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일 나오지마!!"
"아 그러시는게 어디있습니까?"
"내가 너 한두번 봐준것도 아니고, 허구언날 지각에 농땡이에...
너말고도 일하겠다는놈 많으니깐 꺼져버려!!"
'아... 겨우 숨어서 담배하나 폈다고 자르고 x랄이야...'
검은색 재킷파카의 속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물고 불을 붙였다.
"눈이라도 오면 좋겠다...."
어두운하늘에 별 하나보이질 않는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사람사는소리...
'이제 곧 크리스마스구나... 쳇... 애인하나 없으니 집에서 놀아야지...'
괜한 깡통에 화풀이를하며 집까지 걸어갔다.
집에가는길에 빨간옷을 입은 남자가 사탕을 나눠준다.
'크리스마스라고 별걸 다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사탕을 받아들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평소보다 추운듯하다...
거리에 넘쳐나는 연인들과, 거리를 빼곡히 채우고있는 자동차들.
'....지긋지긋하다... 왜 이렇게 세상이 x같냐....'
"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 어디가~ 늪인지~...누구도 말을 않네..."
집에돌아갈때마다 흥얼거리는 조용필의 노래를 부르며 어기적어기적 집까지 걸어갔다.
사탕이 왠지 평소보다 달게 느껴진다....
집에 도착하고 가장먼저 물을마신다.
"아... 내일도 지긋지긋하고 거지같은하루가 될것같네...."
재킷파카만 바닥에 벗어던지고 쇼파에 누워 조용히 눈을 감았다.
"아침이다 아침.... 눈은 역시 오지않았네..."
어릴적부터 겨울만되면 아침마다 눈이 왔는지 확인하는 버릇이있다.
그리고 눈이 온날은 하루종일 기쁜일이 생길거라며 기뻐하고, 눈이 안온날엔 하루종일 기분이 상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단순하지만, 이 나이되도록 눈을 확인하는 버릇은 고칠수가 없나보다.
일자리를 구하기위해 검정색 재킷파카를 주워입고 거울앞에선다.
"이 정도면 오케이."
집을 나와 아파트를 빠져나간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
아침에 눈을 확인할때부터 뭔가 기분이 묘하면서 위화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유를 모르니 대충 넘긴다.
시내로 가기위해 버스를 기다리지만 버스가 오지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 휴대폰을 꺼내봤더니 벌써 40분째 기다리는중이다.
'평소엔 5분에 한번씩 오던게 왜이래... 버스기사가 단체로 미쳤나...'
할수없이 시내까지 걸어가는도중에 슈퍼마켓앞에 진열된 직업정보신문을 슬쩍해 읽는다.
대부분 여자를 구한다는 내용들. 한군데 남자서빙을 찾는 식당이 눈에띈다.
"앗싸~ 일찍 일어나는새가 먹이를 먹는법이지"
휴대폰을 꺼내 통화버튼을 누르자 '통화권이탈'이란 문구가 뜬다.
"뭐야... 고장이야? 이거 왜이래... 산지 2달밖에 안된놈이 벌써부터 말썽이냐..."
할수없이 근처에 공중전화박스에 들어가 전화기에 동전을 집어넣자 동전이 다시 빠져나온다.
"이건 또 왜이래? 아주 나 백수만들려고 단체로 염x이구만....
내가 그런다고 못할까봐? 이 식당이 어디지...차라리 걸어서 가고만다."
춥지만 다행히 바람은 불지않아 발걸음도 시원하게 식당까지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는동안 여러번 위화감을 느낀다.
'대체 뭘까... 왜 이렇게 기분이 묘하지...'
조용한 도로..
겨우 식당에 도착하자, 문이 닫혀있다.
"뭐야... 거의 10시가 다 되가는데 문도 안열어?"
가게문을 발로 몇번 차던중, 또 다시 위화감이 느껴져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고보니 모든 가게가 문이 닫혀있다.
문이 열린가게는 한곳도 보이지않는다.
"오늘은 분명 수요일인데... 왜 은행까지 문을 닫은거야"
그러고보니 이곳까지 오는거리는 상당히 길지만, 오는동안 단 한사람도 본적이없다.
"갑자기 무섭게 왜이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닫는순간, 온몸에 공포에 휩싸인다.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다.
오직 나 혼자만 남아있을뿐이다...
혹시나 하는마음에 시내까지 달려가기 시작했다.
가는동안 거리를 지나가는 자동차를 단 한대도 *못했다.
점점 불안감이 더해간다.
시내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이 한명도 보이질않는다.
모두 문이닫힌 가게.
심지어 휴대폰도 먹통이고 전기도 안되는듯하다.
"이게 대체 무슨일이야..."
주변을 둘러*만, 변함없이 조용하고 정적이 흐를뿐이다....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나 혼자 이 세상에 남아있는건가...?'
집에가고싶어진다.
집에 들어가 숨고싶다.
그리고 집까지 냅다 뛰기시작했다.
상당한 속도로 집까지 달려갔다.
금새 집에도착해 가장먼저 tv를 켜지만 전기가 없으니 켜지지않는다.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한다.
당황스럽던 머리속이 조금 차분해지는것같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고 거울을 보는순간,
뒤쪽에 남자가 한명 서있다.
얼굴이 창백하고 검은옷을 입고있다.
"사..사람이다..!!"
"...."
말없이 나를 지켜보는 남자.
"그러고보니... 내 집에 어떻게 들어왔지?"
"......"
가만히 나를 지켜보기만 하는남자.
왠지 공포가 밀려온다.
"마...말을좀 해!! 말을!!!"
남자의 멱살을 잡으려고 손을 뻗자, 허공을 가르는 느낌이든다.
"뭐..뭐야"
남자의몸이 잡히질않는다.
"다...당신뭐야...."
남자는 가만히 나를 지켜보기만 할뿐 아무말도 아무행동도 하지않는다.
그런 모습이 더욱 나를 공포스럽게한다.
"으...으악 저리 꺼져버려!!!"
녀석을 향해 재떨이를 휘두른다.
그때, 몸이 기우뚱하며 왼쪽으로 쓰러진다.
콰-당!!
챙그랑-!!!
식탁에 유리가 깨졌지만 다행히 다치진않았는지 아프지않다.
그때 남자가 처음으로 입을열었다.
"이제 그만됐네."
"뭐...뭐?"
"나와함께 가세."
"어..어딜가!!"
그때 나의 양손에 밧줄이 묶인다.
"이...이게뭐야!! 풀어줘!!!"
"어린나이에 안됐군...."
"무슨소리 하는거야!! 이거 풀어줘!!!"
남자의 손주머니에서 작은구슬이 하나 나온다.
그리고 눈앞이 흐릿해지며 정신을 잃었다.
.
.
"사인은?"
"사인은 환각증세에 의해 발악하던중 넘어져 변을당한것으로 추정됩니다."
두 남자의 앞에 차가운시체가 식탁에 머리를 부딫쳐 죽어있다.
"환각증세라..."
"사망자를 아침에 목격한자들이 있습니다. 동네와 시내를 돌아다니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다 집에 들어갔다고합니다."
"완전 *아냐..."
"아무래도, 어제밤쯤에 환각증세를 일으키는 무엇인가를 먹은것으로 추정됩니다."
"음...골치아프구만, 그냥 자살로 처리하자고"
"네."
흰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
어두운골목길에 가로등 하나만이 빛을 비춘다.
그 아래 빨간옷을 입은남자가 한손엔 검은봉투를 들고 한손엔 사탕을 든채,
사람을 기다리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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