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갑자기-버려진집2부마지막...

똥싸다실종 작성일 07.01.19 19: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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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일들이 진짜였는지, 아니면 혼수상태때 꾼 악몽인지 혼
동이 갈 정도였다.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그 모든 일을 생생하게 경험했다.
그렇지만 그 마을로 돌아가기 전에는, 내 얘기가 진실이라고 증언해줄 사
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다고 몸도 성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곳으로 가겠
다면 부모님이 병원에서 나를 내보내 줄리 없었다.
답답하다 못해, 내 정신상태가 진짜로 붕괴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점점
그 일들을 진짜로 내가 경험한 것이가에 대한 자신감도 사라지기 시작했
다. 내가 경험한 일들이 송두리째 사라지고, 새로운 일들이 내 경험인 척
하고 들어온 것이다. 아무도 내 말을 안 믿게 되니, 점점 성격이 광폭해지
고 쉽게 흥분되었다. 그리고 밤마다 제대로 자는 법이 없었다. 끔찍했던
시체들, 지옥 같은 과수원 집, 재원이가 낫을 들고 있던 모습, 김반장의
최후...
온갖 끔찍했던 기억들이 꿈속에서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나도 모르게 점
점 신경도 날카로워졌다.
보다 못한 부모님께서 나를 정신과에서 상담을 받게 했다.
필요없다고 거부했지만, 반강제로 정신과 진단을 받게 되었다.
나는 매우 신경질적인 상태에서 정신과 담당 최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최선생님은 적대적인 환자인 나를 처음부터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부드러
운 목소리로 내가 경험한 모든 일을 차근차근 얘기하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적대적인 감정으로 아무 얘기도 안 하려고 했지만, 최선생님은
내 얘기를 정말 믿는 사람같아서, 나도 모르게 모든 일을 얘기하게 되었
다. 최선생님은 내 얘기를 다 믿는 것 같았다. 아니, 믿기지 않아도 믿으
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런식으로 한 사람이라도 내 얘기를 믿어주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보니,
내 스스로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내
얘기를 안 믿어주는 것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일주일 동안 최선생님의 상담을 받고 나니, 어느새 정상으로 돌아온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몸에 난 화상과 어깨 상처도 거의 다 치료되었
다. 최선생님의 완치라는 싸인과 함께 병원에서 퇴원할 수 있게 되었다.
퇴원하자마자, 나는 우선 알아봐야 될 일을 생각했다.
바로 그 마을에서 있었던 일에 대한 진상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내가 직접 가고 싶었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생각난 곳이 있었다.
바로 대한 심령학회였다. 그곳은 친구인 윤석이가 활동하던 곳이었다.
나도 준석이의 형의 고귀한 죽음에 얽힌 수수께끼라든지 은희의 괴기한
경험때문이라던지 해서 몇번 찾아가 본 적이 있는 곳이었다.
별로 신뢰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곳을 운영하고 계시는 박변호사는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분이었다. 그 분은 자기 가족을 불가사이한 일로 여
인다음에 사재를 털어 이 학회를 만들어,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이도 자기 형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고
있다가 고시 공부도 포기하고 이 학회에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일본으로
식인사건으로 해결하러 간 윤석이가 몇 개월째 실종된 상태여서, 윤석이
소식이라도 물어볼 생각으로 그 곳을 찾아갔다.
마침 계시던 박변호사는 반갑게 나를 맞아 주었다. 윤석이에 대한 특별한
소식은 없었다. 박변호사도 걱정하는 눈치였다.
나는 심호흡을 한 후, 그 마을에서 내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을 모두 얘기
했다. 듣는 사람이 지루할 정도로 자세하게 얘기했다. 하지만, 박변호사는
내 얘기끝까지 진지한 표정으로 다 들어주었다.
그러더니 오히려 더 자세한 사실을 알기 위해 자기가 직접 그 마을에 갔
다 오겠다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그 정도까지는 할 필요없다고 만류했
지만, 박변호사는 자기가 연구하는 일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며 그 마을
을 갔다 오겠다고 했다. 사흘 뒤에 다시 만나기로 했다.
나는 안절부절하며 사흘을 기다렸다.
이윽고 약속시간이 되어, 대한 심령학회로 찾아갔다.
박변호사는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그토록 찾아해매던 것에 대한 해
답아닌 해답을 들려 주었다.

"마을 사람들은 진실을 숨기고 있더군요...
일한씨가 경험했던 일들을 없었던 일로 만들었고, 피해자의 가족들은
전부 다른 곳으로 이주할 준비를 하고 있고...."
"도대체 왜 그 모든 일을 숨기고 있는 것이죠?
이해가 안 되요.... 그렇게 커다란 사건을 어떻게 숨기는 것이죠?"
"휴... 그러니까 인간이 무서운 것이죠...
작년 쯤인가 그 마을에 온천이 발견되었데요..
대기업이 투자해 대단위 위락시설을 조성할까 검토중이었고..
그런 소문만으로 땅값이 10배는 넘게 뛰었데요...
잦은 홍수 때문인지 투자하기로 한 대기업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 다시
땅값은 떨어졌데요.. 그런데 정부에서 홍수방지 댐을 짓기로 해서 다시
한 번 개발붐이 불고 땅값이 치솟았대요...
그리고 대기업이 결정을 내리고 발표하는 것이 이번 달말로 예정되었다
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수십명이 끔찍하게 죽어나갔다는 살인 사건의
장소로 알려줘봐요. 대기업의 투자는 없는 일로 되고, 그 마을 글자그대
로 유령마을이 되겟지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 스스로 그 무서운 진실을
숨기기로 했대요... 나도 지나가는 얘기만 들어서 확실한 것 모르겠지만,
그 마을 이장이 주도를 했데요.. 자기 자신도 희생자의 아버지인데도 그
일에 앞장섰다는 군요...
정말 무서운 사람들이죠..."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박변호사 말이 사실이라면 너무 황당한 일이었
다. 그런 식으로 진상을 은폐하다니...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박변호사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그 마을에서는... 진짜로 어떤 일이 일어난 것이죠?
제가 경험했던 일들을 도대체 어떤 일들이었고..."
"Multiple Personality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예? Multiple Personality라... 잘은 모르지만, 다중 인격자라는 얘기
아닙니까?"
"예, 맞습니다. 심리학적 용어로 한 사람안에 여러 종류의 인격이 내제되
어 있는 경우를 말합니다. 주로 연쇄 살인범들에게 자주 나타나는 증상
이죠.. 평상시에는 온순하던 사람이 특정한 자극만 받으면 흉폭한 살인자
가 되는 경우인 셈이죠.. 아마 지킬 박사와 하이드가 다중 인격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묘사를 한 소설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이것이 제가 그 마을에서 경험한 것과 무슨 관련이 있죠?"
"지금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이 진실이라고는 고집하지는 않습니다. 하지
만 최대한 논리적으로 조사해보았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저 자신은 일한씨가 경험한 모든 일을 믿습니다.
그런 증거도 있고요...
우선 우리는 일한씨가 이야기 해준 것들을 시간 순으로 쫓아갔습니다.
제일 먼저 있었던 비극, 즉 그 독립 운동가의 가족의 비극적인 죽음부터
조사해 봤습니다. 여기저기 뒤져 그 독립운동가의 이름은 천기홍이며 실
제로 일제의 감시를 받으며 경기도 작은 마을에서 연금생활을 했다는 기
록을 찾아냈습니다. 그 사람에 대한 기록은 그 이후에는 없습니다. 그 이
후에는 아무도 그 사람과 가족에 대한 생사에 대해서 모른다고 했다는
군요. 결론적으로 그 독립 운동가는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이제부터 상식과 과학의 벽을 허물고 논리라는 단 하나의 잣대를 가지고
제 추리를 전개해 보겠습니다. 때로는 상식과 과학이 이런 사건을 이해
하는데 걸림돌이 되곤 하니까요..
1910년대 어느날 독립운동가 일가족이 몰살당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타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감과 증오에서 일어난 비극이었습니다. 아
마 씨족사회의 전통이 강한 마을이었나 봅니다. 모든 일은 거기서 시작
되었습니다. 자기 일생을 바쳐 민족과 독립을 위해 투쟁했는데, 그 민족
의 무지에 의해 살해된 천기홍이라는 독립운동가는 그 깊은 원한으로
영적인 존재로 그 과수원 집에 남게 되었습니다. 복수의 악귀가 되어..
너무 깊은 원한으로 기회만 되면, 복수를 실행했죠. 그 집앞을 지나거나
그 집에서 기거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많은 사람이 그 집에서 죽어나갔
죠..
그 때문인지 80여년동안이나 그 집은 버려져 있었습니다.
90년대 초에 성일여관 주인이 그 집을 가지고 자기 친구인 한병식씨에게
사기극을 준비합니다. 훌륭한 과수원이라고 속여서 임자 없는 집과 과수
원을 한병식씨에게 팔았습니다.
한병식씨 가족은 그 집이 그렇게 무시무시한 내력을 가진 것도 모르고
행복한 생활을 꿈꾸었습니다. 하지만, 악귀는 한병식씨 가족을 가만두지
않죠.. 한병식씨의 부인이 이유도 모르는 병으로 죽게 됩니다. 그 악귀의
저주일 수도 있겠죠... 더욱 불행한 것은 한병식의 끔찍했던 부인 사랑이
었습니다. 맏딸 지희마저 시집가게 되자, 큰 상실감과 허전함을 느낀 한
병식씨는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로 마을 무당에게 부탁해 죽은사람을 되
살리는 의식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그 의식은 죽은 부인을 살려내지 못하고, 바로 복수를 노리는
독립운동가의 악귀를 살려내죠...
그 살아난 악귀가 첫 번째 살인을 저지르죠.. 한병식씨 가족을 그 희생자
가됩니다. 우선 자기 복수를 행해줄 매개체를 찾은 것입니다. 자기가 들
어가서 복수를 할 수 있는 살아있는 사람의 몸이었죠... 그 악귀는 처음
에 한병식씨의 몸에 들어가 아들인 지철과 사윗감인 안중위를 죽입니다.
그러나 한병식씨는 끝까지 악귀에게 조종되지 않고 자살을 기도합니다.
그래서 악귀는 딸인 지희에게 들어가고, 악귀의 힘으로 지희는 자기 아
빠인 한병식씨의 머리를 자릅니다. 하지만 지희는 여자였고 연약했
기 때문에 강력한 원한과 증오심을 가진 악귀가 더 이상 머물 수 없었습
니다. 악귀의 뜻대로 움직이기에는 너무 연약한 여자였습니다. 그 여파로
지희라는 미치게 되었죠..
그 악귀는 다시 버려진 집에 머물면서 자기가 들어갈 수 있는 희생자를
노립니다. 운이 나쁘게 그 희생자가 바로 일한씨 친구였던 재원씨가 됩
니다. 악귀는 재원씨의 몸을 지배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재원씨 몸에 들어간 것은 그 독립운동가의 악귀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악귀에게 죽음을 당한 한병식씨, 지희, 지철, 그리고 안중위까지 그 악귀
와 함께 재원이의 몸으로 빙의하죠..
악귀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나머지 희생자들도 원한이라는 극단적인 감
정만 가진채 재원씨의 몸에 들어가죠...
거기서 부터 살인이 다시 시작됩니다.
첫 번째 희생자는 여관주인, 바로 한병식씨를 속인 사람입니다. 또한 정
신이 나간 지희를 겁탈하고 농락한 사람입니다. 지희의 시체를 부검한
의사를 만나봐 얘기를 들어봤는데, 임신중이었다고 합니다. 그 여관주인
의 만행이었죠.. 이 사람은 한병식씨와 지희의 복수로 살해당합니다.
독립 운동가의 악귀가 저지른 일이 아닙니다. 단지 원한을 증폭시키는
매개체 역할을했을 뿐이고, 한병식씨와 지희의 원혼이 저지른 살인이
됩니다. 다음 희생자는 정미소 김씨였습니다. 김씨는 생전에 한병식씨와
사이가 나뻤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한병식씨의 복수였습니다.
다음 희생자는 탈영병, 우연으로 보이기 쉬운 살인이었습니다만 나름대
로 이유가 다 있었습니다. 그 탈영병의 부대를 조사해 본 결과 공교롭게
도 안중위와 같은 부대였습니다. 안중위의 주변을 조사해보니, 중위로 복
무할 당시 그 탈영병은 안중위와 아주 나쁜 관계였다고 했습니다. 지나
친 비약일 줄 모르지만, 이번에는안 중위의 살인이었습니다. 그때까지는
재원씨가 꼭두각시였을 것입니다.
그 즈음 재원씨 역시 살해되었을 것입니다.
왜냐고요?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으니까요...
악귀는 살해를 계속함에 따라 더 이상 몸이 필요 없어 졌습니다. 희생자
들의 기를 이용해 자기 나름대의 물리력을 가진 하나의 매개체를 만들었
으니까요.. 그것은 무당집에서 발견되었다는 그 검은 흙에서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비에 씻겨 찾기 힘들었지만, 일한씨 말대로
그 무당집 근처에 검은 흙이 약간 발견되었습니다. 그 흙의 기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이런 것은 우리 방식인데... 그 결과를 보니 그 흙에는 인간
의 기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경우는 아주 드믄 일인데... 서양에서는
골램이라고 불리기도 하지요...
과수원 집에서 발견된 검은 흙이 모여 사람의 형상을 하고 살인을 하고
다닌 것입니다. 원귀들이 모여 복수의 살인을 위한 물리적 개체가 만들
어진 것입니다.
그때 부터 본격적인 살인을 하기 시작합니다.
자기 정체를 알만한 무당을 죽이고... 그 자리에서 낫을 사용한 방법을
보면 두 사람 이상이 낫을 쓴 것처럼 보였다는 것은 바로 여러명의 원혼
이 살인을 저지른 것이라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자기 가족을 몰살한 사
람들의 후손을 찾아 죽입니다. 그 마을 어르신이라는 사람까지....
그때 재원씨 친구라는 정화씨가 범인을 목격하죠.. 그때 아마 재원씨는
이미 죽어있었을 것 입니다. 그 상황에서 정화씨가 어떻해 살아ㄴ나고
요? 그 대답은 의외로 간단해요.. 정화씨는 어느 누구의 살생부에도
포함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정화씨는 그 악귀에게 커다란 위협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재원씨의 혼에 영향을 미치니까
요.. 그래서 정화씨 눈에 보인 것은 재원씨의 형상이었고, 또 정화씨를
죽일 때 나타난 것도 재원씨의 형상이었다는 것이죠..
복잡하죠... 쉽게 이야기해 보면, 그 악귀는 정화씨를 봅니다. 하지만
그냥 지나치려고 합니다. 원한관계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자기의 일부분을 이루는 희생자, 즉 재원씨의 혼이 정화씨를 보
더니 괴로워하며 자기를 분열시키려고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위험
인물인 정화씨를 죽여야 했죠. 정화씨를 죽이기 위해서는 재원이의 모습
으로 접근 하는 것이 쉬었고...
그러다가 중학생 아이가 살해당하죠.. 그것은 지철이의 원한에 대한 앙갚
음이었습니다. 작은 원한이라도 억제할 수 있는 이성이 없는 상태에서
더욱 증폭시키는 상황이 되어 살인은 심해집니다.
이 순경도, 고깃간 정씨도, 이장의 아들도, 경규라는 청년도 모두 그 독
립 운동가 원귀의 복수였습니다.
결국 김반장도 그 복수의 희생자가 된 것이고....."

나는 박변호사의 설명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복수극이 있다
니... 하나의 매개체를 통해 여러 가지의 원한에 대한 복수를 하다니...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해졌다.

"변호사님, 그 논리가 맞다고 해도 몇가지 이해가 안되는 점이 있는데...
재원이가 죽은 다음에도 그 악귀라는 놈은 계속해서 낫으로 살인을 하고
다녔어요... 제가 직접 보기도 하고 습격도 당했어요..
그런데 사람이라는 매개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귀신 스스로가 물리적인
힘이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까?"
"그것은 말이죠...
우리는 귀신이나 영혼에 대한 근거없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령은 반투명하고 공중에 둥둥떠서 다닌다는가, 아니면 귀신
은 만질 수도 없고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몸을 빌린다고..
그것이 유령이나 귀신에 대한 고정 관념이었습니다.
하지만 기록을 찾아보면, 물리력을 행사한 유령에 대해 많이 나와있습니
다. 그러한 유령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인간을 괴롭힙니다. 인간을 죽
이기도 하고 속이기도 하지요.... 다시 말해 원한이라든가 복수의 의지가
강한 원귀일수록 더욱 큰 물리력과 실체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번 경우가 그렇죠..."
"그렇다면, 그렇게 모습을 자주 바꾼것도..."
"예, 그렇습니다.
만일 사람의 몸에 여러 귀신이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모습이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번 경우에는 아예 자기들이 만들어낸 매개체
이기 때문에 모습이 여러번 바뀐 것입니다. 희생자와 가장 관련있는 모
습으로..."
"그런데 말이죠... 저는 왜 안 죽었지요?"
"글쎄요...
아마 일한씨 역시 그 악귀들과 원한관계가 없어서 아닌가요..
아니면, 그 집을 불태움으로써 그 악귀들이 정말 없어진 것일지도
모르고...."
"그럼, 그 악귀는 이제 이 세상에서 영영 사라진 것인가요?"
"그것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제가 그 버려진 집의 폐허에 가보았을때는 더 이상 사악한 기운은 느껴
지지 않았지만... 없어졌길 바랄 뿐입니다...."

박변호사의 말을 들었지만, 모든 것이 이해되지는 않았다.
수 많은 의문과 불가사이한 일들의 정답을 모두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
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것은 환상이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박변호사는 아직도 석연치 않는 듯이 의문에 찬 모습으로 나가는 나를 보
고 한마디 충고를 해주었다.

"일한씨,
너무 모든 것을 알려고 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는 인간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습니다.
그것을 전부 이해하려 하면, 저 같이 평생을 바쳐도 이룰 수 없는 일입
니다. 제 생각에는 그 정도로 이해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이 알기 위해서는, 어쩌면 더 많은 희생이 필요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이 정도로 모든 것을 접는 것이 나을지 모릅니다."

많은 의문도 남았지만, 너무 큰 상처를 남긴 일이었다.
재원이와 정화씨가 이번 일로 죽었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한참을 그 상처에서 헤어나오니 못했다.
그래도 그 마을 가람들이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모든 것을 감추려고 하는
지는 알아야 했다.
그 마을 이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소개를 하니, 전화 받기를 좀 꺼려하는 것 같았다. 우선 나는 혼수상태
였던 나를 구해주셔서 고맙다고 했다.

"뭘요.. 일한씨...
그때 참 위험했어요...
다음날 날이 밝아 구조대가 도착했어요. 소식이 끊긴 김반장과 일한씨를
찾아봤죠.. 그랫더니 그 집은 잿더미가 되어 있고, 일한씨는 마당에 쓰러
져 있는 것이었어요.. 어깨에선 피를 흘리면서....
의사 말이 조그만 늦었으면, 출혈과다로 죽었을 거라는 하더군요...
다행이예요..."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이장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다.
왜 모든 사실이 바뀌어 있는지.. 한참을 머뭇거리던 이장은 한숨을 내쉬더
니 얘기를 시작했다.

"일한씨...
일한씨 모르게 모든 것이 변해서 미안하게 되었소...
하지만, 알다시피 나 역시 아들을 이 사건으로 잃었소.. 그런 나도
이렇게 사건이 정리되는 것에 동의했소..
생각해 봐요.. 우리가 보고 경험한 그대로를 얘기한다고 누가 믿겠소..
80년도 넘은 귀신이 살아나와 마을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고...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아무도 믿지 않고, 오히려 이 마을만 버려질 거
요.. 온천 개발은 커녕 마을 자체가 없어진다고...
그래서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든 것을 없었던 일로 하기로 동의했소.
그날밤 김반장과 일한씨가 떠난 다음에 분교에서 결정한 것이요..
우리는 단지 홍수와 화재로 희생자가 생긴 것으로..."

그 말을 듣고 멍해질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하는 짓거리들인가..
잘 생각해보면, 마을을 위해서하긴 보다는 돈을 위해서 결정한 일 같았다.

"그러면, 이장님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그런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그 마을에서 계속 살 생각이십니까?"

내 질문에 이장은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러더니 궁색한 대답을 했다.

"어짜피 온천이 개발되면, 우리는 이 마을에서 떠날 수 밖에
없게 되잖소... 우리가 여기서 장사를 할 것도 아닌데...."

그 말을 듣고 나는 마을 사람들의 속셈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살인사건을
숨김으로써, 온천 개발로 하늘높이 치솟은 땅값을 받고 땅을 팔아버리고
그 저주받을 마을을 떠날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이유모를 분노를 느꼈
다. 당장 진실을 폭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하,하,하..
일한씨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요?
그런데 하나 좀 물어봅시다. 그 모든 것이 도대체 뭐요?
귀신 얘기... 사람들이 그것을 믿을까요..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홍수와 화재ㄸ문에 사람들이 죽었다고
생각한는데.. 이 세상에서 일한씨의 말을 믿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있어봤자 다 죽었잖소..
김반장도, 이순경도, 친구도, 정화라는 여자도...
이제 모든 것을 잊고, 공부나 하슈...
학생으로 돌아가란 말이요..
이제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신경쓰지 않으니까...."

화가 났지만, 이장의 말이 일리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이 일을 정리해 언론사에도 보내고, 경찰에
도 보냈다. 그러나 내가 그들에서 받은 것은 미친놈 취급이 전부였다.
방법이 없었다.
결국 포기하고 내 생활로 돌아왔다.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오기란 쉽지는
않았지만, 최고의 치료약은 역시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니까, 나 역시 거기서 있었던 일이 잘 생각나지도 않고 어쩔
때는 그 살인사건이 이장이 말한 것처럼 홍수와 화재로 발생한 것으로 생
각되기도 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났다. 모든 것이 기억 저편으로 잊혀져 갔다.
그러던 어느날 이었다.
생각없이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런데 그 뉴스는 내 몸을 얼어붇게 만들었다.

"...시체는 XX마을의 이장인 고성주씨로 밝혀졌습니다.
온천 개발관계로 관계자들과 함께 술을 마신 뒤 집으로 돌아오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살인에 쓰인 도구는 낫으로
밝혀졌고, 시체옆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고성주씨는 온천개발로 인한
땅값 상승으로 막대한 이익을 봤다고 합니다. 또한 내일 이사하기로
되어있어, 온천 개발 관계자들과 송별회를 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일 낫에 찔린 시체로 발견된 같은 마을 최지
석씨의 살인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온천 개발에 관련된 이권 다툼이
있었는지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다시 시작하고 있었다.......


<끝>


유일한씨 작품 참 재밌었네요 -_-

이거말고도 참 장편공포소설많은대요...

어느날갑자기가 책으로 4권이나 있더라구요...

한번 사보러 가봐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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