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람을 죽였습니다. 재수가 정말 없는 날입니다!"
장르/공포.단편
제목/살인자가 된 남자의독백
글/기억저편에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한잔의 술을 기울이시는 분이 있으시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반가워요..허허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건, 어쩌면 인연이 아닐까 싶은데요, 선생 생각은 어떠신지요?
아!
초면에 큰 무례를 범했군요. 소개도 없이 무턱대고 걸어와, 털썩 주저앉으니 저라도 놀랬을겁니다. 죄송합니다. 고개 숙여 다시한번 사과 드립니다.
늦었지만, 먼저 제소개를 하겠습니다. 전 올해로, 마흔에 접어들은 한진우라고 합니다. 그냥 한씨라고 편안히 불러주셔도 무난합니다요. 그런데, 왜 선생께 다가왔냐구요?
실은 말이죠. 오늘 대화가 미치도록 하고싶었습니다. 하지만,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사람들이 보이지 않더군요. 언제나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시내 까지도, 쥐새끼 한마리 보이지 않을정도로 한적하니 말입죠.
그래서, 사람찾아 떠돌다가 포장마차에서 선생을 만나게 되었읍죠. 그러니, 너무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만...저는 선생께 어떠한 피해도 입히지 않고, 그저 대화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평소의 생활로 돌아 갈테니깐요..아니, 어쩌면 피해는 이미 입혔겠네요. 혼자서 술을 기울이시는 선생의 고독한 공간을 제가 침범해 버렸으니 말이죠..하하하
그럴줄 알았습니다. 역쉬 선생께선, 제가 생각했던 대로, 아량이 무척이나 넓은 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드려요. 흔쾌히 제부탁까지 들어주시니, 짜증만 계속되었던 하루의 일과가 어느정도 누그러 지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하하하
대신 이곳에서 마신 술값은 제가 모두 지불하겠습니다. 아~ 그렇게 까지 거절 안하셔도 됩니다. 이까짓 술값이 얼마나 나온다구요. 하하하 선생의 귀한 시간의 값어치에 비하면, 이런것 따윈 아무것도 아닙죠.
이거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포장마차에 들어선 남자는 양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정말 이지 오늘은 무척 재수가 없던 날이지 뭡니까..그런날 있잖습니까,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는 그런날 말이죠. 이걸 사람들은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죠. 맞습니다. 오늘은 저에게 있어 정말 머피의법칙과도 같은 빌어먹을 날이었읍죠.
이런 제가 너무 흥분했네요. 죄송합니다. 하지만 오늘 있었던 일들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화가나 견딜수가 없어서 말입죠. 이야기 도중 잠시 격해진다 해도, 너무 놀라지 말아 주십시오. 하하하
선생께서 괜찮다고 하시니 더욱 죄송하네요.
아 그런데
제가 어디까지 이야기 했죠? 맞아요, 머피의 법칙..그랬죠..아침부터 시작된 재수없는 하루의 시작은 이러했습니다. 아침잠에서 깨지 않은 나에게 귓전 너머로 들려오는 마누라의 목소리부터 짜증은 시작이었읍죠. 솔직히 저는 백수랍니다. 마누라가 돈을 벌고, 저는 그 벌어온 돈으로 도박이나, 술마시는일에 모두 탕진했읍죠. 저도 잘압니다. 쓰레기 같은놈이라는것을요..하지만, 어쩌겠습니까..태생이 일하기 싫어하고 노는걸 좋아하니 말이죠..크크
하지만 오늘 아침은 달랐습니다.
마누라의 목소리 부터가 여느때와는 달랐습죠. 자고 있는 저를 향해 대뜸 역정부터 토해내지 않겠습니까..언제까지 집구석에 쳐박혀 놀기만 할꺼냐는 식으로 저를향해 비아냥 거리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참을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성격이 워낙이나 지랄같은 지라, 마누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오른손을 들어, 마누라의 뺨을 힘껏 내리쳤습죠. 근데 그게 실수였습니다. 한대 쳐맞은 마누라는 내앞에 힘없이 고꾸라 지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렇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마누라가 고꾸라진후 였습니다. 하필이면, 넘어진 자리에 수석이 있을게 뭐랍니까..안되는놈은 뭘해도 안된다더니, 솔직히 저는 돌따위에는 아무런 취미가 없는 놈입죠. 몇일전 친적중 한명이 외국에 가있는 사이 수석을 맡아 달라는 그 간절한 부탁때문에, 어쩔수 없이 현관에 모셔둔 그놈의 돌뎅이가 문제의 원인었읍죠.
그렇습니다. 넘어진 마누라 대갈통이 수석에 그대로 쳐박혔지 뭡니까, 그것도 '쾅'하는 굉음소리와 함께 말입죠. 하지만 마누라의 대갈통에는 피한방울 새어 나오지 않더군요. 순간 긴장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마누라에게 다가가, 코끝에 손가락을 대어 보았는데, 이게 왠걸요. 마누라 코속에 당연히 나와야할 따뜻한 바람은 새어 나오지 않지 뭡니까..
그 상황에 얼마나 깜짝 놀랬는지 즉시 마누라를 병원에 데려갈 생각도 하지 못한채, 무작정 밖으로 도망쳤습니다. 지금까지도 걱정이네요. 마누라가 죽었는지 살았는 모른채 이런곳에서 술을 먹는것 자체가 말입죠..
후훗..씁쓸 한 기분이기는 하지만, 실은 마누라가 죽었다 안죽었다가 저에게는 그리 중요한건 아닙니다. 정작 중요한것은 그렇게 밖으로 뛰어 나와서 부터입니다. 아주 잠시 였지만, 저에게는 실로 충격적이 일이었기에, 무언가 나를 위로해줄만한 친구가 필요했읍죠..
뭐 그런데 백수인 저에게 친구랄께 뭐있겠습니까..선생의 생각대로 입니다. 담배나 술이죠. 하지만 너무 이른 시각이라 술은 너무하다 싶어, 담배를 사기위해서, 수퍼로 들어가 담배를 하나 삿읍죠. 그런데 이 담배 가게 아줌마의 행동이 또 저를 괴롭히더군요.
분명 저는 담배를 사기 위해서 5000원을 지불했습니다. 담배 가격은 2100원이구요. 그렇다면 가게 아줌마는 나에게 2900을 거슬러 주어야 정상이거늘 이 아줌마가 거스름돈으로 2500원을 남겨 주는게 아니겠습니까..
근데 더 웃긴 사실은 저는 이 거스름돈을 바로 확인하지 않은채, 수퍼를 나왔고, 수퍼앞에 설치 되어진 인형뽑는 기계를 발견하고 그곳에 500원을 집어 넣으려는 찰라에 알게되었읍죠. 그래서, 다시 수퍼에 찾아가 아주머니께, 사정을 얘기 했는데..글쎄 이 아주머니의 반응이 참 어이없더군요
사기 칠곳이 없어서 그 몇백원 가지고 사기치냐고, 오히려 저를 나무라는게 아니겠습니까..그래도 저는 다시한번 아주머니를 설득하기 위해서, 사건의 정황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었습니다. 근데 이 아줌마 도통 말이 통하지 않더군요.
안그래도, 아침에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머리가 깨지기 일보직전인 상황에 내말은 전혀 들어주지 않은채 자신의 주장만 펼쳐 나가는 이 아줌마가 왜그리 꼴도 보기 싫던지, 저 는 슈퍼 맞은편에 있는 소주병 하나를 들어 아줌마의 머리 를 힘껏 내리쳐버렸지 뭡니까..
쨍그랑-
하는 소주병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아줌마는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쓰러지더군요. 그래도 아줌마의 상태 는 마누라보단 더 낳았습니다. 머리통에서, 분수처럼 붉은 피가 세어 나오는걸 보면 말이죠. 하하하
두번째 사고라 그런지, 제마음도 그런일을 저지렀다고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마음만은 차분해 지는게 아니겠습니까..그렇게 쓰러져 죽은 아줌마의 상태를 살펴본후, 유유히 그곳을 빠져 나갔습니다. 하지만 확실한것은, 제 화 는 그때까지 풀리지 않았다는거죠. 그래서 무작정 걸었습니다. 걷다보면, 이 끌어오르는 분노가 조금은 삭힐거라 생각하고 말입죠.
그때!
때마침 핸드폰이 울리더군요. 난 핸드폰 폴더를 열어 번호를 확인했습니다.핸드폰 번호는 익숙한 번호 였죠. 그래서 나는 전화를 받 지 않은채 다시 핸드폰을 호주머니안에 넣었습니다. 받아 봐야 별 영양가 없는 전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죠..
근데, 전화를 건사람은 그게 아니였나 봅니다. 저에게 음성 메시지와 문자 메시지를 수도 없이 보내는걸 보면 말이입죠. 물론 그의 마음을 모르는건 아닙니다. 제가 그사람에게 진빚이 한두푼이어야죠.
그 문자 내용중 하나를 말씀 드리자면 오늘까지 천만원을 입금하지 않을시에는 집에 있는 식구들이 위험하다는 협박 메시지를 보냈지 뭡니까..
하하하
웃기지 않습니까..저에게 있는 식구라고는 마누라 밖에 없습니다. 친척이라고 하나 있는건, 외국에 있고, 또한 그 친척이 죽던 말던 나에게는 그리 큰 연관성이 없기때문입죠. 거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누라는 이미 위험해 처해 있는데 도대체 또 어떤 위험을 처하게 만들려는지 모르겠 습니다. 그래서 그냥 그문자를 무시해 버렸죠.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지 뭡니까..그래서, 뛰었습니다. 정신없이 앞만보고 뛰어만 갔습니다. 끌어 오르는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서, 뛰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뛰어도, 내 안에 쏟구쳐 오르는 분노는 쉽게 삭으러 들지 않더군요..
그때 마침 앞에 걸어가는 한남자의 뒷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상하게 그 남자의 뒷통수가, 나에게 돈을 빌려준 작자와 왜그렇게 닮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우연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우연히 만나게된, 인연은 순식간에 악연으로 변화하였읍죠..이유가 뭐냐구요? 간단합니다. 남자의 뒷통수를 본 나는, 급격히 흥분하게 되었습죠, 그리고 그 흥분을 잠재울수 있는 방법은, 오직 내앞에 보이는 저 남자의 뒤통수를 속이 후련하도록 후려치는것뿐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선생 생각해 보십시오. 보통 인간이라면, 자신의 뒷통수를 한대 쳐맞고, 웃으며 인사하고 갈사람은 없잖습니까..만약 나에게 돈을 빌려준자와 비슷한 뒤통수를 가진남자가, 태권도나 다른 운동의 상당한 실력자라면, 괜한 화풀이에 그에 몇배가 되는 보상이 나에게 올수도 있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후환을 없애기 위해서, 주위에 있는 가장 강하게 생긴 돌덩이 한놈을 집어 들게 되었읍죠..그리고, 두번 생각하지도 않은채 남자의뒷통수를 사정없이 갈겨 대기 시작했습니다. 대략 스무번 정도 후려쳤을까..남자는 미동조차 하지 않은채 주위에 붉은 피바다만 만들어놓은채 쓰러져 있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내가 때린 돌뎅이에, 맞고 이남자는 그자리에서 죽었다는것을 말이죠..하하하..근데 왜 웃냐구요..사람을 죽였잖습니까..그것도, 한번이 아닌 여러번을 말이죠..
흠흠
이야기가 잠시 다른데로 새었네요..다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저에게 돌뎅이를 사정없이 맞고, 어이없는 죽은 남자의 신분도 확인하지 않은채 무작정 걸었습니다. 뭐 어차피 포기한 인생인지라, 이젠 앞일을 생각하기도 싫더군요. 그래서 그냥 생각없이 걸어만 갔습니다.
어느정도 걸었을까, 다시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대더군요..물론, 나에게 전화걸 사람은, 한명 뿐입죠. 돈빌려준 작자 말입니다. 당연히 저는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대략 몇번의 전화를 걸던, 그 작자는 포기했는지, 저에게 한통의 문자만 보냈더군요. 확인 해보나 마나, 돈을 갚지않으면, 각오하라는 협박 메시지쯤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에 문자 메시지를 본순간 저는 경악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네 뒤를 봐!-
문자 메시지의 내용입니다. 순간, 심장소리가 무지하게 크게 들려오더군요. 온몸에는 식어 있는 땀이 흠뻑 베이구요..그런 마음을 진정시켜 가면서, 서서히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렇게 바라본곳에는 남자가 있었습니다. 남자의 정체는, 죽어서도 보기 싫은 돈빌려준 그 작자였읍죠. 웃더군요..나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어 보이더군요..그리고 그의 손에는 작은 권총이 들려져 있었읍죠..그리고 '탕'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쪽에 끔찍히도 아픈 고통이 잠시 전해지면서, 정신이 희미해졌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죠..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말할수 없을정도의 평안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몸과 마음 모두가 평안 하더군요..그리고, 걸었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들을 누구에게 이야기 하고싶어 미칠 지경에 무작정 사람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선생을 만났습니다. 하하하..여기 까지 입니다. 제이야기는요..
제 얘기가 재미있었나 봅니다. 선생께서, 그렇게 환하게 웃으니 저역시나 기분이 더욱 상쾌해 지는군요..하하하
어..
그런데 왜 갑자기 뒤를 도십니까..?
헛..
-양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는,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던, 남자를 향해 뒤통수를 내보인다. 양복 입은 남자의 뒷통수는, 골수가 다 보일정도로, 파여져 있었으며, 아직까지도, 붉은피와 뇌수가 남자의 뒷몸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일이죠..선생....선생이 설마.....
잠깐 진정하십시오...
-양복을 입은 남자는, 자신앞에 놓여진, 소주병을 오른손에 힘껏 거머쥐며, 이야기를 나눈 남자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