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선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를 키웠습니다.(턱시도 고양이란 전신이 검은데, 가슴 부분이 하얀 고양이를 말합니다)
1.
고양이 이름은 나비. 사람을 무척이나 잘 따르던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비가 어느 날부터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산책을 하더라도 집에 꼬박꼬박 들어오던 녀석이었는데,
혹시라도 안 좋은 일이 생긴 건지 걱정됐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나비가 돌아왔지만 몰골이 처참했습니다.
목엔 빨랫줄이 묶여 있었는데 이걸 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입은 다 헐어 있었고,
누군가 맞았는지 털도 빠지고 상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 너무나도 생각하기 싫은 일이 생겼습니다.
나비가 새벽에 쥐약을 먹고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우리 집은 나비 때문에 쥐약 안 쓰는데 얘가 어디서 먹고 왔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결국 나비가 죽고… 저희는 나비를 산에 묻어 주었습니다.
2.
그날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집과 옆집 경계인 담벼락 뒤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났습니다.
저는 불현듯 나비 생각이 나서 바로 달려갔는데, 거기엔 고양이는 없고 잘 구워진 고등어가 살점이 좀 뜯겨진 채 놓여져 있었
습니다.
그리고 그날 밤, 꿈을 꾸었는데 문 앞에서 나비가 앉아 "야옹~야옹~" 하고 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너무 반가워서 맨발로 뛰어 나갔는데 나비가 사라졌다가 대문 앞에 나타났습니다.
전 다시 대문으로 갔는데, 나비가 다시 사라져, 담벼락 위에 있었습니다.
전 이렇게 나비를 계속 쫓다가 꿈에서 깼는데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가 바로 현관 앞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몽유병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음 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어제밤에 꾼 꿈이 생각나서 나비무덤을 보려고 산에 올라갔습니다.
이럴수가… 나비의 사체가 무덤 옆에 있던 나무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불쌍한 나비…
죽기 전에도 괴롭힘당하더니, 죽어서도… 나비를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곳에 묻으면서 문득 어젯밤 꿈에 나비가 나타난 것
이 이거 때문인가 싶어 미안하고 슬펐습니다.
3.
나비가 죽고 며칠이 지난 뒤… 온 동네가 술렁거릴 일이 일어났습니다.
옆집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할머니가 정신이상이 되신 것입니다.(아들도 사고로 죽었다고 합니다)
나이에 비해 굉장히 건강하셨던 분들로, 평소 옆집 마당에 공이라도 떨어지면 찾아오길 포기해야할 정도로 성격도 화끈하신
분들이셨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안타깝게 여기면서도 고양이 때문이라고 수근거렸습니다.
평소 할아버지 내외는 몸보신하신다고 고양이를 잡는다는 소문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문득 옆집 담벼락 위에 올려져 있던 고등어가 생각났습니다. 마치 독이 든 사과처럼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고등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