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갑자기 4

백두장사 작성일 07.04.12 14: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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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읽어보면 예술을 사랑하는 무슨 화가나 사진 작가의 편지 같았지만,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섬뜩한 거였어. 더군다나 항상 지켜보고 있다니....... 마치 나보고 잔혼한 사진을 만들어 자기의 천박한 욕구를 충족시켜 달라는 것 같았어. 아무리 이런 사진에 푹 빠졌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람을 죽이고 찍은 사진마저 아무렇지도 않게 즐기다니......

점점 내가 상대하고 있는 놈이 정말 미친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그놈이 보내온 사진은 몹시 궁금했어. 그놈의 메일을 통째로 지우려 했지만, 악마의 속삭임같이 달콤하게 나를 유혹하는 바람에 넘어가고 말았지.

사진 파일을 열어보았어. 그 사진이 바로 그 남자의 살해장면과 똑같은 사진이었던 거야. 그때는 또 하나의 잔인한 사잔이라고 생각했어. 너무 잔인한 시체의 장면이라, 이번에는 조작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어.

생각해봐라. 사람을 침대에 묶어놓고 마디마디를 잘라놓은 모습을... 여하튼 그 사진은 그 참혹성 때문에 조작으로 치부하고 싶었어. 그리고는 더 이상 그놈이 바라는 대로 해주지 않기로 했어. 원래 조건은 그 사진 역시 회원들에게도 보내고 홈페이지에 등록해야 돈을 받기로 되어 있지만, 사람들의 광적인 반응이 드려워져서 공개하지는 않았어.

그렇다고 그 사진을 지우지는 않았어. 몇 번을 그 killyou가 보내온 사진들을 지우려 했지만, 그때마다 이상하게 지우면 안될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자꾸 보게 되더라고. 그거 있잖아? 밤에 혼자서 공포영화볼때 , 무서워서 눈을 가리면서도 자꾸 무서운 화면으로 시선이 가는 것처럼.

하지만 이미 오려놓은 사진들은 삭제해버렸어. 그 사진을 본 사람들은 정밀 빗발치듯 메일을 보내왔어. 다시 보여달라, 다음 사진을 보여달라, 그 사진 사겠다. 어떤 천재의 작품이냐 등등. 사람들의 반응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사진과 killyou에 대한 두려움도 더불어 커졌지. 난 잊으려 노력했어.

내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지 때문에 당연히 killyou는 대금 지불을 하지 않았지. 그러던 어느 날, 그 killyou로부터 메일이 왔어. 그 메일을 읽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어. 경고성 메일인거야. 솔직히 겁이 나더라.

 

그 메일을 받아보니, 그 killyou라는 놈은 완전히 또라이 같더라. 그 정도로 그런 사진에 집착하고 자기 사진을 과시하고 싶어하다니. 글자 그대로 무시무시한 사이코가 연상되는거야. 하지만 설마 그놈이 직접 나를 찾아와 해코지하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서 그 협박성 메일을 무시하기로 했어. 솔직히 그 놈에 대해 잊어버리고 싶었지.
그러던 중에 그날 밤 놈이 보낸 사진이 눈에 띈거야. 나는 파일로 보내온 사진들을 고해상도의 프린터로 인쇄해서 보관하고 있었거든. 그 인쇄된 사진을 보면 볼수록, 내가 목격했던 살해 장면과 너무 똑같은 거야.

세체의 잘려진 부위. 묶여진 매듭 형태. 시체의 눕혀진 자세...마치 그 시체를 찍은 사진 같았어. 아니, 오히려 어떤 미친놈이 그 사진을 보고 똑같이 살인을 저지른것 같았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끔찍하고 괴기한 일이잖아.


그래서 나는 경찰에게 꼬투리 잡히지 않기 위해 사진들을 없애버리던 중이라는 것도 잊어버리고, 뚫어지게 그 사진을 살펴보았어. 사진과 내가 발견했던 시체와 다른 점이 보였어. 바로 시체의 크기였지.

내가 복도 끝 방에서 별견한 남자의 시체는 침대를 가득 채울만한 거구였거든. 그런데 사진속의 시체는 침대의 반도 차지하지 못할 저도로 자그마한 체구였어. 사진속의 침대가 작을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사진속의 시체가 더 작았어. 그리고 또 다른 점은, 둘다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어 분명치는 않았지만, 사진 안의 시체는 여자 같았어. 몸의 굴곡이라든지, 길어보이는 머리카락 등을 보았을때.

하지만 이런 사진들이 대부분이 그렇듯이 얼굴은 보이지 않았어. 스너프라고 알려진 그 처첨한 사진들은 피해자의 공푸에 질린 표정들이 적나라하게 나온다고 하지만, 이 사진에는 우연인지, 사진을 찍은 미친놈의 연출 때문인지 시체의 얼굴이 카메라 반대쪽으로 돌아가 있었어.

아무리 뚤어지게 봐도, 사진 속의 시체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어. 하지만 뭔가 의문을 풀어줄 단서가 이 사진 안에 들어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어. 전혀 근거는 없는 예감이었지만, 웬일인지 확신이 생기는 거야.

컴퓨터에 들어 있는 그 사진 파일을 찾아내서, 확대해 봐야 뭔가가 좀 발견될 것 같았어. 모니터에 나타난 사진을 우선 열배로 확대해서 샅샅이 살펴보기 시작했어.
확대해보니 그 시뻘건 시체의 피가 21인치 모니터 가득히 보이는 거야. 처음에는 그 화면을 보고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끔찍하고 잔인했어. 사진을 찍은 놈이 보통 카메라로 찍어 스캔은 받은 것인지, 확대를 하니 사진의 선명도가 현격히 떨어졌어.
하지만 뭔가를 알아내야겠다는 생각에 모니터에 보이는 사진을 핥듯이 살펴갔어. 얼마나 피범벅이 되었는지, 그렇게 확대를 해놓았는데도 맨 살이 그대로 보이는 부위도 하나도 없는거야.

그래도 혹시 이 사진을 찍은 놈이나, 사진 속의 시체의 신원이라도 알아낼 수 있을지 몰라 역겨움을 참으며 확대된 사진을 살펴봤어. 피 때문에 알아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지만 그 시체가 여자라는 것은 알수 있었어.

피범벅 되었지만, 가느다란 목덜미며 긴 머리칼을 보니 남자보다는 여자라는 것이 확실해진 거야. 더 확실한 근거는 그 시체의 잘려나간 손가락들에 여러 개의 반지가 껴 있다는 것이었어. 하지만 잘려나간 머리가 카메라 반대쪽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찍혔기 때문에 사신에는 시체의 얼굴을 알아볼 방법이 없었어.

한참 동안 그 사진을 들여다보며, 뭔가 이 모든 괴상한 일들의 답이 될수 있는 단서를 찾아낼 방법을 생각했어. 내 주변에 나타나던 그 무표정한 여자의 유령, 가끔씩 들려오던 정체를 알 수 없는 흐니낌, 끔찍한 사진을 보*던 killyou, 그놈이 보내온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 잔인하게 살해된 복도 끝 방의 시체.

이 모든 사실이 뭔가 연관을 가지고 있는 것 같기도 한데, 전혀 그 고리를 찾을 수 없는 거야. 경찰의 의심을 피해, 이런 사진들을 없애야 한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나는 그 괴기한 일에 대해 점점 더 깊이 생각하게 되었어.

그런데 그때 등뒤로 싸늘하게 쏟아지는 듯한 기분 나쁜 시선이 느껴졌어. 갑자기 온몸에 나도 모르게 소름이 쫙 끼치면서 뒤들 돌아보기가 두려워졌어. 시뻘건 피 색으로 가득찬 모니터에 내 등뒤에 있는 뭔가가 희끗하게 비치는 것이 보였어. 등뒤에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자 머리끝이 쭈뼛하게 뻗치는 것이 느껴졌어.

하지만 아무리 두려워도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어. 그 기분나쁜 시선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은 느낌에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어. 심호습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어.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어.

뒤를 돌아보자마자 무서움으로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어. 등뒤에는 바로 그 여자가 퀭한 눈으로 나를 바라모며 서있는 거야. 머리에서 발끝까지 피를 뒤집어쓴 모습이었어. 그 얼굴 은.....

휴, 너무 무서웠어. 공포에 질려 솔직히 아무 생각도 할수 없었어. 다음 순간 그 여자가 천천히 내게 다가오는거야. 아주 천천히. 마치 슬로 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어. 그런데 나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었어. 정말 미치겠더라.
점점 더 가까이 왔지만, 나는 그 끔찍한 얼굴에서 시선을 뗄수가 없었어. 본능적으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어.


"안돼! 제발! 아아악!"

하지만 그여자는 더욱더 가까이 다가왔어. 피비린내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이 내 눈앞으로 바짝 다가오는 순간, 갑자기 사방이 깜깜해졌어. 그러고는 아무런 기억이 없었어.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어. 갑자기 암흑 속에서 '쾅쾅' 소리가 들렸어. 간신이 눈을 뜨니, 스크린 세이버가 작동되어 있는 모니터 앞에 엎드려 있었어.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

분명히 두눈으로 똑똑히 본 그여자 귀신의 모습은 흔적도 찾아볼수 없었어. 시계를 보니, 한 오 분 정도 정신을 잃었던것 같았어. 그 여자의 끔찍한 모습이 생각나자, 나모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리고 소름이 쫙 끼쳤어. 생각하기도 싫고 무서워서 진저리가 쳐졌어.

나를 깨웠던 '쾅쾅' 하는 소리가 다시 들렸어. 누군가가 다급하게 오피스텔 문을 두들기는 소리였어. 이 깊은 밤에 누굴까 생각하며 문을 향에 걸어갔어. 어란렌즈로 문밖을 내다본 순간, 내 심장은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어. 문밖에는 형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험악한 표정을 하고서 문을 두드리고 있는거야. 고개를 책상쪽으로 돌리자 모니터와 책상에 그 살인 현장과 똑같은 모습의 사진들이 널려있는 것이 눈에 띄었어.

문밖에 있던 남자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표정을 짓더니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문 열쇠구멍에 집어넣는 거야. 그 순간 나는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어.
생각해 봐라. 만약 그 사람이 경찰이었다면, 꼼짝없이 나는 살인 용의자로 몰릴 판이었어. 시체를 제일 먼저 발견한 것도 나였고, 수많은 잔혹사진들을 가지고 있고, 더구나 살인 현장과 똑같은 모습의 사진을 가지고 있으니, 정확한 물증은 없어도, 이 상황에서는 피할 수 없이 가장 유력한 용의자였을 거아니냐. 생각할 것도 없이 책상으로 다려가 펼쳐져 있던 사진을 대충 서랍에 집어놓고 컴퓨터를 꺼버렸어.

문 쪽에서는 열쇠를 집어넣는 소리가 계속 들렸어. 나는 대충 정리된 것을 확인하고 '누구세요?' 하며 방문을 열었어. 갑자기 문을 열자, 열쇠 비슷한 것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던 남자가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지었어.

나는 이시간에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그 사람은 옷주머니에서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며, 이번 살인사건을 담당한 형사라는 거야. 몇 가지 더 질문할 것이 있어서 찾아왔다는 거야. 문을 강제로 열려고 했던 것이 좀 이상했지만, 그 사람 말로는 내가 분명히 방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어 이상해서 열려고 했다는 거야. 잠깐 들어와서 얘기해도 되냐고 하더라. 안 된다고 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더욱 의심을 받을 것 같아 들어오라고 했어.

형사는 내 방을 의미 심장한 눈초리로 둘러보며 다짜고짜 질문들을 해댔어. 엘레베이터에서 수상한 사람을 본적이 있느냐, 그 방에 들어가 본적이 있느냐, 그 방에 드나드는 사람을 본적이 있느냐 등등. 아까 몇 번을 대답했던 질문을 또 해대는 거야. 처음에는 좀 성의껏 대답을 해줬지만 나중에는 짜증이 나더라구.

그런데 갑자기 좀 이상한 질문을 하기 시작하는 거야. 그 시체로 발견된 사람은 잘 알지도 못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 그 사람이 죽기 전에 뭐 주고받은 것 없느냐, 시체를 발견했을때 기분이 어땠냐, 마침내 사람을 죽여봤느냐라는 무례한 질문까지 하는 거야. 화가 나더라, 그래서 당신 형사 맞냐고 소리 질렀어.

그 형사는 내가 그렇기 날리를 치는데도 개의치 않고 침착하게, 그런 질문을 해서 미안하다는 말만 하고는 다시 형식적인 질문을 하는거야. 나는 기분도 잡치고, 그 사람이 형사인지 확신도 안 가서 그만 얘기하자고 했어. 그 형사는 알았다고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어.
그런데 그문 문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내 책상쪽으로 향하는 거야. 당황한 나는 그 형사 앞을 가로 막으면서, 이제 나가달라고 했어. 그런데도 그 형사는 가만히 서서 내 책상 주변을 살펴봤어.
나는 그 형사가 뭐라도 찾아낼까 두려워 거의 밀듯이 그를 막았어. 그는 알았다고 하면서도 책상 귀퉁이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자리를 뜰생각을 안 하는 거야. 나는 그의 시선이 가는 곳을 돌아보았어.
제기랄! 거기에는 내가 미처 감추지 못한 사진 한장이 책상서럽 밖으로 삐쭉 튀어나와 있는거야. 나는 더 이상 그 형사를 가만둘 수 없어서 강제로 문 쪽으로 밀었어. 지금 생각해봐도 거의 미친 짓이었지. '나를 의심해 줘요' 하는 식의 행동이었잖아. 하지만 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어.
그런데 형사는 이상하게도 아무런 저항없이, 더 이상 묻지도 않고
가만히 문쪽으로 돌아갔어. 나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문을 연 형사는 방문을 나가다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더니, 모든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내게 섬뜩한 얘기를 하는 거야.

"인석씨, 협조 감사합니다. 제가 협조에 보답하는 셈치고, 재미있는 얘기를 하나 들려드리죠. 이 동네에는 전국 평균 범죄율보다 훨씬 낮은 범죄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살인사건도 아마 일년 만에 처음 일어난 일일 거예요. 그만큼 안전한 동네죠. 전국에서 몇째 안가는 안전한 곳일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안전한 동네에 좀 이상한 일이 있어요. 한 일년 전부터 괴기한 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사라지는 일이죠. 처음에는 종합병원들의 시체가 없어지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한 달 간격으로 없어지는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간격이 짧아졌어요. 어떤때는 일주일 간격으로 시체가 없어질 때도 있었어요. 수법은 다양했지만, 주로 영안실에 안치 되어 있는 시체가 없어졌어요.

경찰도 처음에는 병원측 착오로 생각했지만, 비슷한 사건이 자꾸 일어나고, 시체가 없어진 유족들의 항의도 점점 거세져 수사를 시작할 수 밖에 없게 되었죠. 병원에서 없어지는 것은 끽해야 약품이나 기기 정도였지 시체가 없어지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수사를 해도 사건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였어요. 단서도 없었고, 동기도 전혀 알 수가 없었어요.

시체를 훔친 다음 유족들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런 협박을 받았다는 사람은 나타나지도 않았고, 설사 그렇게 해서 받는다 하더라도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범죄도 아니었어요. 위험 확률도 높고요. 결국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처리도 쉽게 할 수 없는 것인데 왜 훔쳐갔는지 이유를 짐작조차 할수 없었어요. 없이진 시체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없어졌어요. 알 수 없는 일이었어요. 좀 으스스한 얘기죠.

그러다가 갑자기 그 시체 실종사건이 뚝 그쳤어요. 무슨 이유였는지, 한 육 개월 계속되어 오던 시체 실종사건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육개월 동안 없어진 시체는 육개월이 지난 지금 까지도 한 구도 발견되지 않았어요. 물론 그 범인도 잡지 못했고요. 경찰로서는 부끄러운 일이지요.

얘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요. 그 사건들이 미궁에 빠진 채 세인들의 뇌리에서 사라질 즈음, 한 젊은 형사가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어요. 그 사건이 멈춘 뒤부터 이 근방 30킬로미터 반경에서 실종사건이 급증한거예요. 시체가 없어지던 기간보다도 역시 두 배 정도의 사람 이 더 실종된 거예요. 이번에도 남녀노소 가리지않고 사라졌요.

그 사실을 발견한 그 형사는 시체 분실사건과 눈에 뛸 정도로 증가하는 실종사건과 뭔가 연관이 있다고 확신을 하고, 시체들과 실종자들의 사진과 자료들을 쌓아놓고 며칠 밤을 새며 연관성을 찾아내려고 했어요. 출신지, 식구, 나이, 성별, 가정환경, 성장환경 등등에서 하나의 연관성을 찾아보려고 했지만, 워낙 무차별적으로 없어져서 그런지 어떤 연관성도 찾아낼수 없었어요.


거의 포기 상태였던 그 형사는 한 가지 말도 안되는 연관성을 찾아냈어요. 없어진 시체나 실종자들 모두 자기 연령의 평균 체중보다 약간 무겁다는 것이지요. 모두들 자기 연령의 평균 체중보다 5킬로그램에서 10킬로그램이 더 나가는 사람들이었어요. 하지만 그게 다였어요. 두 달동안 밤새워 발견해낸 단서란 고작 그것뿐이었죠.

마침내 그 형사는 그 사건을 포기하기로 했어요. 주위에서도 말렸고, 이 사건들이 범죄라는 뚜렷한 증거도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수사할 수 있는 명분도 없었어요. 결국, 없어진 시체 열한 구와 실종자 열두 명을 남기고 수사는 중단된 거죠.

그러던 중, 그 형사가 새로운 사건을 맡게 되었어요. 이 구역에서 그 형사는 그 살인 현장을 보자마자, 이유는 모르지만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그 살인사건과 실종사건이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 같은 거였죠. 그래서 그 형사는 다시 결심했어요. 무슨이 일이 있더라도 이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 얘기는 여기가 끝입니다. 그럼 푹 쉬세요. 만약 살인사건에 대해 작은 기억이라도 다시 떠오른다면, 제게 언제라도 연락 주세요. 그럼...."


그러더니 문을 닫고 나섰어.
황당하더라고, 그러면서 왠지 소름이 끼치고 무서워지더라. 그 형사는 분명히 나를 범인으로 의심하는 것 같았어. 그리고 그 시체 실종 얘긴 이유도 모르게 너무 무서웠어.

나는 그 형사가 나간 문을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더라. 그러다 책상쪽으로 눈길을 돌렸는데, 그때 난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어. 아까 그 형사가 유심히 보던 그 사진이 없어진 거야.

나는 미친듯이 책상을 뒤졌지만 그 사진을 발견할수 없었어. 없어진 사진은 바로 살인 현장과 똑같은 그 문제의 사진이었어. 그 형사 놈이 가져간 것이 분명했어. 이제 곧 경찰이 나를 잡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니 정신이 멍해졌어.

그런데 곧 뭔가 이상하는 것을 깨달았어. 만약 그 형사가 그 사진을 몰래 가져가서 봤다면, 이제까지 안 올리가 없었어. 그 사진을 보자마자 다시 내게 왔을거야. 그렇지 않고는 나중에 그 사진을 내 방에서 발견했다고 말할 근거가 희미해지는 거지. 몰래 훔쳐간 것도 문제고, 아무런 증인도 없었고, 내가 나중에 모른다고 시침을 뗀다면 그 사진은 아무런 효과도 없을 텐데....

거럼 그 형사 놈이 안 가져갔나? 어떻게 없어진 걸까? 만약 그 형사놈이 가져갔다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아무것도 알수가 없었어. 모든것이 뒤죽박죽이고 모두지 감을 잡을 수 없었어.

여하튼 그 상황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했어. 더 이상의 위험을 피하게 위해, 모든 사진들을 없애야 하는 것이었어. 컴퓨터를 다시 켜고, 저장되어 있던 사진들을 지우려고 했어. 그러다가 그 문제의 사진 파일이 생각났어.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혹시 있을지 모르는 단서를 위해서라도 지우기전에 한 번더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사진을 확대해서 다시 살펴봤어. 역시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어. 너무 많은 일을 겪었고, 긴장해서였는지 피곤함이 몰려왔어. 포기하고 그 파일을 지울 결심을 했어.
바로 그때 뭔가가 눈에 띄었어. 정신을 바짝 차리고 그 부분을 더 확대해서 봤어. 그 부분이 뭔가를 알아차리는 순간, 나는 뒤통수에 둔기를 맞은 것 같은 큰 충격을 느꼈어. 그건 사진의 오른쪽 귀퉁이에서 발견한 거야.

아까도 말했듯이, 그 사진속 시체의 고개는 사진기 반대쪽으로 돌아가 있어서 시체의 얼굴을 볼 수가 없었거든. 그런데 사진을 확대하다 자세히 보니, 시체의 고개가 돌아간 쪽에 희미하게나마 작은 거울이 일부 보이는 거야.

혹시나 하고 그 부분을 확대해 봤어. 원래 열 배 정도 확대되어 있던 사진을 더 확대하니, 아무리 화질을 보정해도 흐릿하고 거칠게 보이는거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거울에 뭔가 비쳐 있다는 거야. 언뜻 보았을 때는 무엇인지 알수 없었지만, 자세히 보니 사람의 얼굴처럼 보였어. 형체는 전혀 알아볼 수 없었지만 사람의 얼굴인 것만은 확실했어. 시체의 얼굴일 수도 있고, 어쩌면 이 사진을 찍은 미친놈의 얼굴이나, 살인자의 얼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갑자기 소름이 쫙 끼쳤어. 사진만 취급하던 내가 진짜 살인에 관련되기 시작했다는게 실감이 났어. 죽고 죽이는 그 끔찍한 일에...... 몇 번을 확대하고 보정작업을 했지만, 내가 가진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로는 더 이상 선명해지지 않았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지.

한승이 형이 떠오르더라. 일한이, 너도 알지? 우리 영화제 했을때 도와줬던 그 사진광 형. 한승이 형이라면 그 사진을 좀더 정확히 확대해서 보여 줄수 있을 것 같았거든.

인석이가 한승이 형 얘기를 꺼내니까, 갑지기 그 끔찍했던 스티커 사진이 생각났다. 은미와 여러 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그 원혼의 스티커 사진이.

한승이 형과는 그 사건을 이유로 가끔 연락을 했다. 그 사건으로 한승이 형도 그런 사진에 대해 좀더 공부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한승이 형은 영화제 준비하다가 만난 사람인데, 사진 공부를 하기 위해 유학까지 갔다와서 지금은 사진 작가로 일하고 있었다. 한승이 형은 예술 사진을 잘 찍을 뿐만 아니라, 사진에 대한 기술적 지식이 전문가 이상이어서 그 스티커 사진 사건때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인석이도 한승이 형에게 도움을 청한 것 같았다.


인석이는 목이 마른지 남은 맥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얘기를 계속했다. 뭔가 불안한 듯 계속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인석이의 모습이 마음에 좀 걸렸지만, 얘기는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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