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슉 촤아아아아아'
어두운 뒷골목 술에 취해
영문도 모른채 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한남자의 뒤에서는
그의 피를 마시는 내가 있다.
죄책감 따윈 없다. 그저 역겨운 피냄새를 맡으며 마시는게 괴로울뿐.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이 빌어먹을 잡귀가 되었던것이.....
피비린내를 이기려 나는 새삼스럽게 과거를 되돌아본다..
분명.... 2년전 사업실패로 빛은 산더미로 불어
딸랑 방 하나뿐인 집을 빛 독촉장으로 어지럽히던 때였다..
다른 길은 없다 나에게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몸뚱이와 언제 넘어갈지 모르는 집 뿐이였다.
그때 내가 유일하게 선택할수 있었던 것은 '자살' 말고는 없었던거 같았다.
공장에서 일조차 할수없는 약체인 몸뚱이로는 아무것도 할게 없었다.
설령 할수 있더라도 한달전까지만 해도 공장을 운영하던 공장장이였던 나였다.
절대로 공장같은데 들어가서 일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이 망할 허영심 때문에 나는 결국 사업도 망하고 자살을 택했었다.
오늘은 유달리 보름달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자살하기위해 단검을 사들고
집으로 가서 단검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꽤 날카로웠던 이 단검은 손목을 긋기에는 최고의 도구겠다고 생각했다.
설마 이 단검이 지금까지 쓰이게 될줄은 모르던 때였다
소설책에서 본적이 있다. 칼로 손목을 긋으면 고통없이 죽을수 있다고...
꽤 허영심이 깊었던 나는 목을 매거나 어디 뛰어드는것보단
그나마 이것이 가장 멋있게 죽을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마지막으로 남겨둔 데킬라 한병을 그대로 마셔 버리고 나서
의자에 앉아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손목을 긋었다..
이제 나에게 남아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츄욱'
'으으으으윽'
나는 남들이 들으면 거북할 정도의 비명소리를 크게 질렀다..
'젠장... 뭐가 고통이없다는거야.. 빌어먹을 작가자식'
즐겨보던 소설책의 작가를 저주하며 나는 바닥에 뒹글었다..
'으으... 젠장!'
결국 고통에 못이겨 입으로 까지 참던 욕이나오기 시작했다... 우아하게 자살하겠다는것 자체가 웃긴거였을까...
아프다... 바닥은 이미 피로 뒤범벅이였고 나는 제발 의식이 빨리 사라지기를 바랄 뿐이였다.. 더이상 칼로 몸에
상처를 낸다는것은 고통으로 인해 두려워 하지 못했다.
추한 모습으로 바닥에 뒹굴며 괴로워 할때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문쪽을 바라보았다.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있었다...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그래.. 영국신사...
아니 한달전까지만해도 내가 즐겨입던 정장과 모자 그래.. 그거였지..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나를 바라보며 씨익 웃으며
"이거..이거... 맛있는 냄새가 와서 찾아봤더니 재밌는 광경하나 보겠구만.."
라고 말했다.
지랄하고 앉아있다... 젠장.. 고통은 더욱더 내몸 깊숙한 곳으로 찔러들어왔다.
고통은 이내 그 남자가 나를 살려줬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변했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 죽는게 이렇게 괴로운 것이라면..
젠장.. 빨리.. 지혈좀 해줘 도와줘... 아픔때문에 입조차 열기 버거웠던 나는 그에게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
았으나 입가에 미소만 뛰울 뿐이다.
남자가 내 눈빛을 알아 챘는지 다가와 쓰러진 나에게 허리를 숙이며 물었다.
"도와줄까????"
나는 고개를 최대한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정장입은 남자의 피부는 정말로 창백했다. 아무래도 상관없지..
"자넬 살려줄 생각은 없네 그저 편안하게 보내줄수는 있지"
저자가 살려주면 좋겠다는 소망은 이내 어쩌든 좋으니 나를 빨리 편안하게 해줘 라는 소망으로 바뀌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한번 살고싶다는 생각은 이내 사라졌다.
남자는 웃으며
"재미있군.. 내가 선물을 하나 줄까? 늙지않고 병에 들지도 않으며 적어도 죽지는.. 아니군 죽는군 하하..
이러한 육체를주지 어때..? 대신 자네는 여태껏 먹었던 것은 먹지 못하게 될꺼야 다른걸 먹게되겠지만 자네
에게는 아주 괜찮을꺼야.. 뭐 자네도 깨어나면 뭔지 알꺼야 꽤 유명한거니깐 말이야."
그때의 나에게는 아주 이상한 소리로 들렸다 저자가 나에게 장난을 치나 라고 밖에 생각되지 밖에 안됬지만
아픔은 그것 마저도 신경쓰지 못하게 만든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이것이.. 나를 잡귀로 만들어버린
계기가 된것이다..
푸욱 하며 나에 목에 무언가가 박힌 느낌이 들었다.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며 나는 편안함을 느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남자는 온대간대 없고 방안은 조용했다.
꿈일까 하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했지만
하지만 바닥에 있던 핏자국은 꿈이 아니라는걸 나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뭐 아무래도 좋았다 더이상의 고통은 오지 않았으니까..
정신을 차리며 되새겨 보니 '흡혈귀' 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스쳐 지나갔다
"하하하 흡혈귀라... 꽤 멋있잖아.. 이거...박쥐로는 변할수 없을까.."
내 몸은 스스로 내가 진짜 흡혈귀라는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극심한 갈증 그것이였다.
살아있는 자의 피를 먹으면 되는거겠지...
나는 바닥에 내팽게쳐져 있던 단검을 들고 집을 나왔다..
그리고 맨처음 한 일은 길거리를 홀로 지나가던 한 여자의 목에 칼집을 만들고 목에서 나오는 피를 마시는
거였다 굳이 다른 흡혈귀처럼 송곳니를 꽃아 피를 마시는것은 왠지 나의 미적 감각에 있어서는 추접해보이
고 나의 송곳니는 아직 사람의 피부를 한번에 뚫기에는 무리일것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이 단검이 나를 다
시 태어나게 해줬다는 왠지모를 친근감에 나는 이 단검을 끝까지 애용할 것이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나는 피를 마실떄의 쾌락이 어떤것일까 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힘껏 여자의 피를 마셨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맛은 그저 피맛이였다.. 책에서나 나오던 피를 마시며 쾌락을 느끼는것 따
윈 없었다... 그저 갈증만을 해소하는 것이였다.
앞으로 이것만을 마셔야 한다니.. 정말 괴로웠다... 아아 그냥 죽었으면 좋았을것을..
그리고 다신 따스한 햇빛 아래를 거닐지 못한다는게 아쉬웠다..
그래도... 좋았다 더이상 빛독촉에도 두려워질 필요는 없다.
그저 내가 가고 싶은곳으로 가면 된다. 이렇게 자유를 느끼는것도 좋을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달랐다... 역겨운 피를 마시는것은 훨씬 괴로웠다.
태양에 노출되 죽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흡혈귀도 있는데 지옥은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드니
죽는것이 두려워졌다... 그래도 나름대로 나만의 두가지의 살인 룰을 만들었다.
그것은 '12시 이후에 밤거리를 혼자 다니는 자의 피만 마실것.'
'대문을 잠그지 않은채 잠이든 자의 피만 마실것.'
그렇게 나는 2년동안 어둠아래 나만의 살인 룰을 지키며 사람의 피를 빨며 2년을 연명했다..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피를 마시며 앞으로 살아가야한다는게 괴로워도 나는 그럴것이다.
아니.... 난 이미 죽었나.... 어쩃든 난 이 빌어먹을 잡귀로써 육체를 유지 할것이다.
그것이 내가 잡귀라는 것의 증명이니까....
앞으로 빛이 뜨기전에 나는 15명의 사람의 피를 더 마실것이다. 이 끝없는 갈증을 이겨내며
나는 내 갈증의 해소자를 찾으러 단검을 주머니에 숨기채 밤거리를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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