좋아,안 그래도 꼭 한번은 보고 싶었어.한번 신나게 놀아 보자구.킥킥."
그 말을 듣는 순간 노인의 등줄기로 식은 땀이 흘렀다.

돌연 1년 전 황노인이 건져올렸던 두 젊은 남녀의 주검이 떠올랏던 것이다.
저 목소리의 주인공들이 산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목소리에서 웬지 요괴스러운분위기가 풍기고 잇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새우다시피 한노인은 덩굴들을 손보면서 어젯밤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필시 악몽인 기라.
노인은 고개를 설설 저었다.
그개 노인의 시야에 젊은이가 들어왔다.

젊은이는 났싯대를 걸머지고 고래를 숙인 채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었다.
순간 불안한 예감이 든 황노인은 황급히 젊은이를 불러세웠다.
"이보게,젊은 양반.지금 형산강으로 낚시하러 가는 기가?"
"네,그렇습니다만......."
"혹시 여동생이 있지 않았나?"
"......그,그런데요."
"그 여동생이 죽었지?"
"그,그런데 할아버니가 어떻게......."
"가지 말그라!"
"네?"
노인은 어젯밤 들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젊은이는 믿기지 않은다는 듯 말을 더듬거렸다.
'그,그렇지만 오늘이 동생이 죽을 날이라서 밤낚시 겸 해서 여길왔는데요."
하지만 할아버니는 않됀다고 하며 젊은이를 돌려보냈다
그날새벽에 일이 터졋지.......
그 귀신들이 화를 낸것이다
"니가 우리 오빠를 돌려보냈지?"
"그런대신 니가 우리랑 놀아줘야겠어"
'가자!!!!"
그후론황노인은 보이질않았고 산에서 죽을채로 발견 되었다.
할머니께서 그런말을 끝내시고는 나는 많은 질문을 했다
그날저녁 다시 졸린 눈을 감고 자려고 할때
갑자기 원두막이 흔들거리더니
공중위로 올라갔다
나는 놀라서
원두막을 내려갔다 그리고 무작정달렸다.
얼마를 달렸을까? 심장이 터져버릴 만큼 숨이 찬 나는 길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잠시 뒤를 돌아보았다.
아아,지척을 분감할구 없을 만큼 쏟아져 내리는 빗발속에서 나는 분명히 보았다. 저 아득한 곳으로, 형산강이 있는쪽으로 원두막 하나가 떠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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