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일본친구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실화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자기도 알 수 없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이야기라네요.
조금 오래전에, 그것도 일본어로 들은 이야기라 세세한 사항까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 줄기는 확실하니 기억을 더듬어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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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학생 3명이 중국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남자 2명과 여자 1명이었고, 셋은 북경을 중심으로 여기저기를 여행하고 돌아다녔다.
어느 날, 저녁무렵에 민박집으로 돌아가는데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인 곳이 있었다. 웅성웅성하거나 박수 치며 모여있는 모습이, 여행객인 그들에게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다가가보니 주사위를 이용해서 도박ㅡ야바위 비스무리한ㅡ을 하고 있었다. 맞출 경우에는 두배를 받고, 틀릴 경우에는 돈을 잃는,, 그냥 단순한 게임이었다.
중간에 게임을 그만두면 그 때까지 얻은 돈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일단 게임을 하고 있는 동안에는 두배씩 불려진 돈을 계속 걸고 있어야 했다. 100원-> 200원-> 400원-> 800원 -> ...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이라 잘만 하면 판이 커질 수 있었다. 일본과 중국의 물가를 생각하면 경제적으로 꽤 차이가 있지만, 일단 학생신분에 배낭여행 중이라 셋은 재미 겸해서 조금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조금 서서 지켜보다 그다지 어려운 게임도 아니었고, 돈을 걸고 해 보기로 했다.
조금 하다보니 셋에게는 이 게임의 묘한 트릭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돈을 계속 딸 수 있었고 점점 판이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늘어가는 돈 만큼 셋은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가 기뻐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외국인이 게임에 나서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하고 분위기를 띄우던 주위의 중국인들이 갈 수록 표정이 험악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냥 좋아하기만 하던 세명의 대학생도 어느 순간인가부터 이 싸늘한 분위기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돈은 이미 어마어마하게 불어나있었고 그 셋은 그만둘 타이밍을 찾고있었지만 이상한 위화감에 그만 둘 수 없었다. 마치 모두가 '져 버리는 것'을 바라는 눈치였다. 어느 새 주위의 모두가 뚫어져라 자신들을 쳐다보고 있었고 일부는 몽둥이 같은 것을 땅바닥에 두드리는 시늉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셋 중에서 한 남학생이 눈치를 보다가, 어차피 시작한 돈은 아주 적은 금액이었고 이 돈은 도박판의 돈이니 잃어도 별 것 없지 않느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늦었으니 돌아가자고 말하면서 돈은 그냥 두고 민박으로 다시 향했다.
그런데 민박으로 향하면서 여학생은 몹시 분해했다. 우리가 딴 돈인데 어째서 두고 와야하냐고, 남학생들에게 언성을 높였다. 중국인들이 모여있다고 한들, 이건 아니지 않느냐는 식으로 화를 냈다. 민박집에 도착한 뒤에도 여학생은 끊임없이 화를 내었고 남학생들이 말렸으나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자기가 돈을 찾아오겠다고 소리치면서, 민박을 나가버렸다.
그리고 한참의 시간이 지났다. 깊은 밤이 되었지만 여학생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남학생들은 걱정이 되었고 민박을 나서서 다시 아까 그 거리로 향했다.
그곳에 가니 이미 도박판은 사라지고 없었으나 몇몇 사람들이 험악한 인상을 하고 서 있을 뿐이었다. 핏자국이 있는것을 보고 불안해진 남학생들은 근처를 서성이며 여학생의 이름도 불러보고 찾았으나 어디에도 없었다. 그 때, 한 학생이 바닥에 떨어진 머리끈을 발견했다. 이것은 분명, 그 여학생의 것이었다.
안 좋은 사태를 감지한 남학생들은 바로 경찰서(공안이죠;)로 향했고 한자로 글씨를 써가면서 여학생이 사라졌음을 알리고 수사를 부탁했다. 경찰서는 접수했으니 돌아가라는 식으로 말하면서 그들을 민박으로 보냈다.
그렇게 여학생이 사라진 뒤에 남학생들은 남은 여행기간을 민박집에서 보내며 그 주위에서 여학생을 찾았으나 아무 성과도 없었고,, 경찰은 수사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그 후 둘은 일본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여학생의 행방은 결국 알 수 없었다.
그 두 남학생은 시간이 지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각각 사회인이 되었고 샐러리맨으로서의 바쁜 생활 속에서 서로 연락도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여학생의 일도 거의 잊혀졌다.
한 남학생, 아니 이제 회사원이 된 한 명은 어느 날 회사에서 단체로 태국에 연수를 가게 되었다. 회사에서의 연수라고는 해도 여행을 겸하여 단체로 간 것이었다. 사원을 둘러보거나 시장을 방문하고 코끼리를 타는 등의 태국 관광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밤문화를 체험하는 것이었다. 삐끼의 안내에 따라 사원들이 단체로 한 섹스쇼장에 들어섰다.
남자와 여자가 나와 야릇한 자세로 섹스를 하거나 어떤 여자가 그 곳으로 바나나 껍질을 벗기거나 담배를 피우는 등 섹스쇼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사회자의 안내와 함께 다음 순서가 소개되자 무대 위로 뭔가가 데굴데굴 구르며 나왔다. 몸통만 있는 여자가 나와 펼치는 섹스쇼였다. 그 여자는 팔과 다리가 없는 상태에서도 몸을 굴려 무대를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거기를 이용하여 묘기를 부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밝은 조명아래에서 그 여자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인 순간, 남자는 할말을 잃었다.
이미 몇 년이나 지난, 대학시절의 중국여행에서 사라진 그 여학생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여자도 남자를 보고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는 정말 자기를 보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여자는 혀가 없는지 말도 못하는 상태인 듯했다. 알 수 없는 끙끙소리를 내며 그냥 무대를 구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서의 진행을 알리며 잠시 불이 꺼졌다 켜졌을 때는 이미 그녀는 무대 위에 없었다.
남자는 뭔가 말하려는 듯한 그녀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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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듣고나서 이 얘기를 해준 친구랑 얘기를 좀 했는데요, 도박장들이 그렇듯이 깡패집단이랑 연결되어 있는데 그 여자가 거기에 잡힌 것 같다고 하네요. 그리고 잔혹하게 당하고 마카오에 매춘부로 팔렸다는.. 그런 스토리를 상상했습니다.
마카오가 들어가고 나오는 입구가 한정되어 있어서 가두기 좋다는 말을 저도 어디서 들었는데, 그러다가 태국까지 가게 되었다는,,, 나름대로의 추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태국 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저는 가보지는 못했고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난쟁이나 거인과 같이 체격적으로 특이한 사람이나, 어린애나 할머니, 신체적으로 부자유하거나 불구인 사람들이 섹스쇼를 한다고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