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 프롤로그

잭바우어24 작성일 07.01.21 23: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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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



굳게 닫혀 얼마간은 열리지 않았을 것 같은 투박해 보이는 문 뒤로 곱게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가 뛰어 들어왔다.



" 아버님 , 저희 왔어요~ "

" 아버지 , 아들 왔습니다. "



그 뒤로 한복을 입은 여자아이의 부모로 보이는 남녀가 손에는 한껏 짐을 들고 들어왔다.



" 이...이게 누구야...손녀딸..."

" 할아버지~ "



방안에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오는 자리에 놓여있는 나무로 된듯 딱딱해 보이는 의자에서 이마에 주름이 가득한 노인이 일어섰다.

노인은 일어서 달려오는 여자아이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뒤 따라 들어오는 두 남녀에게 미소를 지었다.



" 너희들...이렇게 갑작스럽게 왠일이냐..."



반갑게 여자아이를 안고 있는 노인은 말했다.



' 오늘이 설이잖아요. 아버지가 수진이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아서 휴가 차 아버지 뵈러 왔죠. '



뒤 따라 들어온 남자는 입이 아닌 손으로 말을 했다.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그의 아버지로 보이는 노인에게 의사를 전달했다.



" 고맙다...이렇게 멀리 와 주어서....아가...고맙구나.."



노인은 여자아이를 안은 한 손으로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려는 듯 눈물을 훔쳤다.



' 아니예요 . 작년에 못 찾아뵈서 정말 죄송해요. 애 아빠가 피곤하다고 하는 바람에.. '



남자 옆에 서있는 여성도 까만 장갑을 낀 손으로 노인에게 수화로 말을 전했다.



" 당신 무슨 소릴 그렇게 해, 아버지 오해 하시겠어..하하.."

" 뭘요~ 당신이 그때 피곤하다고 몇일동안 침대에서 나오지도 않았잖아요. "



시간이 마치 정지된 듯한 방안 , 노인만이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있던 그 방안에 가득히 빛이 넘치는 듯 했다. 열릴 것 같지 않던 문을 열고 들어온 세사람이 방안에 활력을 준 듯 보였다.



노인의 방엔 하루종일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 아빠 , 할아버지는 왜 말을 못들어? "



두 남녀의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아빠로 보이는 남자에게 물었다. 한참 할아버지에게 말을 걸던 여자아이는 무언가에 삐쳤는지 입이 삐죽 나와 있었다.



" 옛~날에 나쁜 아저씨들이 수진이 잡아가려고 했던 적이 있어. 그 나쁜 아저씨들은 저기 멀리 위쪽에서 온 아저씨 들이였는데, 너무너무 무서웠어. "



아빠로 보이는 남자는 손으로는 수화를 하며 딸로 보이는 여자아이에게 말했다.



" 진짜!? 엄마 무서워 "



여자아이는 무서운 듯 노인의 품에 꼭 안겼다.



" 그때 할아버지가 우리 수진이 못잡아가게 하려고 그 나쁜아저씨들을 내 쫒았는데 그때 다치셔서 귀가 안들리시는 거야...그치 여보? "

" 그럼요...그 아저씨들이 얼마나 무서웠는데..."



미소를 지으며 듣던 여성도 남자의 말에 수긍하며 맞장구를 쳤다.



" 그럼 할아버지가 나 구해준거네? 할아버지 고마워~! "



여자아이는 노인에 품에 안기며 볼에 뽀뽀를 했다.

노인의 눈이 다시 촉촉해 지기 시작했다.



" 아빠 ! 할아버진 옛날에 그럼 용사님이였어? "

여자아이가 호기심에 가득찬 얼굴로 남자에게 물었다.



" 용사 보다 훠~얼씬 멋있었지...할아버지는 음악을 하셨어 "

남자는 부지런히 손을 움직였다.



" 그게 뭐야?...음...가수 같은 거야? 비 같은 가수? "

여자아이는 노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럼~ 우리 수진이가 좋아하는 '비' 보다 훨씬 유명했고 멋있었지"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남자옆에 앉은 여자가 수화를 하며 말했다.



" 꺄아~ 할아버지 짱이다~! "

" 할아버지 옛날 얘기 해주세요~! 네? 할아버지이~ "



노인은 미소지었다. 주름이 더 늘어났지만 그는 여자아이를 더욱 더 꼭 안았다.





그 행복했던 하루가 가고 방안을 행복이란 빛으로 밝혀 주던 세 사람이 가고 다시 덩그러니 방안에 노인 혼자 남았다.

햇빛이 창으로 비춰 그가 앉은 의자를 내리쬐었다.

모두가 멈춘 것 같았다. 공기도 , 햇빛도...시간도.



"...왜...이런 즐거운 날에...그 날이 생각나는 거지..."



노인은 혼자 중얼 거리며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녹이 슬어 도저히 열쇠가 돌아갈 것 같지 않은 자물쇠에 노인은 주머니에서 꺼낸 자물쇠보다 훨씬 녹슬어 보이는 열쇠를 대었다.

문을 열자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넓은 실내가 나왔고, 그는 익숙한 듯 그 어두운 방을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이내, 전혀 집과 노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피아노 앞에 앉아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 왜...그일이...다시 기억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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