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정 이지함의 조카이자 영의정 이산해가 사위 욕심이 있어
10살 난 딸아이의 약혼자를 찾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괜챦은 상대를 찾지 못하다가 마침내 숙부한테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토정은 조카의 부탁을 받아 조카 사윗감을 찾아 전국을 돌아 다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길 거리에서 우연히 어느 이사를 하고 있는 가족을 보았습니다..
이사라지만 지게에다가 솥, 남비, 그릇을 몇 개 지우고 또 나이 어린
남자 아이마저 태운 것이 그지없이 초라했는데,
양반인 것은 틀림없으나 다 떨어진 의복에 초췌한 얼굴 모습만
보아도 그들이 몹시 고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토정은 지게에 얹힌 아이를 유심히 보고 또 보고는 멀찌감치서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얼마 후 그들이 어느 유복해 보이는 집으로 들어가는걸 본후 이산해를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아까의 가족 얘기를 한후 말하길,
"그집이 좀 가난하긴 하지만 그 아이가 장래 큰 인물이 될 것이니
곧 찾아가서 일찌감치 청혼을 하여 두어라."
하고 권하였죠.
숙부의 말을 들은 이산해가 그 집을 찾아가 그 가족을 만나길 청했습니다..
그 집주인은 그 가난한 가족의 친척으로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자 놀랐지만
이산해랑 가족의 가장을 만나게 주선해 주었습니다..
이산해는 그에게 첫 인사를 한 후,
"실은 자제를 한 번 보고 싶어서 왔으니 불러 주시오."
하고 말하였습니다.
좀 있으려니까 이지함이 얘기한 그 아이가 나타났는데 예의 바르게 절을 한 다음
이산해 앞에 공손이 꿇어 앉는 모습이
어린 나이지만 절도 있고 힘차게 보였습니다..
그런 아이를 처음부터 자세히 살펴 본 이산해는 혼자 속으로,
'과연 숙부님의 말이 옳다.'
하고 탄복하였죠.
아이가 마음에 든 이산해는 바로 그 자리에서 이 아이와 자기 딸을 결혼을 제의 합니다...
갑작스런 청혼에 가족들은 어리둥절 했지만
아이들 나이가 어리니 일단 약혼을 하기로 시키고 크면 혼약을 시키기로 하죠..
이튿 날 이 산해는 이지함을 찾아가 물었습니다..
"숙부께서 말씀하신 대로 정혼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어느 때쯤 출세할는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러자 이지함이 대답하기를..
"지금 너의 나이보다 더 젊은 나이에 재상에 앉을 것이니 두고 보아라."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지함의 중매로 이산해가 사위로 맞는 소년은
후에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문익공 이덕형이며
나이 38세에 재상이 되었습니다..