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학자인 성현(成俔)의 수필집인 <용재총화-(慵齋叢話) >에는 여러 기록이 나오는데 그중엔 귀신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선현의 외숙 안부윤은 젊었을 때 날이 어둑해질 무렵 말을 타고 어린 종 한 명을 데리고는 서원 별장으로 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별장까지 10리쯤 남았을 때 이미 날이 저물어 사방은 질흑같이 어두웠기 때문에 그만 방향을 읽고 말았습니다.. 둘은 사방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동쪽을 바라보니 횃불이 보였습니다. 떠들썩하게 사람들 소리도 들리는걸 봐서는 사냥하는 듯했는데 횟불은 점점 가까워졌고 좌우를 삥 두른 횃불의 길이가 5리나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웬걸, 횃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발자국과 웃음 소리만 들려 왔습니다.. 그 횃불은 다름아닌 도깨비불귀화(鬼火) 였던거죠. 놀란 안부윤은 어찌할바를 모르고 정신없이 말에 채찍질만 해댔습니다.
둘은 그렇게 7리나 8리쯤 앞으로 달려갔습니다. 도깨비불은 잠시 그들을 쫓아오는듯 싶더니 서서히 흩어지더니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잠시 도망을 치다보니 방향도 잃었고 하늘이 흐린지 조금씩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길은 갈수록 험해졌지만 그래도 도깨비가 쫓아오지 않는것 같아 마음은 진정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시 한 고개를 넘어 산기슭을 돌아 내려가는데 조금 전에 보았던 도깨비불이 이제는 겹겹이 나타나 안부윤의 앞길을 막아버리는 것이 였습니다.
혼이 나간듯 안부윤은 칼을 뽑아 들고는 소리치며 앞으로 돌진했습니다. 그 순간 불들이 순식간에 흩어지면서 우거진 풀숲으로 사라졌는데, 돌진하던 안부윤은 나무에 부딪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그순간 안부윤의 귀에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렸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도깨비불을 귀화(鬼火)로 쓰고 있습니다. 이는 도깨비라는 존재를 한자로 표기하기 위해 중국의 귀를 차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다른 조선의 기록서에도 공통으로 표기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