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방안은 온통 새빨간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어. 그리고 침대에 피투성이가 된 남자 한명이 사지가 묶인채로 누워 있었어.
나는 그 끔찍한 장면에 덜덜 떨면서도 그 침대로 다가가서 그 남자의 시체를 내려다봤을때, 나는 진정한 공포를 느끼게 되었어. 사지가 묶인 그 시체의 마디란 마디는 다 잘려 있었던 거야. 누군가가 그 사람을 묶은 채, 손가락, 발가락, 손목, 발목, 팔뚝, 어깨, 무릎, 다리 등을 차례대로 다 자른 다음 다시 그대로 붙여놓았던 거야.
그 끔찍한 시체를 보자 나는 몸을 움직을 수 없었어. 사실 끔찍한 사진 같은 것은 수천장도 넘게 봐왔던 나였지만,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니 너무 무섭더라. 이런 실제의 모습에 비하면, 사진들은 정말 장난 같었어.
그런데.... 그런데 말야. 그 끔찍한 광경이 이상하게 눈에 익더라고, 침대에 묶인 채 토막나 있는 시체라.....어디선가 본 듯한 장면이었어. 그런 생각이 들자 더 겁이 나더라고..
그때 누군가 방으로 뛰어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헉' 하는 소리가 들렸어. 돌아보니, 경비 아저씨가 흙빛이 된 얼굴로 서 있는 거야. 아저씨 역지 심한 충격을 받은 듯 '이럴 수가....이럴 수가....'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얼빠진 사람처럼 서 있는 거야.
나는 아저씨에게 경찰서에 신고하자고 애기했는데, 그 아저씨는 내말에 제대로 안 들리는지 그냥 일그러진 얼굴로 서 있기만 하는 거야. 내가 다가가서 팔을 잡고 흔들었더니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사람처럼 나를 쳐다보는 거야.
생각해 보니, 그 시체를 보고 놀란 경비 아저씨의 모습은 뭔가 좀 색다른 것 같았어.
여하튼 우리는 방에서 나와 경찰서에 신고했지. 경찰이 올때까지 우리는 경비실에 있었어. 그런데 그 경비 아저씨는 뭐가 그렇기 두려운지, 담배를 피는데도 손을 덜덜 떨고 있는 거야. 시체를 처음 발견한 나보다도 훨씬 더 무서워하는 것 같더라고.
괜찮냐고 내가 물어보니까, 고개는 끄덕였지만 얼굴 모습은 완전히 겁에 질린 모습이었어. 시체로 발견된 사람이 아는 사람이냐고 물어보자, 이상할 정도로 화를 버럭 내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는 거야. 그때는 좀 이상하더라, 화를 낸 것도 이상했고, 몇 안되는 입주자를 모르는 것도 좀 이상해 보였고. 너무 끔찍한 시체를 봐서 그러려니 하고 더 이상 경비 아저씨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어. 가만히 앉아 경찰이 오기만을 기다렸지.
경찰을 기다리면서 그 방의 참혹한 장면을 떠올려봤어. 그 여자의 얼굴처럼 왠지 눈에 익은 것 같은 거야. 이번엔 좀더 구체적으로 떠올랐어. 내가 어디서 그 여자와 그 살인 장면을 봤는지 대충 짐작이 가기 시작했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소름이 쫙 끼치고 겁이 나기 시작하는 거야.
내 생각이 맞나 알아보기 위해 내 방으로 올라가려는 순간 경찰이 들이닥쳤어. 어쩔 수 없이 나는 경찰들을 이끌고 시체가 있던 방으로 갔지. 그러고는 지겨울 정도로 계속 내가 봤던 일들을 말하고 또 말했어. 나중에는 그 끔직한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짜증이 다 나더라. 더구나 경찰은 살인 현장을 처음 발견한 나를 범인 취급하듯이 시문하는 거야.
나중에 알고 보니 그때 상황으로는 경찰도 나를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아. 나와 경비 아저씨 발자국을 제외하곤, 그 방을 드나든 사람의 자취를 찾아볼수 없었다는 거야. 그렇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피해자는 삼심대 초반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대. 경비 아저씨 말로는 요즘 일거리가 없는지, 오피스텔에서 나가는 걸 거의 보지 못했다는 거야.
내 진술을 듣던 형사의 말로는 그 남자를 살해한 살인범은 잔인하게도, 피해자를 산 채로 묶어놓고 사지를 잘랐다는 거야. 묶어놓은 줄에 남겨진 핏자국과 살점 등을 보면, 피해자가 얼마나 고통스럽게 몸부림쳤는지 알 수 있다는 거야.
그 얘기를 들으니 소름이 끼치더라고. 도대체 어떤 살인자이기에 그런 식으로 사람을 죽이는지. 그때 나는 자꾸만 신경 쓰이던 일이 다시 떠올랐어. 그 여자 귀신과 살해 현장이 눈에 익었던 이유가.
경찰의 조사는 밤 두시가 넘어서야 끝났어. 나는 내 연락처를 남겨주고 내 방으로 돌아왔어. 복도는 사건 관계자로 아직도 북적이고 있었어.
나는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지듯 누었어. 그러다가 내 자료들이 생각났어. 만약 경찰이들이 나를 더 의심해 내 방까지 수색한다면 문제 될 것 같은 자료들이.......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지금이라도 당장 경찰들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내 방을 뒤질 것 같았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책상앞에 앉았어. 그리고 모아놓은 자료들을 꺼냈어. 컴퓨터도 켰지.
자, 이제 너희들이 궁금해하던 내가 시작한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구나.
솔직히 말하기 좀 이상한 일이야. 쉽게 말하면 인터넷을 통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들 중에 좀 희귀한 것들을 대리 구매해 주거나 그런 자료들을 보여주는 거야. 일종의 마니아층을 겨냥한 것이지.
좀 이상하지? 그런 정도의 마나아들이 자기들이 직접 그런 자료를 구하지, 나 같은 놈을 통해서 굳이 돈을 내면서 구압하느지. 답은 간단해. 대놓고 구하기 좀 이상한 것들이기 때문이지. 뭔지 알겠어? 너희들은 끽해야 포르노 사이트나 포르노 테이프 정도를 생각하겠지. 그런것은 절대 아냐. 인간의 호기심을 충족시킨다는 것과 모두들 감추고 싶어하는 욕망을 자극한다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얼마전에 통신 게시판에서 시체 사진 사이트니, 잔혹한 살해 장면 사진을 볼수 있다는 사이트들이 난리였어. 많은 사람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였어. 그것을 보고 난 이 사업을 생각했어. 바로 그런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시체 사진들이나 잔혹한 사진들을 구해주는 거야. 보고 싶지만 구할 수 없는 자료 들이지.
사실 요즘 포르노나 야한 사진들은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잖아. 하지만 이런 잔혹사진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 그래서 그만큼 그것을 보고싶어하는 억눌려진 욕구들이 있지. 나는 사람들의 그러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로 결심한거야. 떳떳한 일은 못 되지만, 잘만 되면 짧은 기간에 꽤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 같았어.
시험삼아 각 통신망에 공포물 게시판에 짧게 '시체 사진과 잔혹사신을 봤는데, 너무 끔찍했다' 정도의 감상을 올려놓았지. 결과는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어. 그 사이트를 가르쳐달라거나 그 사진들을 보내달라는 메일을 이백 통 넘게 받은거야.
그때부터 이 사업에 자신이 생겼어. 이 세상에는 진짜 별놈이 많아. 나야 돈 별려고 이런 짓 하지만, 그런 사진들을 좋아하는 놈들도 있다니, 하긴 그런 잔혹사진을 찾는 사람들 대부분은 어린애들이야. 순수한 호기심으로 찾곤하지. 하지만 개중에는 정말 마니아처럼 그런 사진을 모으고 즐기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여하튼 공포 관련 아이피를 하나 개설하고, 겉으로는 평범하게 이러전저런 공포물 게시판을 만들고, 마니아들만을 위한 회원제 게시판을 하나 만들었지. 바로 그런 사진들을 구매할수 있는 게시판이야. 처음에는 뜸하더니, 입소문이 퍼졌는지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진 구입을 요청했어. 나는 그만큼 양질의 사진들을 제공했어.
그런 것을 어디서 구했냐고? 뻔하지. 인터넷이야. 한 일주일만 검색하고 다니면, 그런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사이트, 그런 사진 마니아 개인 홈페이지를 알 수 있게 되고, 그런 사람들과 메일 좀 교환하다 보면 무궁무진한 자료들을 구할 수 있어.
솔직히 외국에는 그런 것만 보면 환장하는 변태들이 많거든. 그네들을 좀 치켜세우면서 나도 공감한다는 듯한 메일을 쓰면 금세 자랑하듯이 자기가 수집한 사진들을 보내주거든. 그러면 나는 그것을 엄선된 수요자들에게 공금하고.
이런 사업이 다 그렇듯이, 절대적으로 구매자의 신원을 보장해주었어. 그래서 결제는 온라인 송금 위주로 했고, 그 이외의 개인 신상 정보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어. 물건 배달도 원하는 방식으로 해주었지. 파일전송, 소포, 편지, 배달까지.
꽤 짭짤한 일거리였어. 주문이 생각보다 많아져서 도저히 집에서는 일할 수 없겠더라고. 피범벅이 된 사진들을 집에 늘어놓을 수도 없고. 그래서 집을 나와 오피스텔을 얻은 거야.
여기 까지 듣던 성주는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인석이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쏘아붙였다.
"야, 너 임마 그거 불법 아냐? 내가 듣기에는 포로느 테이프 파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그러더가 걸리면 어떡하려고?"
나도 한마디 거들었다.
"네 방에서 본 잡지들이 그런 자료들이었구나. 어쩐지....... 여하튼 내 생각에도 좀 위험한 사업같아. 지금이야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만, 좀 알려지기 시작하면 곧장 구속일걸. 안 그래도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 하는 불법 거래때문에 난린데......"
인석이는 우리의 걱정에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했다.
"나도 알아. 그래서 이 장사 오래 할 생각은 아니었어. 한 서너달 해서 돈 좀 번 다음에, 그 자금으로 다른 사업을 할 생각이었어."
인석이의 얘기를 듣던 나는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뇌르를 스쳤다.
"인석아, 너 혹시 스너프 같은 것도 취급하니? 그리고 그런게 정말 있는 거니?"
스너프란 말에 인석이의 표정이 굳어졌다.
성준이 그말을 처음 듣는다는 표정을 지어 내가 조금 설명해 주었다.
"스너프란 것은 사실 그것을 다룬 영화들 때문에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거야. 실쩨로 사람을 폭행하고 죽이는 장면을 찍은 비디어 테이프인데, 비밀리에 고가로 거래가 된다는 거야.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스너프에 대한 영화는 <무언의 목격자>, <떼스즈>, 최근의 <8mm>등등 꽤 되는 편이야. 그래서 사람들은 스너프가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실제로 스너프라는 것이 진짜로 있다면, 내 생각에는 인간의 야만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이 바로 그 스너프야. 쾌락을 위해 사람을 죽이고, 그 장면을 보고 즐기는.....정말 인간이 아닌 새끼들 얘기지, 뭐. 여하튼 그래서, 인석이 너도 설마 스너프 필름 같은거 취급한건 아니겠지? 엉?"
내가 추궁하자 인석이는 얼굴이 벌개지며 부인했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내가 그런 개 같은 물건을 취급할 사랍 같냐? 아무리 돈에 환장했다 하더라고 그런 것은 손도 안대!"
스너프가 뭔지 감을 잡은 성준이는 인석이를 계속 몰아붙였다.
"야, 임마. 돈을 벌려면 좀 깨끗하게 벌어라. 그게뭐냐? 이상한 사진이나 자료 팔아서. 내가 보기에는 청량리에서 포르노 파는 거랑 똑같아 보인다. 그리고 네 말대로 네가 상대하는 사람들은 전부 이상한 또라이라며? 그런 애들도 스머프인지 스너프인지 알거 아냐. 너한테 그런 것 부탁한 적 없어? 있지? 그래서 너도 구해보려고? 솔직히 말해봐!"
성준이의 다그침에 인석이는 머뭇거리면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리들 사이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인석이는 뭔가 두려운 생각이 떠오르는 듯이 갑자기 손을 덜덜 떨며 담뱃불을 붙이려고 했다. 내가 손을 뻗어 라이터를 켜주었다. 라이터 불빛에 반사되는 인석이의 눈동자는 지옥을 들여다본 사람처럼 겁에 질려 있었다.
인석이는 담배연기를 한숨을 쉬듯이 뿜어내고, 우리의 의문에 대답을 해주었다.
"스너프라.....아마 악마가 인간에게 준 파멸의 선물일 거야. 내가 경험한 모든 괴기한 일들이 이것과 관련 있을지도 모르지. 그 참혹한 시체를 발견한 밤으로 돌아가자. 아까 얘기한 것처럼 내가 모아둔 자료나 사진들을 경찰이 보면 나를 의심 할것 같아 그것을 빨리 치울 생각을 했지.
그런데 인터넷에서 캡처해 프린트해 놓은 사진을 정리하다가 뭔가 불길할 정도로 나의 시선을 끄는 사진을 발견했어. 그 사진을 보는 순간, 몆 주 전에 내게 이상한 주문을 하던 어떤 미친놈이 생각났어. 정말 생각지도 못한 괴상한 주문이었지."
인석은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를 이어갔다.
나는 인석의 장황한 말을 그대로 믿어야 하는지 확신을 할수 없었지만, 잠자코 그 자식의 얘기를 끝까지 듣기로 했다.
그 사람의 이상한 주문이 떠오른 것은 바로 그날 밤 사진 자료를 챙기던 중이었어. 그때는 정말 당장이라도 경찰이 들이닥칠 것만 같았어.
생각해 봐라. 그런 끔찍한 살인이 일어났고, 그것을 혼자서 목격한 사람이 있다면, 첫번째로 그 목격자를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거 아냐. 게다가 그 목격자의 방에서 잔인한 시체 사진들이 발견된다면, 잘못하면 변명의 여지도 없이 살인범으로 몰릴 판이었으니까. 그렇다고 애써 모은 그 사진들과 자료을 그냥 없애버릴 수는 없었어. 어떻게 해서든 숨겨야 했어. 우선 그것들을 챙기기 시작했어. 이런 말, 너희들에게 하면 나를 더 이상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 사진에는 잔인하게 살해당한 한 시체의 모습이 담겨 있었어. 수많은 사진중에 그 사진이 나의 시선을 끈 것은, 바로 그 사진 속 모습과 그날 밤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 남자의 시체 모습이 똑같았기 때문이야.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똑같았어. 피범벅이 된 침대에 묶여진 채로 사지가 절단되어 있는 모습이란...... 사실 처음 그 사진을 봤을 때는, 또 하나의 기막힌 분장 기술의 승리라고 생각했어. 이렇게 말하면 나를 나쁜 놈으로 생각하겠지만, 나는 스스로 내가 모으고 취급하는 사진들은 전부 진짜 시체들의 사진이 아닌 그저 공포영화처럼 분장으로 꾸며낸 조작 사진으로 생각하고 있었거든.
그 사진들이 모두 조작이 이닐 수도 있지만, 스스로 편하게 생각하기 위해 전부 조작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취급한 거야. 개중에는 끔찍한 사고로 죽은 시체들의 사진도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잔일할 뿐 아무 문제도 없는 사진들이잖아.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살해당한 형태의 사진들이 전부 진짜라면 문제는 장난이 아니잖아. 그래서 나는 그런 사진들의 사실 여부는 따지지 않고 단지 마니아들의 조작 사진이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했어. 실제로 대부분이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는 조잡한 조작 사진들이었고..
그런데 그 사건을 목격한 뒤에 그 사진을 보니 조작 같지가 않고 진짜 같은 거야. 그것을 깨닫는 순간 소름이 머리끝까지 끼치고 겁이 나기 시작했어.
자세히 그 사진을 살펴봤어. 사지가 잘려나간 부분하며, 묶여 있는 형태하며, 모든것이 내가 목격한 그 시체와 똑같은 거야. 단지 다른 것은 사진속의 시체의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짓이겨져 있다는 거야. 피범벅이 되어 있지만, 시체의 가는 팔목을 보면 여자인 것 같기도 하고, 큰 키로 봐서는 남자처럼 보이기도 했어. 이리저리 살펴봐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똑같았어.
그 사진을 어디서 구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장부처럼 사진들을 기독해 놓은 엑셀 파일을 뒤졌어. 기록해 놓은 사진 번호로 찾아보니, 거기에는 내가 입력한 기록이 나왔어. 그 기록을 보니 그 이상한 주문이 기억나는 거야.
휴..... 그 이상한 주문은 'killyou'라는 재수 없는 메일 아이디로 온 것이었어. 그런데 그 주문이 이상했던 것은 자기가 소장하고 있는 사진을 무료로 제공할 테니, 그 사진들보다 더 자극적이고 잔인한 사진을 구하면 보내달라는 거야. 소위 말하면 물물교환 요청이지. 가끔 변태들이 그런 교환 요청을 하기도 하거든.
메일 내용이 영어로 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니, 우리나라 사람 같았어. 사실 이런 사진들을 모으는 사람들은 전세계 곳곳에 퍼져 있더라. 그런 놈들은 인터넷이라는 혁명적인 도구를 통해 묶어놓은 것이지. 특이한 것은 안 그럴 것 같은 우리나라 사람들도 이런 사진들에 은근히 관심이 만다는 것이었어. 아니, 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사진들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아.
그건 그렇고, 그 주문이 좀 괴기했던 것은, 돈을 줄테니 자기가 보낸 사진을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모든 회원들에게 보내달라는 거야. 좀 황당하더라고, 그런 사진을 모으는 사람들이 좀 특이한 것은 알았지만, 돈까지 주면서 자기가 제공하는 사진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 마치 노출증 환자의 부탁같았어. 대게 고객들은 모든 거래를 비밀리에 하고 싶어했거든. 가끔 자기의 수집물을 자랑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노골적으로 자기의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거든.
나는 호기심을 느끼며 'killyou'라는 사람이 보내온 사진들을 봤어. 그렇게 많은 사진을 봐도, 그 사진을 처음 볼 때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끔찍했어. 사람을 처참히 난도질한 사진이었지. 엄청난 사진들이었지만, 그때는 분장술이나 사진의 조작으로 생각하고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단지 돈을 준다고 해서, 약속대로 홈페이지에 올리고 회원들에게는 서비스라며 사진을 담아 메일을 보냈어.
그리고 killyou라는 사람에게는 수수료 입금을 확인한 뒤, 가지고 있던 사진 중에 세로누 달로치라는 그 업계에서 좀 유명한 놈의 사진 하나를 보내주었어.
분장술인지 진짜인지 모르겠지만, 달로치의 사신들은 정말 끝내주게 실감나고 잔인했어. 지금까지도 잔혹사진의 전설적인 인물로 남아있는 사람이지. 1990년대 초까지 활약했던 이탈리아의 잔혹사진이라는데, 그 사람의 얼굴을 본 사람은 거의 없대. 달로치는 사람을 잔혹하게 죽이는 방법에 통달한 사람처럼, 매번 새롭고 기상천외하고 말도 못할 정도로 끔찍한 살인장면을 담은 사진을 만들어냈다는 거야.
아직도 그이 사진이 진짜였는지, 분장술이나 사진 조작이었는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야.
인터넷이나 지금처럼 복제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달로치의 사진이 한 장당 몇백 불까지 하기도 했대. 나도 그 사람의 사진을 몇장가지고 있었는데, 요즘이야 컴퓨터를 이용한 사진 복사야 누어서 떡먹기니까 그 중에 쓸만한 것 하나를 보내주었지. 그리고는 killyou의주문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어.
그런데 며칠 뒤 killyou에게서 메일이 왔어. 추가 주문일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그 메일을 열어봤어. 정중한 어조였지만 내요은 그렇지 않았어.
어떻게 보면 정중한 말투의 메일 같았지만, 은근히 협박하는 내용이었어. 달로치의 사진을 알아보고 무시하는 것을 보니 그 방면으로는 광적으로 관심이 많은 사람 같았어.
그리고 재미있었던 것은 자기가 보*는 사진들을 '작품'이라고 부른다는 것이었어. 한낱 잔혹사진에 지나지 않는 것들을 작품이라고 부르다니...... 그걸 보고 약간 맛이 간 놈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약간 무서워지기까지 하더라.
하지만 별 하는 일 없이, 보내인 사진만 회원들에게 발송하고 홈페이지에 올리는 것으로 짭짤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니 당연히 그렇게 했지. 그때 보내온 사진도 만만치 않게 잔인했어.
첫번째 사진과 비슷한 희생자로 보이는 사람인데, 얼굴을 가리고 두 팔과 한 다리가 잘려나간 채로 피를 뿜으며 천장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었지. 너무 실감나는 장면이어서 보는 순간, 온뭄에 소름이 쫙 끼치고 구토를 할 것 같았어. 도무지 사진 조작 같지가 않았어.
그던데 이상한 것은 그 잔혹한 사진을 보는 것이 두렵고 고통스러웠는데도 자꾸만 보게 되는 거야. 눈앞에 아른거리고. 마치 롤러코스트가 무섭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타게 되는 것처럼.
이렇게 잔인한 사진을 그의 요구대로 공개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했어. 하지만 설마 실제 장면을 찍은 사진은 아닐거라는 생각으로 그 사진을 게재하고 회원들에게 보냈지.
그 사진을 보내고 난뒤, killyou라는 놈에게 마땅히 보내줄 사진이 없는 거야. 언뜻 보기에도 엄청난 변태 같은 놈인데, 이번에도 섣불리 사진을 보낼순 없었어.
고민끝에 사진하나를 골랐지. 사실 그 사진을 보낸다는 것은 좀 위험한 일이었어. 그 사진은 진짜 잘인 장면을 찍은 사진이거든.
내가 취급했던 사진들의 진위여부는 솔직히 상관하지 않었어. 전부 사진조작으로 생각하고 거래를 주선했지. 모르는 것이 면죄부라고 생각하고 그런 사진들을 전부 조작된 그림으로 보았던 거야.
하지만 이 사진만은 확실히 실제 살인 장면을 찍은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신문기자가 기사를 쓰기위해 살해된 시체를 찍은 것이 아니라, 살인자가 피해자를 죽이면서 찍은 것이야. 미친놈이 만든 정말 미친 사진이지.
더욱 흥미로운 것은 그 사진속의 피해자가 바로 달로치야. killyou에게 보내주었던 사진을 찍은 장본인이 이번에는 시체가 되어 사진에 찍혀 있는 것이지. 더구나 실제로 살해된 상태로..
달로치의 사진에 감동받은 어떤 미친놈이 그 사진처럼 달로치을 잔혹하게 찢어 죽였다는 것야. 그 미친놈은 끔찍하게 죽임을 당하는 달로치를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서 그를 살해하고 카메라에 담았던 거지. 정말 시체 사진이 된 거야. 그 사진은 쾌락을 목적으로 살해 장면을 찍은 서너프 종류라 할수 있어.
나는 그 사진을 보내주기로 했어. 그 정도 사진이면 그 변태놈도 만족하리라 믿었지. 돈은 많은 놈인지, 즉지 입금했어. 좀 망설였지만, 그 killyou라는 놈의 비위를 맞추어주면 돈이 좀 나올 것 같아 보내기로 결심한거야.
그런데 각 회원들에게 두 번째 사진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메일들이 오기 사작했어. 나는 호기심을 자지고 그 메일들을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어. 수십통의 메일은 하나 같이 이번에 보내준 시잔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었어. 정말 훌륭하고 예술적이며, 짜릿하고 자극적이며 흥분되는 사진이라는 거야.
그런 메일들을 받아보니 어안이 벙벙해졌어. 그 동안 아무리 잔인한 사진들을 보내주었어도 이런 반응은 없었거든. 그런데 이번에는 황당할 정도로 열렬한 반응이 나온 거야.
너무 이상한 기분이 들어, 나도 그 사진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보기 되었지.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그 사진을 보자마자 느끼는 감정은 극도의 혐오감과 공포심, 그리고 구토였어. 하지만 보면 볼수록 이상할 정도로 그 사진에 끌려들어가는 느낌이었어.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이었지. 그 끔찍한 사진이 마치 어떤 신비한 마력을 가진 것 처럼 보는 이를 끌어들이는 거야. 참 괴기한 느낌이었어.
한동안 그 사진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사진을 꼼꼼히 보는 것도 아니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것 같은 상태에서, 뭔가에 홀린 것 같았지. 그러다가 새로운 메일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수 있있어.
새로 도착한 메일은 바로 그 killyou라는 놈한테 온 것이었어, 그의 메일이 도착한 것을 보자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었어. 두려움과 기대감 그리고 호기심이 뒤섞인 듯한 괴상한 느낌이었지. 그 메일을 열어보려고 마으스를 움직이는 내손이 나도 모르게 떨려왔어. killyou라 보내온 메일의 제목은 다름아닌 'not yet'이었어.
메일을 열려는 순간, 나는 이유 모를 무서움이 느껴졌어. 떨리는 손으로 killyou에게서 온 메일을 열어보았지. 거기에는 사진 파일이 하나 첨부되어 있었고, 예의 그 정중하지만 섬뜩한 어조의 글이 있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