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 이야기에 삘받아서...(본인 경험담)

cafka 작성일 06.09.19 03: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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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2월....지금 분당에 위치한 국군수도병원(구 수도통합병원)이 완공되기 전 해

겨울에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 부대는 수도병원과 바로 인접해 있었고, 병원은 당시 한창

건축 중이었죠. 사건(?)이 있었던 그날 밤... 하늘엔 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고,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었습니다. 눈이던 비던 뭔가 곧 쏟아져내릴듯한 기세....전 당시 상병 말호봉

(8호봉)이었고, 새벽 2시타임 초소근무가 잡혀 있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건 사수가 저랑

아주 친한 병장이라는 것....이것저것 군장을 챙기고 방한복을 껴입고 터벅터벅 초소를 향해

올라갔습니다. 우리가 근무할 초소는 부대에서 제일 높은 217고지의 초소까지 가는

중간쯤에 있는 초소였습니다. 거기에선 짓고 있는 수도병원 건물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었습니다. 초소에 도착해서 소총과 탄띠 하이바를 해체하고 고참은 담배를 한대 태우고,

저는 인터폰과 딸딸이(군용전화)의 통신상태를 체크하고, 초소에 짱박아 놓은 털조끼

두개를 꺼내 고참과 하나씩 나눠 가졌습니다. 병원 건물은 기분 나쁘게 시커먼 모습을

드러내고, 서리에 얼어붙지 말라고 건축자재에 덮어놓은 갑빠가 바람에 날리며 내는

푸덕푸덕거리는 소리가 신경을 거슬리고 있었습니다. 고참도 그 소리가 기분 나쁜지 자꾸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더군요. 근무시간 2시간을 보내기 위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것도 지겨워져서 고참은 잠깐 눈을 붙이겠다며 초소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저도 원래는

그래선 안되지만^^;; 바람을 피하기 위해 초소안으로 들어가 1층 바닥에 앉아 털조끼로

무릎을 덮은 채로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습니다. 한 10분이나 졸았을까, 왜 그런 느낌

있잖아요, 아차, 하는 느낌... 그런 느낌에 깜짝 놀라 잠을 깨고는 잽싸게 초소 바깥으로

나갔습니다. 다행이 당직사관이 올라오는 기척도 없고,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습니다.

단지 달라졌다면.... 잠잠해진 바람... 먹구름에 시뻘개진 하늘.... 그리고 올라올때보다 훨씬

차가워진 공기.... 시계를 보니 2시 45분이었습니다. 온도기록을 위해 온도계를 체크해보니

영하 19도.... 우리 부대가 그 정도로 온도가 떨어지는 지역이 아닌데 이상하게 기온이

낮았습니다. 그래서 상황실로 인터폰을 쳐서 기온이 너무 낮다, 온도계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가 확인해 달라고 했더니, 아래쪽 온도계도 영하 11도 정도니까 그럴 수도 있을 거라며

계속 수고하랍니다. 그래서 전 맘을 놓고 다시 초소 안으로 들어와 앉았습니다. 그러고는 또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던 순간.....뭔가 후두둑 후두둑 하는 소리가 납니다. 전 첨에 우박이

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날이 워낙 안좋았으니까요. 그래서 와~ 오늘 날씨 제대론데...하며

밖을 내다보는데, 가만보니 우박이 제 시야 정면 일부분에만 떨어지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그건 우박이 아니라, 흙부스러기 들과 작은 돌멩이들.... 또 한차례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러다가 전 아하~ 하며 2층을 향해 고개를 들고는 "X병장님 장난치지 마십쇼~"라고

했는데, 또 후두둑~ 떨어집니다. 그래서 전 에이씨~ 하며 철사다리를 밟고 올라서 2층으로

고개를 쑥 내밀었습니다. 고참은 하이바를 베고 털조끼를 얼굴에 뒤집어 쓰고는 쪼그리고

자고 있더군요. 그래서 하이바를 툭툭 치며 "자는 척 하지 마십쇼"했더니 털조끼를 젖히고

눈을 부스스 뜨며, "뭐야, 당직사관 떴어?"하며 군장을 챙깁니다. X병장님이 장난친거

아닙니까? 했더니 뭔소리냐는 표정으로 "뭐야, 이 새꺄, 짜증나게..."라며 엄청 짜증을

내더군요. 어쩔수없이 죄송하다고 하고는 1층으로 내려와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고는

또 5분 정도 지난 걸로 기억합니다. 고참도 잠이 깼는지 윗층에서는 가볍게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또 후두둑~ 하며 돌덩어리들이 쏟아져 내리더니.....그와 동시에

빌어먹을 불알이-_- 떨어져나갈 정도로 놀랍게도 "오빠...."하는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발음이 정확하지는 앉았지만...."오바....오바...." 분명 이런 소리였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뭘 어떻게 할수가 없더라구요. 그냥 멍하니 얼어서 초소바닥에 붙어 앉아 있는데,

계속 약 5초 간격으로 후두둑....오빠....후두둑....오빠.... 반복하더군요.... 약 3분 이상을요

.... 그러고는 잠잠해 졌습니다. 무서운 것도 무서운 거지만 좀 멍해 있었습니다. 꿈인가?

가위눌린건가?....그러던 와중에 절 미치게 만든건 바로 윗층에 있던 고참.... "야, ㅆ ㅂ

너도 여자목소리 같은 거 들었냐...?" 정말 올라가서 패주고 싶더군요. 차라리 나혼자

들은거면 환청을 들은거려니 할텐데....한시간 가까이 더 기다리니 교대근무자가 올라왔고,

겁에 질린 우리에게 이야기를 들은 교대근무자 중 병장이 전설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예전에 막 제대 배치 받았을때, 지금은 전역한 고참이 겪은 일인데, 상황도 똑같고,

그 고참은 철조망 너머 부대밖 수풀 사이에 서있는 여자까지 봤다더군요. 너무 놀라 총을

겨누니 한동안 노려보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고 하구요.... 저와 고참은, 얘기하지 말지

뭐하러 했냐며 울상이 된 교대근무자들을 뒤로 한채 도망치듯 막사로 달려내려왔고, 한동안

몇몇 부대원이 똑같은 일을 더 당해서 정말 부대내 큰 이슈가 되었었죠. 그 외에도 같은

인물로 추정되는 흰옷입은 소녀 이야기가 더 있는데 오늘은 무서워서 그만 잘랍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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